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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평범한 하루
새벽 4시에 잠이 깼다. 어젯밤 늦게까지 심사하고 돌아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잤더니 이 ‘사단’이 났다. 사실 다른 날보다 상대적으로 이를 뿐이지 자정 넘어 잤으니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다. 고질적인 불면이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어제 수면 전투는 내가 패배했다. 요즘은 잠에서 깨면 시계부터 본다. 오전 6시가 넘었으면 안심하고, 5시 이전이면 좌절한다. 6시가 넘었어도 절대 수면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저 심리적인 문제인 거다. 마치 플라세보 효과처럼, ‘음, 적어도 최소 수면량은 채웠구먼’ 하면서 안심하는 거다. 어쩌면 잠이 나를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4시에 깨서 암담했다. 물론 다시 잠에 드려보려고 눈 감은 채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잠이 올 리 만무했다. 이..
오랜만에 집밥 생각나서 인천예고 근처 한정식집 ‘옛정’을 방문했다. 이곳은 갈 때마다 사장님이 환한 얼굴로 맞아주고, 엄마 손맛 생각나는 나물과 조림, 무침과 찌개가 일품이어서 집밥이 생각나면 가끔 들르는 식당이다. ‘옛정 정식’은 매일 달라지는 찌개나 국을 포함해 8가지 반찬이 나오는데, 가격은 9천 원이다. 칼국수 한 그릇도 만 원이 넘는데 밥값 9천 원이면 가성비 있는 가격이다. 함께 간 보운 형도 “문 동지, 오늘 ‘옛정’에 오자고 한 건 탁월한 선택이야”라며 흡족해했다. 식사를 마치고 날씨가 너무 좋아 곧장 청으로 가지 않고 일부러 시청 정문 방향까지 크게 우회하여 걸었다. 볕은 따가웠으나 습하지는 않았다.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었다. 대기질도 좋아서 산책하기에 최적의 날씨였다. 이토록 아..
오랜만에 신포동에서 혁재 커플과 자운 누나를 만나 술 마셨다. 자운 누나가 홍어삼합을 좋아해서 ‘굴따세’에서 만나려고 했는데, 월요일은 업소가 휴일이다. 할 수 없이 ‘굴따세’ 맞은편에 있는 횟집 ‘소래포구’에서 만났다. 본처보다 더 오래 혁재를 만난 로미는 "이제는 오혁재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하며 이전과는 달리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옆에서 혁재는 말없이 웃기만 했다. 자운 누나는 얼마 전 발을 다쳤는데, 다행히 거의 완치가 되어 이제는 지팡이 없이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2차로 신포동집에 갔다. 도착해 보니 홍이와 근직이가 술 마시고 있었고 잠시 후에는 산이가 합류했다. 신포동 식구들은 언제 봐도 활기차다. 신포동집에 한 시간쯤 머물다가 취하기 전에 일행들보다 먼저 일어났다. 나오면서 홍..
예순세 번째 생일이다. 참 오래 살았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아지기 시작했음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삶은 숨 가빠진다. 내 삶 또한 40대부터 힘들어진 것 같다. 가장 역동적으로 일해야 할 때 나는 정신적으로 조로(早老)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간의 무서움을 몰랐던 것과 눈앞의 행복이 영원할 거라고 믿었던 게 가장 치명적인 판단 착오였다. 그 대가는 엄청났다. 다시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다행히 그 긴 질곡 속에서 헤어날 수 있었던 건 엄마의 기도와 시(詩)였다. 신의 은혜와 시를 통해 얻게 된 마음의 위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내가 존재하지 않았을는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아득하면서도, 다시 생각하면 신기할 정도로 고마운 일의 연속이다. 문득 생일을 맞고 보니, 지..
친구 아들 결혼식에 갈지 말지를 오전 내내 고민하다가 축의금만 보내고 가지 않았다. ‘갈지 말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관계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겠지. 그래도 얼굴은 아는 사이이니 축의금은 보낸 것이다. 그 친구와 둘이서 술 마셔 본 적도 없고, 둘만 따로 전화한 적도 없다. 같은 산우회 소속이라 두어 차례 등산을 함께했을 뿐. 하지만 축의금 보내는 건 고민하지 않은 걸 보면 그래도 그 친구가 내 ‘친구’의 범주 안에는 있는 건 확실하다. 원래는 아들, 큰누나와 함께 가족 묘역을 방문하려고 했는데, 큰누나가 누수와 도배 공사 끝나고 치워놨던 화분을 원래 자리로 옮기는 일이 고됐던지 컨디션이 안 좋아져 다음에 가기로 했다. 다음이라고 말했지만, 아마 추석 명절이 지나고 나서야 들르게 될 거 같다. 명절이..
