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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2월은 웃으면서 보내주고 싶다. 물론 웃을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주식도 네이버가 갑자기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다시 마이너스 4백만 원이 되었지만, 앞으로 주식 관련해서 일희일비하지 않을 작정이다. 떨어질 때가 있으면 언제가 오르겠지. 오늘 내가 들은 말 중에서 재미있던 말, “나를 좋아하는 사람 손들엇! 했더니 순식간에 지구가 성게 모양이 되었어요”라는 말. 과연 나를 좋아하는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하면 몇 명이나 들어줄까? 뭐 아무리 많아도 지구를 성게로 만들지는 못하겠지. 귀여운 과장법, 재미있었다. 또 하나,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20초만 미쳤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봐. 상상도 못 할 일이 펼쳐질 거야.”라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 말은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에서 주인공 벤저민(맷..

'기다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보세요, 당신의 화초들이 하나둘 꽃을 올리고 있어요.그저 지켜봐 주는 것도하나의 사랑법임을 알겠습니다.

『삼체』를 사서 1권만 읽고는 팽개쳐둔 지가 꽤 오래되었다. 그 당시 바쁘기도 했지만, 문과 출신인 내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양자물리학, 나노과학, 초끈이론, 슈뢰딩거의 고양이 등 전문적인 과학 이론들이 너무 많아 속도감 있는 독서를 방해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을 때 하나하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거나 책의 여백에 메모한 후 독서를 이어가기 때문에 (1권은 그런대로 진도가 나갔으나) 낯선 개념이나 모르는 단어가 많으면 독서 속도가 현저하게 더뎌진다. 2권에서는 더욱, 그야말로 ‘공상 과학적인’ 황당한 상황과 과학 관련 전문 용어들의 향연이 펼쳐졌는데, 사실 그런 용어들을 그냥 뭉뚱그리고 읽어도 흥미진진한 소설이긴 했지만, 나의 독서 스타일로는 도무지 진도가 안 나가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 사무실이 있는 본관에서 정문 쪽으로 50미터만 가면 인천교육청 중앙도서관이 있다. 1983년 9월에 개관했으니 제법 유서 깊은 도서관이다. 대학원 시절 자료를 찾으러 몇 번 들러본 적이 있지만, 자주 가진 않았다. 심지어 교육청에서 근무한 지 5년째인데도 그간 한 번도 도서관을 찾은 적이 없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도서관에 가는 이유가 책을 빌리거나 공부를 하기 위해서일 텐데, 나는 대체로 필요한 책을 직접 사서 읽었고, 글 쓰거나 책 읽을 나만의 작업 공간(서재)도 따로 있어서 굳이 도서관을 찾지 않은 것이다.❚ 요즘에는 관내 공공 도서관들이 통합 전산망으로 연결되어 있어 아무 도서관이나 한 곳에 회원 가입이 되어 있으면 인천 전 지역 모든 공공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

지척에 봄이 있다. 나도 봄처럼 따뜻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 김 목사님과 보운 형은 “와, 날이 많이 풀렸네.” 했다. 나는 여전히 바람이 차가워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낀 채였다. 식사하고 나와서는 슬며시 목도리와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서늘한 바람이 목을 통해 등줄기로 스며들었지만, 상쾌했다. 김 목사님은 청사에 도착할 때까지 외투를 벗어 손에 들고 걸었다. 다음 주쯤에는 청사의 나무들이 새순을 내놓을지도 모를 일이다. 퇴근해서 지하철 정거장 내려갈 때까지 누군가를 불러내 술 한잔할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집에 왔다. 일찍 퇴근한 김에 미용실에 들렀는데, 이미 문이 닫혀 있었다. 언젠가 사장으로부터 겨울에는 연료비가 아까워 손님이 없으면 일찍 문을 닫는다는 말..

