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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충격적이었다. 새벽 2시 30분에 잠이 깼다. 전날 11시 30쯤 잠자리에 들었으니 세 시간쯤 자다가 잠이 깬 것이다. 머리맡에 있는 휴대전화로 시간을 확인했을 때의 그 절망감이란........ 새벽 4시도 아니고 2시 반이라니....... 그렇게 깨면 좀처럼 다시 잠들 수 없다. 유튜브 영상을 켜놓거나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있다가, 불현듯 선잠이라도 드는 날은 무척 행복한 날이다. 그러나 오늘은 만사휴의(萬事休矣)였다. 그래도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되지 않는 가수면 상태가 몇 차례 찾아오긴 했다. 그 꿈속에서 엔믹스 설윤과 팔짱 끼고 길을 가다가 사람들을 만나 인사했다. 설윤과 함께 걷다니, 그게 어떻게 현실이겠나. 아마도 엔믹스 영상이 알고리즘을 타고 자동 재생되다가, 잠 못 자고 뒤척이는 나를 ..
9월 햇볕 같지 않은 뜨거운 볕이 쨍쨍 내리쬔 하루였다. 가을보다는 늦여름 느낌이 든 그런 하루였다. 사실 오늘만 그런 게 아니라 요즘 근 일주일째 날씨가 이렇다. 곡식과 과일은 실하게 영글고 있을 것이다. 점심에는 소통협력실 직원들과 삼계탕을 먹었다. 원래는 청에 들어올 때부터 알고 지낸 시민 소통 팀장 주 아무개와 우리 사무실 세 명만 (나, 보운 형, 강 특보) 조촐하게 식사하려고 했는데, (3주 전에 잡아놓은 약속이었다) 우리가 만난다는 소식을 들은 (이번에 새로 온) 담당관이 자신도 우리에게 인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판이 커졌다. 결국 나, 보운 형, 강 특보, 소통협력실의 담당관 권 아무개와 특보 윤 목사, 주 팀장, 대변인 상훈 등 7명이 함께 식사했다. 식당을 나와 Tea time을..
다시 청에 들어온지 3주째에 접어들었다. 시간은 무덤덤하게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마음은 무덤덤하지 않고, 뭔가 개운찮은 느낌이 떠나질 않는다. 이런 느낌이 든 건 청에 들어오기 전부터다. 선거가 끝나고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얻지 못했다는 이유로 함께 일했던 동료와 조직을 고발한 정치 건달들이 있었다. 그런 정치꾼들이 어떻게 캠프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로 인해 당시 캠프에서 일했던 동료들이 줄줄이 경찰서에 불려 가 조사받고 있다. 또한 함량 미달 친구 하나가 특보로 들어와 나와 함께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나를 우울하게 한다. 큰 포부를 품고 들어온 청에서 이런 우울한 소식을 자꾸만 접하다 보니,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주변 상황과는 상관없이 나에게..
지지난 주 며칠은 가을 날씨답게 선선하더니 요 며칠은 내내 더웠다. 그나마 아침에는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났다. 오전 내내 거실에 앉아 음악을 듣거나 아시안게임을 시청했다. 점심에는 엊저녁 (누나가 사다준) 먹다 남은 족발을 이용해 김치찌개를 끓였다.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돈고츠 김치찌개라고 해야 하나. 어제 먹을 때는 몰랐는데, 점심에 찌개 끓이려고 열어 보니 생각보다 콜라겐이 붙어 있는 살코기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나이 들어 양이 준 모양이다. 오후에는 영화 을 보다가, 정말 오랜만에 (다시 출근하고 처음으로) 길게 낮잠 잤다. 세 시간은 족히 잔 거 같다. 덕분에 묵은 피로가 가셨다. 무거웠던 눈꺼풀도 가벼워졌다. 점심을 넉넉하게 먹은 탓인지, 저녁은 당기지 않아 두유 2개와 아이스크림 열 ..
