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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오늘은 6월 민주항쟁 38주년 기념일이다. 20대 중반에 겪었던 항쟁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어언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최루탄에 맞아 숨진 후배 한열이가 살아 있다면 얼추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겠네. 세월 참 얄밉게 빠르다. 그 여름, 최루 가수 매캐한 가두를 누비벼 '호헌 철폐, 독재 타도'를 외치던 나의 동료들은 지금은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 여전히 민주주의와 양심, 인권과 정의의 가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혹시 세월의 풍파 속에서 그 모든 가치들은 채소의 시든 꼭지처럼 버려진 건 아닐까? 나의 동료들 중, 누군가는 정치가로서 이름을 날리고, 누군가는 여전히 노동자와 더불어 형극의 길을 걸어가고 있으며, 또 누군가는 변절하여 자신의 신념을 부정하며 살고 있다. 사실 신..

본격적인 여름으로 들어섰다. 오늘부터 청사 건물에도 냉방이 시작되었다. 살짝만 걸어도 땀을 비 오듯 흘리는 나로서는 괴로운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대통령이 바뀌고 사회 전반에 사정과 쇄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 모두를 만족시킨 것 아니지만, 절반 이상의 국민은 새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나 또한 그의 정치, 사법, 검찰 개혁이 반드시 성공하길 응원한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 심리 때문일까, 주식 시장이 며칠째 호황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 중 코칩 주를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상승했고, 특히 카카오의 경우는 15% 가까이 급증해 잠시 VI(Volatility Interruption, 변동성 완화 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간이 작은 나는 지난주에 약간의 이익(..

이발했다. 집에 돌아와 거울 앞에서 손거울로 뒷머리를 비춰보니 맘에 들었다. 이발한 첫날부터 (머리가) 마음에 들기는 쉽지 않다. 며칠간 머리카락이 자라야 자연스러워진다. 파마가 아직은 덜 풀려서 가운데 머리카락이 볼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 정수리 부분에 모발 이식도 생각해 봤는데, 비용보다도 시간을 내기 어려워 포기했다.❙제로 콜라가 생각보다 먹을 만하다. 갑자기 더워진 오늘, 두 캔이나 마셨다. 인공감미료를 사용해 칼로리도 낮아 비만 걱정은 안 해도 된다니 다행이다. 나는 얼음에 희석해서 먹으니 더 낮을 게 아닌가. 사실 나는 비만보다 혈당이 걱정이다. 그런데 설탕이 없는 음료이니 혈당 걱정도 할 필요가 없다. 매우 유혹적인 음료다. 분명 이렇게 장점만 있을 리가 없을 텐데, 아직은 잘 모..

약간의 숙취가 있었다. 전날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셨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구토는 하지 않았다. 차라리 토하고 나면 속 시원해질 텐데, 속만 더부룩하고 불편해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 마셨다. 그리고 10시쯤 냉면을 끓여서 먹었다. 라면을 먹을까 하다가 냉면을 먹은 게 탁월한 선택이었다. 속이 풀렸다. 다만 지난밤 원치 않는 전화를 건 일이 아침에 일어나서도 두고두고 개운하지 않았다. 마치 헤어진 애인에게 미련이 남아 술만 취하면 전화해서 “자니?”라고 물어보는 팔푼이가 된 기분이다. 특별한 감정도 없는데, 왜 술만 마시면 전화를 거는 걸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매우 몹쓸 술버릇이다. 심지어는 전날 밤 전화했던 사실도 새카맣게 ..

오늘 오후, 창수 형, 나, 진현 등 민예총 잡지 편집주간을 담당했던 선배들과 최근 새롭게 꾸려진 새내기 어린 편집자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선배로서 조언도 해주고 후배들의 질문에 대답도 해주라는 취지로 정책위원장 창길이 주선한 자리였다. 후배들이 반갑기도 했지만, 덕분에 그간 지나온 잡지의 역사를 훑어보며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예산이 부족해서 원고료도 제대로 못 주고 나의 인맥을 활용해 지인들에게 좋은 원고를 거의 강탈하다시피 얻어온 기억들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도 지금은 시에서 편집비용을 지원받고 있어서 (비록 정산 의무는 있을지언정) 예산이 없어서 책을 못 내거나 원고료를 못 주는 상황은 아니다. 새로운 편집진 중 막내들은 거의 아들이나 딸뻘이라서 귀엽기도 했지만, 신기하기도 했다. 그들과..