새벽녘에 많은 꿈을 꾸었는데, 생각나지 않는다. 나쁜 꿈은 잠이 깨서도 자꾸만 생각나 맘을 불편하게 하는데 기억에서 지워진 걸 보면 그리 흉하지 않은 개꿈이었던 모양이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지 못하고 30분쯤 미적거리다가 일어났다. 이런 날은 아침인데도 눈꺼풀이 무겁다. 탄수화물 섭취가 많아진 탓일 것이다. 오전에 할 일(이라고 해봐야 청소와 빨래, 운동, 가끔 채소 사러 나갔다 오는 것) 끝내고 점심에는 어제 사 온 닭을 꺼내 백숙을 끓였다. 주일 예배 마치고 혹시 누나들이 들를지 몰라 두 마리를 다 끓였는데, 누나가 오지 않아 저녁때도 백숙을 먹었다. 점심에는 한 마리를 얼추 먹었는데, 저녁에는 도저히 힘들어서 결국 남은 건 팩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했다. 정말이지 백숙만큼 쉽고 간편한 요리가..

요즘 술도 잘 안 마시고 사람들도 만나지 않다 보니 점점 히키코모리가 돼가는 것 같다. 최소한의 식사와 운동을 하고, SNS로 세상과 소통하고, 영화나 유튜브로 오락을 삼는 폐쇄형 인간이 된 것 같다. 오늘, 산우회 친구들은 계양산에 모여 시산제를 올렸고, 의협심 넘치는 동료들은 광화문 집회에 참석했으며, 나의 가수 혁재는 내게 연락도 없이 카페 ‘산’에서 산이라는 후배와 양주를 마셨다. 사장인 성식이가 페북에 올려 알게 되었다. 그 사진을 보는 순간, 혁재가 외출해도 될 정도로 어머니의 상태가 호전된 듯싶어서 반가웠다. 그게 아니라 어머니의 상태는 지금도 안 좋은데 단지 술 마시고 싶어서 외출한 것이라면 앞으로 그를 무척 한심하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어머니와의 이별은 그런 방식으로 준비해서는 안 ..

오늘은 동생의 생일이라 형제들이 함께 점심 먹었다. 그냥 넘어가기 아쉽다며 큰누나가 마련한 자리였다. 사실 나는 요즘 모든 게 귀찮아져서 가족들끼리도 부모님 기일 말고는 오늘처럼 모이는 게 부담스럽다. 반면 큰누나는 요즘 들어 부쩍 자잘한 모임들을 만든다. 매형 생전에는 집순이였던 누나가 그런 건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것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해서 귀찮아도 별다른 불만 없이 모임에 참석하곤 한다. 약속 장소인 버섯 불고기와 샤부샤부 전문 식당은 남동구청 앞이라 걸어서 갔다. 가는 길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딸기 크림 케이크를 동생에게 선물했다. 동생네 가족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인 큰 조카만 빼고 세 식구가 다 왔다. 식사가 나오기 전, 지난달에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온 동생 내..

가끔 복권을 산다. 아니 복권이 나를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번번이 복권의 유혹에 속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생각해 구매하지 않았더니 복권은 ‘나를 사는 사람은 꿈을 사는 거야. 일주일간 부푼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라며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다. 꿈을 돈 주고도 살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성의가 가상해 가끔 다시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산 꿈’은 별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래도 복권의 말대로 잠시나마 마음이 부풀기는 하더라. 정치도 연애도 재미없다. 콘텐츠 장사치가 돼버린 몇몇 시인들의 시집을 들척거리다 그만두었다. 나만큼이나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짐승과 물신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며 나는 그저 판타지나 SF영화에 위로받고 있을 뿐..

비번이었지만 출근했다.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고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식물성 멜라토닌을 섭취하기 시작한 후 극단적 불면은 겪고 있지 않다. 여전히 텔레비전을 켜놓고 잠이 들기 때문에 수면의 질은 형편없다. 그래도 꼬박 밤을 새우고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맞지는 않는다. 12시쯤 잠자리에 들어 빠르면 5시, 늦으면 6~7시 사이에 잠이 깨니 8시간 숙면은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하루 활동하는 데 지장 없을 정도로 최소한의 수면은 취하고 있는 셈이다. 고마운 일이다. 출근길은 어제만큼 차가웠다. 2월 중하순의 날씨치고는 사나웠다. 예보에 의하면 토요일쯤 되어서야 날이 풀린다고 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만큼도 춥지 않다면 그게 어디 겨울인가? 본래 늦겨울과 이른 봄의 꽃샘추위가 맹렬하다. 본래 밀려서 떠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