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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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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깼으나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다 다시 잠들어 9시쯤 일어났다. 오늘도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강추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보일러의 빨간 ‘운전 중’ 불빛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위를 느낄 뿐 직접 피부로 느낀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거 같지만, 반바지 차림으로 실내를 돌아다닐 때마다 늘 죄를 짓는 기분이다. 입으로만 에너지 절약을 외칠 뿐 실제 생활에서는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엄마 생전에는 연로한 엄마를 위해 실내 온도를 높였다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현재까지도 실내 온도를 낮추지 않은 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물론 엄마 계실 때는 23도였고 지금은 1도 낮춘 22도지만, 그래도 21까지는 낮출 수 있을 거 같은데 관성 때문에 낮추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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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 눈 내렸다. 휴대전화 날씨 앱에선 대설(大雪)이 내릴 거라고 예보했지만, 사실 대설은 아니고 지면을 살짝 덮을 만큼 눈이 왔다. 다만 지난번 폭설 때는 날이 따듯해서 눈이 내리자마자 이내 녹았으나 오늘 내린 눈은 한파주의보와 함께 내린 눈이라서 빙판길을 만드는 위험한 눈이었다. 그래서 출근할 때는 눈에 덜 미끄러지는 운동화를 골라 신고 나왔다. 그래도 계단을 내려올 때는 난간을 꽉 잡고 천천히 모로 걸어 내려와야 했다. 다른 날보다 오늘은 일찍 출근하는 날이어서 (그만큼 퇴근도 빠르다) 계단에 쌓인 눈을 청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집을 나와 만수역까지 가는 동안 쌀가루 같은 고운 눈이 풀풀 날렸다. 바람까지 세게 불어 추위는 한층 매서웠다. 길은 미끄럽고 날은 춥다 보니 행인들은 한껏 몸을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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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껴지긴 하지만 티 나지 않는, 조금씩 조금씩, 느리지만 일관되게 무너지거나 균열이 생기는 중. 그러나 아직은 그 균열의 깊이와 길이, 방향과 강도는 모르는...... 그래서 위기감도 없고 변화의 필요성도 인식하지 못하는, 아니 이미 균열이 동반하는 최면에 걸려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건지도 모르지. 다시 말해서 설사 안다고 해도 이미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최면에 깊게 걸린 상태의 의식이거나 생활 방식이거나, 하지만 생활 방식은 결국 의식이 결정하는 것이 아닌가? 아니라면 최면에 걸린 생활이 의식을 규정하는가? 전자일 수도 있고 후자일 수도 있으며 둘 다일 수도 있을 텐데...... 깊이, 길이, 방향, 강도를 모르는 균열이 지배하는 삶은 도대체 나의 삶인가, 균열의 삶인가? 내 삶이 균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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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에 없던 만남이었다. 365일 술 마시지만 건강은 나보다 좋은 수홍 형이 연락하지 않았다면 움직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오늘은 영하 12도,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다. 오후에 전화한 수홍 형은 “올해 들어서 우리 만난 적 없지?”라고 묻더니 앞뒤 다 잘라내고 대뜸 “어디서 볼까? 갈매기 아니면 인천집?”하고 물었다. 인천집을 좋아하는 형이 갈매기를 선택지에 넣은 건 나를 염두에 둔 것이다. 내가 아무 곳이나 괜찮다고 했더니 형은 “나 소장도 같이 보려고 하는데, 괜찮지?”라고 다시 물었다. 그 물음에도 나는 “상관없어요. 준식 형(나 소장)과 연락해서 장소 확정되면 전화 주세요” 했는데, 전화를 끊은 지 1분도 안 되어 ‘6시 갈매기’ 하는 짧은 문자가 도착했다. 수홍 형과 준식 형은 나와 만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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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꽝꽝 얼어도 오늘은 절기상 입춘입니다. 꽃만 환한 봄 말고 그늘진 마음도 일제히 환해지는 그런 벅찬 봄날을 당신과 함께 맞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인천지역 문화 현장에서 뚝심 있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꾸물꾸물 문화학교' 윤종필 대표가 매년 보내주는 12지신상 판화와 1년간의 활동을 아카이빙 한 자료집입니다. 문화학교를 개교한 지 벌써 15년이 되었네요. 앞으로도 한결같이 인천 시민과 함께 건강하고 재미있는 커뮤니티 아트를 만들고 누리고 확산해 가길 온 맘으로 응원합니다. 보내준 판화의 주인공(뱀)처럼 나도 올 한 해를 지혜롭고 유연하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학교'의 발전과 윤 대표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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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가 끝나고 오랜만에 출근했다. 