막냇동생과 함께 남편(내게는 매형) 봉안당에 다녀오던 큰누나가 오랜만에 형제들끼리 점심 먹자고 전화했다. 12시쯤 만나서 도림동에 있는 곤드레밥집에 들러 식사했다. 딱 점심시간에 들렀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 많았다. 자리가 날 때까지 20분쯤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했다. 결코 밥값이 싼 것도 아닌데도 이 식당은 올 때마다 매번 문전성시였다. 식사를 마치고 큰누나댁에 들러 차 마시며 담소하다 누나가 준 오이지와 제로 캔콜라 6병, 분갈이용 예쁘고 큰 화분 3개, 호박죽 4팩 등을 받아서 귀가했다.그리고 종일 기분이 묘했다. 정치 유튜버들은 그야말로 여름밤의 개구리들처럼 저마다 향후 정치 지형을 예측하며 개굴 대고 있었다. 선거 기간 내내, 아니 그 이전부터 횡행하던 증오와 조롱, 배제와 저주의 말들은 선거가 ..

21대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증을 받고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보궐 선거는 인수위 기간을 건너뛰고 바로 임기가 시작된다. 개표 방송을 보다 그의 당선이 확실하다는 뉴스를 듣고 새벽에야 잠에 들었는데, 눈을 떠보니 TV에서는 그의 대통령 당선을 최종적으로 승인하는 선거관리위원회 회의가 방영되고 있었다. 그들도 꼬박 밤새웠을 텐데, 참 대한민국 공무원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내란을 막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니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새로운 정치로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 지난겨울에서 올여름까지 정말 숨 가쁜 정치 상황이었다. 잃었던 것, 기울었던 것, 잘못된 모든 걸 되찾고, 바로 세우고, 올바로 되돌리는 시간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국민 사이의 분열과..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역대급인 79.4%. 투표가 끝나자마자 발표한 출구조사에서는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12% 정도 앞섰다. 방송 3사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각 당이 보인 표정을 화면으로 보여주었는데, 당연히 민주당은 환호성을 질렀고, 국민의힘은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실제 개표 결과는 출구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당선자 예측은 틀리지 않았다. 오후 11시를 넘어설 때쯤 MBC는 이재명 후보를 당선 유력 후보로 지정했다. 초반에는 김문수 후보가 앞서기도 했지만, 개표가 진행될수록 이재명 후보와의 차이는 점점 더 벌어졌다. 하지만 애초 출구조사에서 밝혔던 12.4% 만큼 차이가 벌어지진 않았다.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진보 유튜버들은 난리가 났고, 보수 유..

아침부터 잔뜩 찌푸린 날씨였다. 침대에 누운 채 모바일 어플로 날씨를 확인했다. 정오 무렵 잠깐 비 온다는 예보가 떴다. '잠깐'에 생각이 꽂혀 출근할 때 일부러 우산을 안 들고 나왔다. 점심 먹으로 갈 때, 예보대로 잠깐 빗방울 떨어졌다. 비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빗방울이었다. 우산을 안 써도 옷이 젖지 않을 만큼 알량했다. 대개 선거일에 비가 많이 오면 투표율이 떨어진다. 노인들이 궂은 날씨에 투표장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70대 이상 노인들이 전폭 지지하는 국힘 후보 김 씨로서는 궂은 날씨가 무척 못마땅할 게 분명하다. 물론 날이 좋아도 변수는 있다. 날이 너무 좋으면 젊은이들이 들로 산으로 외유를 떠나 상대적으로 젊은 지지층이 많은 민주당 후보가 불리해진다. 하지만 이처럼 ..

어제 낮술 때문인지 아침에 깼을 때 속이 메슥거렸다. 우유 한 컵을 레인지에 데워 마신 후 아이스크림 두어 스푼을 떠먹었더니 속이 다소 편해졌다. 운동을 위해 실내 자전거에 앉아 유튜브로 지난밤 뉴스를 검색했다. 예상대로 선거 관련 유쾌하지 않은 각종 뉴스가 일제히 떴다. 그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보수단체 자유총연맹과 일부 엉덩이에 뿔 난 어른들이 늘봄학교 ‘리박스쿨’(이승만과 박정희의 성을 따서 작명한 것)을 만들어 전국의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이승만과 박정희의 업적을 홍보하고, 노벨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은 폭력을 정당화한 소설이라고 폄훼하는가 하면, 동성애는 죄를 짓는 거라는 등의 파시즘 교육을 진행해 왔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 조직은 이번 대선 국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위한 댓글 공작 혐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