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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잔인한 봄이다. T.S. 엘리엇이 말한 잔인한 달 4월이 코앞이다. 4월에는 뭔가 기쁜 일이 있을 것 같다고, 아니 있어야 한다고 버릇처럼 되뇌는 하루하루다. 어제는 잠깐 빗방울 떨어졌고 오늘은 바람이 제법 세게 불었다. 기온도 5~6도나 뚝 떨어졌다. 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나갔더니 한겨울처럼 썰렁했다. 22도에 맞춰진 보일러가 돌지 않아 더욱 썰렁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주방에 가서 우유를 컵에 따르며, ‘세상이 거지 같다 보니 날씨도 거지 같군’ 하고 생각했다가 최근 들어 자꾸만 마음이 뾰족해지는 것 같아 깜짝 놀랐다. 그러나 놀랐다고 뾰족해진 마음이 이내 부드러워지진 않을 거라는 걸 안다. 세상이 달라지기 전에는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마음의 병이기 때문이다. 정의가 죽고 염치도 죽은 세상에서 마음의..
일상
2025. 3. 28. 2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