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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다른 건 모르겠고, 오늘 오후 2시쯤부터 5시까지 무려 3시간 동안 긴 낮잠 잤다. 일어났을 때 어찌나 개운하던지, 늦은 밤 혹은 내일 이른 새벽까지 불면에 시달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조차 잠시 잊었을 만큼 개운한 오수(午睡)였다. 요 며칠 불면으로 인해 절대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종일 피곤하고 눈꺼풀이 내내 무거웠다. 그런데 오늘 한 번의 낮잠으로 부족한 잠이 많이 벌충되었다. 낮잠이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어차피 제대로 못 챙기는 밤잠의 부족분을 이렇게 낮잠으로라도 챙기는 건 그리 나쁠 것 같지 않다. 물론 긴 시간 낮잠을 자면 그것이 숙면을 방해하고 불면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걸 왜 모르겠는가. 하지만 당장 피곤해 죽겠는데, 불확실한 숙면을 바라며 확실한 피로 극복 ..
요 며칠 무리했더니 코감기가 찾아왔다. 기침은 안 나오지만, 코가 헐어 딱지가 생기고 숨 쉴 때마다 불쾌했다. 서랍과 냉장고를 뒤져 콧물 나올 때 먹는 캡슐 약 4알과 목감기에 먹는 액상 약 2개를 찾아냈다. 식사 후 약을 먹은 후, 식염수를 이용해 코 세척을 했다. 왼쪽 콧구멍에서 시커먼 피딱지가 쏟아져나왔다. 얼마나 시원한지, 그 순간만큼은 너무나도 통쾌했다. 여름이 가기를 더디 하니 공연히 나만 피곤하고 짜증스러운 코감기가 찾아왔다. 미련 많은 여름 탓이다. 아니다. 제 모습 가꾸기에 게으른 가을 탓이다. 피곤하고 컨디션이 안 좋다 보니 괜스레 계절에 심통 부린다. 여름과 가을이 무슨 죄가 있다고. 감기 왔는데도 냉면 먹고 아이스크림 먹은 나는 책임 없나? 공원에나 갈까 하다가 잠을 택했다. 문제..
아침에 일어나서 송도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식에 참석할지 말지를 10분쯤 고민했다. 독서교육팀에서 진행하는 행사라 내가 가지 않아도 상관없는 일이어서 처음에는 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게다가 행사장이 송도 센트럴파크라서 더욱 싫었다) 일주일 전쯤 팀장이 직접 내 자리까지 와서 초청장을 전해주기도 했고, 보운 형도 참석할 예정이라는 말을 듣고 맘이 흔들렸다. 감(監)이 생각하기로, 보운 형은 모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는데 문화 특보라는 인간은 얼굴 보기 왜 이리 힘드냐고 말할 것만 같았다. 물론 감(監)은 그리 말할 사람도 아니고 그런 문제를 지적할 만큼 한가한 사람도 아니지만. 아무튼 아침 운동을 위해 실내 자전거 위에 올라앉아 페달을 밟기 시작한 지 10여 분 만에 마음을 고쳐먹고 집을 나왔다. ..
오전 10시, 동인천 교육문화회관에서 후배 박 아무개와 회관의 자치학교 팀장을 만나기로 했다. 20분쯤 일찍 도착해 로비에서 5분쯤 앉아 있다가 9시 45분 3층 운영부 사무실에 올라가 방문 목적을 말하니, 부장 이하 팀장들이 회의 중이라고 했다. 커피를 마시고 기다리고 있다가 10시가 얼추 다 됐는데도 별말이 없어서 같은 팀원인 장학사에게 확인을 부탁했다. 회의장을 다녀온 장학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갑작스럽게 잡힌 회의라서, 회의가 언제 끝날지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전했다. 그 순간 화가 치밀었다. 일주일 전에 잡은 약속이고, 심지어 내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는데도 회의가 언제 끝날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너무나 황당했다. 만약 해당 직원이 “죄송하지만 조금 더 기다려주시면 곧 오시겠답..
예상했던 대로 H는 오전에 전화했다. 정확하게 9시 56분, H와 통화했다. H의 첫 질문이 “선배, 어젯밤에 전화하셨어요?”여서 속으로 피식 웃었다. 전화 감도가 좋지 않아 왜 그런지 물었더니, “너무 지하라서 그런가 봐요” 했다. 아마도 지하 주차장에서 핸즈프리로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었다. “또 훌쩍 시간이 흘러갈 수도 있겠지만, 10월에는 우리 꼭 봐요” 지난번 문자에서도 H는 그렇게 말했다. “본 지 오래되긴 했네. 혁재 엄마 빈소에서 보고 아직이니……” 내가 대답했다. “네, 10월에는 꼭 봐요. 제가 연락드릴게요.” H가 말했다. “그래, 시간 날 때 언제든. 나는 늘 거기에 그렇게 한결같이 있어” 했더니, “네” 하며 H가 웃었다. 웃는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의 말을 알아들었기 때문인..