집돌이가 되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집에서 나가지 않는다. 가끔 선배나 후배들이 술 마시자고 전화할 때, 그래서 갈등한다. 술 마시는 일도 ‘특별한 일’에 포함되는 일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설사 사소하더라도 사회적 동물로서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하는 행동이 있긴 하다. 다만 이전에는 내 쪽에서 연락하는 일이 많았다면 요즘은 대개 연락받는 쪽이 되었다. 어제만 해도 수홍 형은 약간 취한 목소리로 내게 전화했다. “어디서 술 마시고 있어?”라고 그는 물었고, 나는 “오늘은 집에 있어요”라고 대답했는데, 만약 내가 어딘가에서 술 마시고 있었다면 그는 내가 있는 곳으로 2차 하러 왔을 게 분명하다. 또 이전의 나였다면 “형은 어디 있는데요?” 묻고는 시간 불문하고 그 자리로 술 마시러 나갔을 것이다. 나는 ..
같은 금요일인데, 오랜만에 직장에서 맞는 금요일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나는 6년 가까이 시간 선택제 임기제 직원으로서 주 15시간 근무를 해왔다. 즉 이틀만 출근하면 되기 때문에 금요일은 대개 업무가 없거나 집에 있었다. 그래서 직장인들이 사용하는 ‘불타는 금요일’이라는 의미의 ‘불금’이란 단어가 썩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 5일 근무하다 보니, 금요일 오후가 일주일 중에 가장 설레는 시간이라는 걸 비로소 알겠더라. 같은 시각, 같은 공간이라도 자신이 처한 존재 조건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한 금요일이다.
청(廳)에 세 번째로 재임용된 후 첫 월급을 받았다. 9월 7일부터 근무했지만, 교육공무원 월급일이 매달 17일이어서 열흘 일하고 월급 받게 된 것이다. 다만 9월 둘째 주부터 일했으므로 첫 주 분 임금은 감액되었다. 1일에 임용되었으면 100만 원 넘게 감액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청 내부 상황 때문에 임용 과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첫 주를 건너뛴 게 아쉽긴 하다. 그리고 앞선 두 번은 경력이 이어지는 재임용이었지만, 7일에 시작한 세 번째 임용은 스스로 퇴직(의원면직)했다가 다시 시험 보고 입사한 거라서 월급이 5급 기본으로 리셋되었다. 그래서 비록 근무 시간이 주 15시간에서 35시간으로 두 배 넘게 늘었지만, 아직은 앞서 받던 월급과 큰 차이 없다. 보운 형은 주 3일만 근무하기 때문에 오늘은 ..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어젯밤 늦게까지 심사하고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더니 이 ‘사단’이 났다. 사실 다른 날보다 상대적으로 이를 뿐이지 자정 넘어 잤으니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고질적인 불면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어제 수면 전투는 내가 패배했다. 요즘은 잠에서 깨면 시계부터 본다. 오전 6시가 지났으면 안심하고, 5시 이전이면 좌절한다. 6시가 넘었어도 절대 수면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심리적인 문제인 거다. 마치 플라세보 효과처럼, ‘음, 적어도 최소 수면량은 채웠구먼’ 하면서 안심하는 거다. 잠이 나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다. 속수무책이다. 새벽 4시에 잠이 깨다니, 얼마나 암담한가. 다시 잠들어 보려고 눈 감은 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잠이 올 리 만무했다. 오지..
오랜만에 집밥 생각나서 인천예고 근처 한정식집 ‘옛정’을 방문했다. 이곳은 갈 때마다 사장님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고, 엄마 손맛 생각나는 나물과 조림, 무침과 찌개가 일품이어서 집밥이 생각나면 가끔 들르는 식당이다. ‘옛정 정식’은 매일 달라지는 찌개나 국을 포함해 8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가격은 9천 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도 만 원이 넘는데 밥값 9천 원이면 가성비 있는 가격이다. 함께 간 보운 형도 “문 동지, 오늘 ‘옛정’에 오자고 한 건 탁월한 선택이야”라며 흡족해했다. 식사를 마치고 날씨가 너무 좋아 곧장 청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시청 정문 방향까지 크게 우회하여 걸었다. 볕은 따가웠으나 습하지는 않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대기질도 좋아서 산책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이토록 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