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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후원의 밤(일일주점) 티켓이 홍수다. 관의 지원 없이 자력으로 사무실을 운영하다 보니 각급 단위와 단체들은 사무실 운영과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경상비와 인건비에 늘 허덕인다. 제 돈 갖다 바치거나 보급 투쟁하면서 운동했던 시절과는 많이 달라져서 몇몇 기간단체들은 시 정부로부터 인건비와 경상비를 지원받고 있고, 보너스와 퇴직금도 보장된다고 들었는데, 회원 회비와 후원금에 의존하여 활동해 온 조직들은 작금과 같은 반동과 퇴행의 시절, 활동의 보릿고개를 넘기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이 동지의 주머니에서 나와 저 동지의 주머니로 돈이 옮겨가는) 폐쇄적 순환구조인 일일주점의 형태로 재정상의 어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건지. 매년 돈 나가는 주머니는 대개 같은 (사람들의) ..
❚ 어제 김재석 작가의 개인전 오픈 행사 뒤풀이에서 만난 후배들과 얘기하다가 나는 문득 “세월이 너무 빠르더라. ○○가 청라지구 아파트 당첨됐을 때 하우스푸어 됐다고 푸념했는데, 그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라고?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라니, 앞으로 또 훅하고 10년이 지나면 ○○나 나나 70대 중반이잖아. 그런데 뭔 미래의 계획을 짜고말고 해. 남은 세월 놀아도 부족할 판에 공부는 무슨 공부. 그래서 요즘은 눈치보지 말고 맘 가는대로 놀아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더군.”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는데, 그 말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고, 후배 창길이는 “그렇다면 놀 계획을 짜면 되잖아요” 하며 웃었다.나이가 들면 들수록 생각은 깊어질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것도 자신 없다) 몸은 점점 더 망가지겠지..
종일 흐렸다. 낮 기온은 22도, 내 주관적인 기준으로 볼 때, 무척 더웠다. 노스페이스 바람막이에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나왔는데도 그랬다. 퇴근 후 집에 올 때, 전철 안에서 땀을 어찌나 흘렸는지 안에 받쳐 입은 엠엘비 티셔츠의 목 카라와 어깨, 겨드랑이가 다 젖었다. 10월 말에 이렇게 땀 흘려 본 것도 오랜만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일러 예약 가동을 중지했다. 종잡을 수 없는 계절이다. 11시쯤 잘 알고 지내는 지역의 대선배와 그가 데리고 온 70대 남성이 사무실을 찾았다. 선배는 나를 보자 “어, 문 선생도 있었네” 하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선배와 인사하고 그간의 안부를 묻는 사이, 보운 형이 행정국장과 함께 사무실로 들어왔고, 네 사람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살짝살짝 들리는 목소리에..
시작하는 날씨는 춥지 않았다. 반소매 차림으로 테라스에 나가도 춥다기보다는 오히려 시원했다. 맑지는 않았지만,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오랜만에 산에 갈까 하다가 또 금방 그만두었다. 입고 갈 등산복이 없다는 이유를 찾았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었다. 어제 보일러실을 청소하고 난 뒤 느낀 성취감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문득 옷방이 생각났다. 겉으로는 잘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옷장 서랍을 열면 그 안의 내용물은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다. 서랍장을 열 때마다 ‘하루빨리 이 서랍장의 옷들을 정리해야 할 텐데’라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도파민에 절어 있던 어제의 기억은 자연스레 나를 옷방으로 이끌었다. 옷방에 들어가 5단 서랍장에 들어있던 옷들과, 상자에 담긴 채 창..
웬일로 컨디션 좋은 아침을 맞았다. 전날 음주하고 이튿날 거뜬하면 마음도 좋다. 창문을 열어 환기하고 주방으로 가서 삶은 달걀 하나와 두유 한 모금을 먹었다. 혈압약과 고지혈, 당뇨 약을 챙겨 먹고 아침 운동했다. 땀이 날 때까지 페달을 밟았다. 쉽게 땀이 났다. 엊저녁부터 보일러를 가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 전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이제 드디어 겨울이 왔군’ 하고 생각했는데, 웬걸, 다시 기온이 오르더니 늦여름 날씨처럼 따듯해졌다. 날씨가 이렇게 널을 뛰다니, 감기 걸리기 십상이지. 그래서 운동하다 말고 실내 온도조절기 앞으로 가서 4시간마다 25분씩 돌아가도록 설정했던 보일러 예약 가동을 6시간마다 돌아가도록 가동 간격을 늘렸다. 하루에 100분, 즉 1시간 40분 보일러가 돌아가는 셈이다...