낮에는 박 실장이 회의하러 왔다가 사무실에 들렀다. 담배 피우는 그를 위해 옥상에 올라가 가을볕을 쐬었다. 공기는 맑고 볕은 어찌나 따스한지 기분이 상쾌했다. 책상 앞에만 앉아 있으니 볕 좋은 것도 모르고 가을을 보내버릴 뻔했다. 후배들과 박 실장이 담배 피우며, 뭐가 좋은지 깔깔거리고 있을 때, 나는 일부러 팔을 크게 움직이며 옥상을 서너 바퀴 과장된 걸음걸이로 걸었다. 그러면서 ‘박 실장은 뇌경색으로 병원까지 다녀왔으면서 왜 담배를 못 끊는 걸까’ 생각했다. 10월 날씨치고는 너무 따스해 반소매 차림이었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피우다 남은 담배를 나에게 주며 박 실장이 돌아가고 나는 퇴근 준비를 했다. 사무실을 나오며, 연휴 기간 내내 집 밖으로 나가지 않은 내가 하도 기특해 스스로 ‘오늘쯤은 술 한..
어차피 벌어질 일은 반드시 벌어진다. 이미 벌어진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고민한다고 벌어질 일이 유예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고민한다고 벌어진 일이 없었던 게 되진 않는다. 미리 당겨서 고민한들 맘졸이는 시간만 길어질 뿐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나는 늘 벌어진 일이나 벌어질 일을 ‘다시’ 고민하거나 ‘미리’ 고민했다. 고민이 고민의 꼬리를 물고 계속 고민하게 만드는 형국이었다. 해결되지도 않고 해결할 수도 없는 문제를 고민하느라 내 영혼은 자주 황폐해지고 생활은 구겨진 종이처럼 자주 하찮아졌다. 몇 차례 모진 맘으로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해보았지만, 소심하고 예민한 성정은 개미지옥 같은 고민의 굴레에서 좀처럼 벗어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그러고 싶지 않다. 잡생..
날 부르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 왔으나 받지 않았다. 휴대전화 화면에 뜬, 발신자의 이름만 봐도 왜 전화했는지 알 수 있었다.축제 마지막 날, 술 한잔하자는 전화였을 것이다. 내일이 대체휴일이다 보니, 음주에 무모해진 게 틀림없다. 처음으로 쿠팡이츠로 마라탕을 주문해 봤다.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먹는다던데먹어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됐다. 담백하기도 하고, 얼큰하기도 하고, 구수하기도 하고아무튼 가격이 비싼 거 빼고는 먹을 만했다. 몇 가지 채소를 추가한 가격 16,000원. 일요일이 꼭 토요일 같다. 내일도 휴일이라 그럴 것이다. 고즈넉하고 편안함 밤이다. 재즈 연주가 듣기 참 좋다.
요약 편집된 2편의 영화 유튜브 영상, 20여 편의 동영상과 30여 편의 shorts,30여 곡의 재즈, 2시간의 운동, 6시간의 수면(낮잠 안 잠), 샌드위치 2개(식빵 4쪽), 달걀 2개, 두유 2개, 컵라면 1개, 아이스크림 5스푼, 밥 1공기, 물 1리터, 간장 채소 비빔밤, 포도 2송이,오늘 나를 행복하게 해준 것들. 10월은 악착같이 즐길 생각이다. 그게 계절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어제부터 부평풍물대축제가 시작되었다. 번잡한 곳이 싫어 가지 않았다. 후회도 미련도 없다.
엊저녁 음주에도 불구하고 숙취는 없었다. 다리가 저려 잠은 좀 설쳤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컨디션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두유 3분의 1을 마신 후 출근 준비했다. 아침 기온은 어제보다 뚝 떨어져 약간 서늘했지만, 땀 많고 더위 타는 나로서는 오히려 좋았다. 역으로 가는 길에 만난 통학 중인 문일여고 학생들의 옷차림은 하루가 다르게 무거워지고 있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도톰한 후드티를 입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요맘때가 되면 뭘 입어야 할지 늘 고민이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다른 요일보다 30분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옷장 앞에서 뭘 입고 나가야 할지 망설이다가 3분 지각했다. 그래도 내 방을 나가 15분이면 사무실에 도착한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가. 대체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