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그래, 이제 다시 시작이다 (4-5-토, 비) 본문
며칠 사이에 집안의 화초들이 더욱 화사해진 것 같다. 실상 봄이 깊어지니 당연한 일이겠으나, 사람은 본디 마음으로 사물을 보는 법이니, 내 마음이 밝아졌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종일 보지 않던 뉴스를 시청했다. 방송마다 탄핵 인용 소식과 광장의 환호성을 전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부아가 치밀어 보지 못했던 정치 뉴스들을 맘 편하게 볼 수 있게 돼 고맙고도 감격스러웠다. 저쪽 사람들은 마찬가지 이유로 뉴스 보기가 괴롭겠지. 한편으론 괘씸하고 고소한 생각도 들긴 하지만, 같은 나라 국민이 서로 적대적 관계가 되어 증오와 저주를 퍼붓는 살풍경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윤이 저지를 일 중에 가장 나쁜 일이 국민을 양분시킨 것이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과제는 찢기고 갈라진 국민의 마음을 위로하고 다독여 대통합의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다. 물론 쉽지 않다. 진영논리처럼 낡았으면서도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논리도 없다. 그리고 진영 나누기를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부채질하는 나쁜 정치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한술 밥에 배부르겠는가? 승자는 진정성을 가지고 관용과 포용의 모습을 보여야 하고, 패자 역시 증오심을 버리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자멸하게 될 뿐 희망은 없다.
밤 7시쯤 혁재가 전화했다. 어제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며 카페 ‘산’에서 보자고 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연락했으면 거절했을 텐데, 혁재의 전화여서 거절하지 않았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사장인 성식과 혁재는 무대에서 연주하며 노래 부르고 있었다. 손님은 한 테이블도 없었다. 소주 3병을 마시고 귀가할 때쯤에야 비로소 손님 한 명이 들어왔다. 내일 강화를 가야 하는 혁재를 택시 태워 보내고 나는 천천히 걸어서 집까지 왔다. 카페에 갈 때는 이슬비가 내렸는데, 돌아올 때는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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