속물처럼 말한다면, 우울한 하루다. 오늘(뿐만 아니라 최근 한 달 내내) 주가는 바닥을 쳤다. 내 주식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카카오 주가는 6년 전 가격인 2만 원대로 떨어졌고, 네이버와 삼성도 장난이 아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다섯 종목의 주식이 전부 마이너스다. 현재 손실률 30%, 손실 금액이 4천만 원에 육박한다. 이제 화도 안 난다.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무모한 투자를 진행한 결과다. 누굴 탓하랴. 물론 내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원인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트럼프가 일으킨 전쟁과 그의 대책 없는 행동, 미국 정치,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카카오와 네이버의 파업 등등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들이 줄줄이 사탕이다. 이러니 떨어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겼다고나 할까. 예전..
기온이 뚝 떨어졌다. 어제 낮에는 천천히 산책했을 뿐인데도 땀이 날 정도로 따듯했는데, 오늘은 어제와 확연하게 달랐다. 오늘은 보운 형과 점심 먹으러 청사 밖으로 나갔는데, 양평해장국 먹으러 늘 가던 길, 항상 붐비고 번잡했던 바로 그 길이 오늘은 무척이나 한산해 보였다. 그늘진 길을 갈 때는 찬바람이 옷 속까지 파고들었다. 다행히 출근할 때 기모가 있는 셔츠를 하나 더 입고 나와 한낮에는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10월의 남은 날들은 아마도 떠나야 하는 계절과 새로 오는 계절이 엎치락뒤치락하며 담판 짓는 시간이 될 것이다. 여름에서 가을로 바뀔 때, 여름은 다소 집요하게 미련을 보였다. 가을도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건 계절의 속성이라기보다는 떠나는 마음들의 공통적인 속성이기 때문이다. 봄이라 다르고 ..
오늘부터 금요일까지 강 특보는 학교 밖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걷기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강화에 들어갔고, 보운 형은 노동운동가 이총각 선배가 운영하는 ‘청솔의 집’ 일일주점 티켓 받으러 ‘희망 공간’에 가는 바람에 오늘은 집에 와서 혼자 점심 먹었다. 청에서 집까지 15분 거리라서 오가는 데 30분, 먹고 치우는 데 30분이면 충분해 가끔 집에 와서 먹고 갈 때가 있다. 최근에는 부서별로 시간차를 두고 점심시간을 운용하기 때문에 (1부서 11시 30분, 2부서 12시에 점심시간이 시작된다) 11시 30분 타임을 이용하면 30분 정도 여유 시간이 더 생긴다. 식사 후 만수역 앞 단골 미용실에 손님이 없어서 얼른 들어가 머리를 다듬다가 내친김에 파마도 했다. 1시 30분쯤 파마가 끝나 귀청하지 않고, 사전에..
비는 오지 않았지만 종일 흐렸다. 기온은 생각보다 낮지 않았다. 보운 형은 오늘도 외근이라 점심은 강 특보와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연어 스테이크와 부지깽이 나물밥, 조랭이떡 만둣국, 샐러드가 나왔다. “이렇게 나오는 식당이 어딨어요?” 식사를 마친 강 특보의 말이었다. 학생 때 빼고는 다른 구내식당에서 먹어 본 적이 많진 않지만, 우리 교육청 구내식당 메뉴가 가격 대비 맛과 질이 좋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매일 12시 넘어서 식당 가다가 오늘은 조금 빠른 11시 30분에 갔더니, 식사 마치고도 점심시간이 40분이나 남아서 강 특보와 함께 시청과 교육청을 빙 돌며 산책했다. 시청과 교육청 밖에서 담을 따라 돌다가 원점 회귀하는 산책이었는데, 거리가 얼추 1.5km는 족히 되어 보였다. 식당에서 출발해 담..
예상대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프렌치코트를 닮은 노스페이스 바람막이를 입고 나왔다. 며칠 전에도 똑같이 입고 출근했는데, 그때는 더워서 목과 등에 땀이 송송 뱄는데, 오늘은 오히려 서늘한 기운이 옷 속을 파고들었다. 사무실에서는 집에서 가져온 약간 도톰한 카디건을 입었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딱 적당했다. 밀린 일기 쓰고, 회의 하나를 하고 나니 오전이 다 갔다. 점심은 강 특보와 구내식당에서 먹었다. 오늘은 닭볶음과 열무된장국이 나왔다. 요즘 교육청이 노사 협상 중이라서 노동 특보 보운 형은 주 3일 근무자임에도 불구하고 매일 출근해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더구나 얼마 전 직장 내 갑질을 주장하며 국민신문고에 문제를 제기한 보육 상담사가 갑자기 의식 불명에 빠지는 일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