4달 만에 구내식당에서 밥 먹었다. 보운 형은 나오지 않는 날이라서 강 특보와 둘이 먹었다. 점심 먹고 교육청 운동장 주위를 서너 바퀴 돌고 들어왔다. 그래도 땀나지 않은 걸 보면, 확실히 여름은 기세가 한풀 꺾인 게 분명하다. 오후에는 27차시나 되는 공직자 교육을 듣기 시작했다. 교육연수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직자 의무 교육을 신청하고 보니, 다시 공직의 세계로 돌아온 게 실감이 났다. 퇴근 후에는 오랜만에 학생교육문화회관 ‘가온 갤러리’를 방문했다. 인천 작가 10명이 ‘기억의 땅, 공간의 흔적’이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여는데 오늘이 오프닝 행사가 있는 날이었다. 대부분 아는 작가여서 품앗이 혹은 예술가의 의리 차원에서 방문하긴 했지만, 직접 작품을 만나고 보니, 오지 않았으면 아쉬울 뻔했다. 특히..
형제들이 모여 밥 먹었다. 생일 맞은 나를 위한 오찬이었다. 내 생일은 13일 일요일(음력 8월 3일)이지만, 그날은 동생이 수업이 있어서 오늘 모였다. 혼자 사는 사람의 자격지심일 수 있겠지만, 사실 난 생일 축하 모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형제들의 생일도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가족끼리 즐겁게 보내면 될 일이지, 왜 굳이 식당 예약하고 선물 준비하고 시간 맞춰 참석해야 하는 수고를 자청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누나들이 그렇다. 그래서 언젠가 이런 내 생각을 말했더니 작은누나는 “내내 혼자 지내다 보면, 우울증이나 치매 와”라고 말했다. 물론 나를 걱정해서 한 말이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건 누나의 오버센스다. 나는 오히려 무리 속에 있으면 기가 빨린다. 형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오늘은 ..
출근했을 때, 어젯밤 노사팀 신구(新舊) 팀장 및 직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던 보운 형은 의자에 기대 졸고 있다가 나를 보자 게슴츠레한 눈으로 “왔어?” 하고는 이내 다시 눈을 감았다. 내가 “어제 많이 마셨나 봐요?”라고 물었지만, 이어폰 때문인지 무반응이었다. 형은 한 시간가량 그 상태로 잤다. 그리고 깨자마자 “아참! 나, 증명사진 가져왔어.” 하고는 지갑에서 증명사진을 꺼내 내게 주며, “공무원증 신청 좀 해줘” 하고 부탁했다. 일단 형의 증명사진을 카메라로 찍은 후, 나의 메일로 발송했다. 그런 후에 형의 컴퓨터에서 내 메일(다음)을 실행한 후 폰으로 보낸 그 사진을 다운로드하여 형의 컴퓨터에 저장했다. 그리고 업무포털 나이스로 들어가 그 사진을 등록한 후 공무원증 신청을 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
종일 교육청 내부 통신망인 아이스 톡(Ice talk) 설정과 나이스, 파인에듀 등 업무포털 연결을 위해 시간을 보냈다. 앳된 담당 주무관은 우리(특보)가 채용되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총무과에서 나의 인사 관련 정보가 아직 나의 부서인 정책기획조정관으로 넘어오지 않은 듯했다. 다소 황당했지만, 곰곰 생각해 보니, 어제 날짜로 근무가 시작되었고, 공공조직 특유의 복잡한 결제 라인을 고려할 때 그리 늦은 것도 아니다. 그나저나 내가 없는 동안 정보 기획과에서 휴면 컴퓨터라는 이유로 내 컴퓨터를 건드리는 바람에 (뭘 어떻게 건드려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 업데이트도 안 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자꾸만 렉이 걸려, 결국 내일 1시에 컴퓨터를 포맷하고 모든 프로그램을 새로 설..
지난 4월 의원면직하고 퇴사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직원이 되어 청에 출근했다. 6년이나 일한 직장이지만, 퇴사하면서 모든 게 초기화되었으므로 급료 산정, 내부 통신망인 아이스 톡(Ice-talk) 등록, 공무원증 발급 등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다만 6년간의 경력은 사라지지 않고, 인정되는 시스템인지, 최종 합격하고 총무팀에 제출해야 할 서류 목록에 ‘경력 인정 요청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경력이 인정된다면 급료 산정에 반영될 것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모든 절차가 더디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늘은 달랑 예산팀 주무관이 와서 부양가족 확인서와 공무원 회비 원천징수 동의서만 받아 갔다. 그래서 오늘은 내부 통신망에 접속할 수 없어 전화로 모든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 점심때에는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