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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오전에 교육감실에서 임명장을 받았다. 세 번째 임명장이고, 청에서 받는 마지막 임명장이 될 것이다. 보좌관은 교육감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임명식 세 번 중에 오늘 가장 많은 사람이 교육감실에 모였다. 공공기관의 임명식은 공식 행사라지만, 식이라고 해봐야 주무관이 임명장의 내용을 읽고 교육감이 신규 특보에게 임명장을 건네며 악수하고 사진 찍는 게 다다.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소요된 시간은 5분 내외다. 식이 끝나고 총무과로 내려가 공무원 등록부를 작성했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로 올라와 책상을 정리한 후 집에 돌아왔다. 점심은 집에서 먹었다. 저녁에는 부평에서 선배들(부평문화원 원장 신동욱 선배와 선광 갤러리 관장이었던 순형 형, 그리고 수홍 형 등)와 술 마셨다. 마포주먹고기에서 1차를 했고, 2차로 역..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운동하고 혈압약과 당뇨 약을 처방받기 위해 병원에 들렀다. 9시(병원 문 열 때)에 맞춰서 갔는데 24시간 투석하는 병원이라 그런지 이미 서너 명의 방문객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 순서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가 혈압을 재고 손끝을 따 혈당을 확인했다. 다행히 혈압은 지극히 정상이었고, 혈당 수치는 120이었다. 주치의는 나에게 두 달 후에 다시 혈액검사를 해보자고 말했고, 나는 그러겠다고 했다. 1층 약국으로 내려가 처방받은 약과 식염수 한 병을 사서 집에 왔다. 오후 2시 40분쯤 보운 형에게 전화가 왔다. 접수할 때만 해도 목요일에나 받아볼 수 있을 거라던 신체검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더라며 자신은 지금 센터에 들러 결과지를 받아오겠다고 했다. 언제 전화해 본 건지, 원. ..
오전에 집주인을 만나 임대차계약서를 다시 작성했다. 주인 사내는 내가 그의 집에 들를 때마다 좀처럼 켜지 않는 에어컨을 켜주고는 하는데, 그게 고맙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그렇다. 물론 고마울 때가 더 많다. 집안 대소사의 결정권은 그의 아내에게 있고, 임대료도 그의 부인 계좌로 입금된다. 나는 그가 아내의 지청구에 반박하거나 대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완벽하게(?) 잡혀사는 이유가 아내에게 뭔가 책잡힌 게 있어서인지, 충청도 아저씨 종특인 유순한 성정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나에게 무척 고지식하면서도 착한 주인이다. 내가 파란만장한 어둠의 한 때를 치명적인 상처 없이 통과할 수 있었던 건 주인 사내와 같은 착한 이웃들과 나의 형제들, 그리고 하나님의 보살핌 때문이다. 아, 하나 ..
오전 1시에 잠이 들어 4시에 깼다. 음악을 틀어놓고 다시 자 보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 낭패였다. 오늘은 채용 신체검사 하는 날이어서 컨디션 조절이 필요했다. 눈만 감고 침대에 누운 채 길고 지루한 잡생각들을 머릿속으로 불러왔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아 유튜브를 보거나 넷플릭스를 시청했다. 뉴스는 보지 않았다. 잠 못 자서 몸 상태는 이미 엉망인데, 새벽부터 마음까지 다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익숙하지만 늘 힘든, 불면의 모진 시간을 견디다 보니 어느덧 7시를 지나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이 시간쯤 각종 약을 먹었을 테지만, 오늘은 검사 때문에 먹지 않았다. 당연히 물도 마시지 않았다. 신체검사는 최근 숭의동에서 구월동으로 신축 이전한 한국건강관리협회 인천지부에서 받았다. 1..
8월의 마지막 일요일인 오늘은 아마도 여름만의 고유한 색과 성정을 간직한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나는 그리 짐작한다. 예보가 맞다면 내일은 아침부터 비가 올 것이고 그 비가 그치면 가을이 성큼 이곳으로 다가올 터이니, 이제 더는 새롭게 열릴 9월의 날들을 여름이라고 부를 수 없다. 늦여름이거나 초가을이거나 계절의 들숨 날숨 안에는 가을의 기운이 스며들어 있어 오롯한 여름만의 시간은 끝난 것이다. 그리고 나의 여름은 빗속에서 저물 것이다. 이게 어떤 암시 같고 조짐 같아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좋아하는 빗속에서 여름이 저물고 가을이 온다니,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리하여 나에게는 가을 속에 여름이 남아있어도 이미 가을이고, 가을만의 색깔로 온 세상을 물들일 때도 당연히 가을이다. 비는 어쩌면 오..
