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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의 주말은 너무 평온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나의 평온함의 근거와 정체를 의심하기 때문에 오늘 같은 평온함이 나에게는 오히려 불편하다. 마치 내 몫이 아닌 행복을 임시로 맡아두었거나 공짜로 누리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 공원에라도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거울 앞에서 몇 차례 나갈까 말까 망설이다 관뒀다. 집 안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일부러 할 일을 찾아서 했다. 재활용 쓰레기봉투를 꽉꽉 눌러놓거나 서가에 앉은 먼지를 털어내고, 서랍장의 양말을 손 볼 게 없는지 찾아보다가 그만두고 채소를 사러 가게에 다녀왔다. 날이 너무 좋아 긴팔 패딩을 벗고 조끼 패딩을 입고 외출했는데 전혀 춥지 않았다. 봄기운이 완연했다. 가혹한 정치와 탐욕의 화신들만 아니었다면 참 아름..
일상
2025. 3. 15. 2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