집을 나올 때 날씨 상황을 확인했다. 최저기온 영하 6도, 최고 기온 영하 3도, 한낮의 기온이 영하라면 날씨가 꽤 쌀쌀하다는 말이어서 경량 패딩 대신 두꺼운 다운 패딩을 입었고 목도리를 했다. 비니와 장갑은 만약을 대비해 가방에 넣어두었다. 평소 같았으면 만수역부터 집 앞에 있는 문일여고 학생들의 롱패딩과 재잘거리는 목소리가 들렸을 텐데, 방학이라 그런지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이 없는 거리가 낯설었다. 8시 40분에 시청역에 내렸는데, 빠른 걸음으로 종종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마도 시청이나 교육청 직원들일 것이다. 오랜만에 사무실 문을 열었더니 김영철 선배는 보이지 않았고 보운 형만 혼자서 컴퓨터로 뉴스를 시청하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어서 오세요”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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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보아오던 일요일의 풍경이었습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활짝 웃는 화초들의 얼굴을 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테라스에 나가 담요를 탁탁 털 때 정강이와 뺨을 훑고 가는 겨울바람이 의외로 유순해서 좋았습니다. 성실한 보일러는 맞춰놓은 온도에 이를 때마다 빨간 불빛을 내며 인사하곤 했습니다. 작은 방의 빨래는 바싹 말라 단정하게 개어서 옷장에 넣고, 침대보는 네 모서리를 맞추어 반듯하게 깐 후 팡팡 쳐서 평평하게 만들었습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냉장고를 열고 양배추를 잘게 썰어 밀폐용기에 넣어두었고, 포기김치를 썰어 작은 김치통에 소분(小分)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일은 하나도 급하지 않은 일들입니다. 습관처럼 청소하고 무료해서 빨래하고 마음이 한갓지지 않아 이것저것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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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칠통마당’에서 진행하는 ‘우현 고유섭 탄생 1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할지를 기상했을 때부터 고민했다. 교육감이 참석하기도 하고, (그래서 어제 축사를 써 보냈다) 오랜만에 지인들도 보고 싶었으며 무엇보다 이 행사를 주최하는 순례단 회원인 Y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이 있었다. 하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요즘은 사람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일이 부담스럽다. 점점 폐쇄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성향을 극복하려면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할 텐데, 그게 너무 힘들고 불편해 그러고 싶지 않다. 그래서 보좌관이라는 사회적 신분과 내향적인 자연인 사이의 갈등은 늘 아슬아슬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2월이다. 시간이 이렇듯 빨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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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하지는 않았지만, 오전에는 비서실에서 부탁한 우현 고유섭 탄생 120주년 기념식에서 읽을 교육감 축사를 써서 보냈다. 내일 행사가 열리는데 하루 전에 축사를 부탁한 걸 보면 예정에 없던 일정이 갑자기 잡혔나 보다. 비서실에 보낸 포스터와 일정표에 의하면, 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6시까지 문화재단 '칠통마당'에서는 우현 탄생을 기념하는 걷기 대회와 기념식, 세미나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다만 한 가지, 우현은 분명 훌륭한 인천의 인물이고 그의 미술사적 업적은 반드시 계승되어야 하지만, 특정인과 특정 단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우현이란 인물을 지나치게 상품화하여 (시 정부나 재단의 지원금을 겨냥해) 가볍게 (우현을) 소비하는 작금의 현실은 볼썽사납다. 최근 들어 정체불명의 우현 관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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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반쯤에 다인아트 윤 대표가 전화해 "선생님, 시간 있어요? 괜찮으시면 점심이나 같이 먹지요" 했다. 그 '점심이나'가 사실 '술 한잔하지요'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사실 수일 전, 은준 부친 발인일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아 약간 술도 고팠다. 윤 대표에게 혁재에게도 연락해 보라고 부탁한 후 서둘러 외출 준비를 했다. 20분쯤 후 집 앞에 도착한 그녀의 차를 타고 만석동 혁재의 작업실로 가서 그를 픽업했다. 차로 이동하며 우리는 일단 휴일에도 열었을 만한 식당을 떠올리다가 내 제안으로 신기시장 단골 포장마차인 '이쁜네'로 방향을 정했다. 혁재가 오늘은 본가에 들어가 엄마를 챙겨야 한다고 해서 그의 집과 가까운 '이쁜네'를 생각했던 것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12시 전이었고, 불이 꺼져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