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5/03/23 (1)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탄핵 재판이 시작된 지 벌써 삼 개월이 지나고 있다. 처음에는 며칠 내로 윤곽이 드러나리라 믿었다. 정의는 조금 더디더라도 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계절이 바뀌고, 벌써 꽃망울이 맺히는 이즈음에도 헌법재판소는 너무 조용하다. ‘그곳’이 너무 조용하니 세상은 시끄럽다. 귀가 아프다. 나는 저 침묵이 낯설지 않다. 수상하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우리는 그 침묵 속에서 수없이 속아왔고, 수없이 꺾여왔다. 하지만 조용하다는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이런 믿음조차 없다면 나는 이 봄을 견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볕보다는 자꾸만 그림자를 향하는 마음을 다잡으며, 힘겹게 견딜 수 있는 것은 꽃샘에도 불구하고 봄은 어김없이 왔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게 ..
일상
2025. 3. 23.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