아침에 일어나 입이 깔깔해 제로 콜라를 먹었다. 별로 좋지 않은 선택이다. 당의정 같다. 잠시 달착지근하고 시원한 맛에 마시지만, 이내 뒷맛이 개운하질 않다. 차라리 매실액을 물에 타 먹었으면 좋았을 텐데. 침대에 누운 채 휴대전화 앱으로 에어플레이 음악을 듣기 위해 원격으로 앰프를 깨웠다. 같은 와이파이에 연결해 있으면 휴대전화나 태블릿 등 각종 미디어와 앰프들이 모두 쉽게 연동된다. 그래서 휴대전화나 태블릿이 있으면 심지어 화장실에 앉아서도 거실이나 서재의 네트워크 앰프들을 켜고 끌 수 있다. 그래서 네트워크 앰프 뒷면에는 블루투스 및 무선 와이파이 안테나와 랜선을 꽂을 수 있는 포트가 있는 것이다. 한참을 누운 채로 음악을 듣다가 10시 반쯤 일어나 라면을 끓여 먹었다. 저녁에는 냉면을 먹었고, 아..
정책 특보 채용 공모에 최종 합격했다. 오전 내내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교육청 홈페이지를 30분 간격으로 드나들었으나 합격자 명단은 오후 5시가 될 때까지도 올라오지 않았다. 후배들과 약속이 있어 막 집을 나왔을 때 비로소 교육청 주무관의 전화를 받았다. 주무관은 나에게 최종 합격 되었으니 서류 정리해서 목요일까지 등록하라는 말과 함께 올해부터는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에 마약류 검사가 포함된 탓에 결과지를 받으려면 사나흘 기다려야 하니, (신체검사 결과지는 필수 제출 서류) 서둘러 신검을 받아야만 목요일에 등록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아울러 목요일 오전 9시, 교육감실에서 임명장 수여식이 있으니 참석하라는 말도 덧붙였는데, 등록하기도 전에 임명장을 준다는 말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아마 감이 지방 일정이 ..
어제가 그제 같고, 그제가 어제 같다. 기억의 힘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게 분명하다. 오래 내 것이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나를 떠나고 있다. 이렇듯 자꾸만 잊거나 잃다 보면마지막 순간에는 도대체 어떤 기억이 남아 있을까?마지막 순간까지 품고 있다가 함께 하늘에 들 기억들은 무엇일까?턴테이블을 교체해서 들어봤는데, 현재 사용하고 있는 플레이어가훨씬 사용하기 편하고 음질도 괜찮아서 그냥 사용하기로 했다. 요즘 딱히 결과물이 없는 일을 시간과 힘만 낭비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늘 말하는 거지만, 나는 뭔가에 집중하는 시간이 힐링하는 시간이다. 결과물이 없어도 과정이 즐거웠다면 그것으로 된 거다. 감량 중이다. 감량의 최대 적은 식욕, 식탐일 텐데, 나는 두 개가 다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먹는 거에 비..
그저께 만났던 후배 심 시인의 말이 종일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요즘 자신의 주변에 인공지능(AI)을 이용하여 시를 쓰는 시인들이 많아졌으며, 자신도 인공지능에 몇 개의 핵심 시어와 주제를 입력하고 시를 써달라고 요청했더니 인공지능이 그럴듯한 시를 써주더라는 말이었다. 나도 가끔 날씨나 스피커, 앰프의 성능과 턴테이블 등에 관한 정보를 얻어야 할 때 인공지능을 이용한다. 내가 인공지능을 불러낸 게 아니라 네이버나 구글 검색창에 궁금한 걸 물으면 자동으로 인공지능과 연결되어 얻고자 하는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인간과 대화할 수도 있고, 그림, 음악, 글쓰기, 포토샵 등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정보를 제공하고, 심지어 의뢰인이 요구하면 자기(AI)가 직접 ‘작품’을 만들어주기까지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