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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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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호젓한 명절이다. 나쁘지 않다. 예상대로 아들에게서는 전화 한 통 없었다. 조금 서운했지만, 서글프지는 않았다. 종일 영화 보고 낮잠 자고 눈 쓸고 청소했다. 청소하고 눈을 쓸 때는 엄마가 자꾸만 생각났다. SNS를 통해 명절 덕담들이 속속 도착했지만, 나는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나 자신은 무척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명절이었다. 기침은 오늘도 한결같았다. 문을 연 약국까지는 너무 멀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믿는다. 늘 그래왔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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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이탈리아 여행 중인 동생네 가족이 카톡으로 글과 사진들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 글과 사진을 확인하고 모두 행복해 보여 보기 좋다는 답장을 보냈다. 작은 조카 우진이(안경 쓴 인물)가 프랑스에 6개월 전부터 교환학생으로 가 있었고 이번 명절 연휴를 맞아 나머지 가족이 프랑스로 날아가 조카를 만난 후,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해 보여 내 마음이 다 환해졌다. 나는 비록 가족이라곤 무심한 아들밖에 없어서 사진 속 동생네처럼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형제인 동생네 가족이 행복하다면 나도 행복한 것이다. 동생도 내 가족이고 조카들도 내 가족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소식에 덩달아 들뜬 명절 연휴였다. 오늘도 자주 눈발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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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많은 눈이 내렸다. 귀경, 귀향길이 만만하지 않겠지만 창밖에 펼쳐진 눈 내리는 풍경은 아름답고 보기 좋았다. 흔히 세밑이나 정초에 내리는 눈은 상서롭다고 하여 서설(瑞雪)이라 불렀다. 아무쪼록 오늘 내리고 쌓인 저 눈이 그간 우리네 삶을 힘들게 했던 모든 난맥과 일상의 몹쓸 질곡들을 깨끗하게 정화해 주는 서설이었으면 좋겠다. 오늘은 덤으로 얻은 임시 공휴일, 소중하고 알뜰하게 보내고 싶었으나 이러저러한 잡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라 멍하니 앉아서 보낸 시간이 많았다. 그래도 명절은 즐겁고 설레는 날이어서 그런지 한없이 풀어져서 지냈는데 별다른 죄책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이 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그간의 안부를 서로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그 모든 가족들의 시간이 일분일초도 예외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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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운동하다가 부고를 받았다. 조각가이자 화가인 친구 박충의의 모친 부고였다. 모바일 부고장을 받았을 때, 성모병원 장례식장이라고 해서 부평구 동수역 근처에 있는 인천성모병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서구 심곡동에 있는 가톨릭 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장례식장이었다. 거리가 만만찮았으나 다행히 인천지하철 2호선을 타고 서구청역에서 내려 10분쯤 걸어가면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심곡동은 친한 선배가 근무하던 인천연구원이 있는 곳이라서 선배를 만나거나 세미나를 위해서 자주 갔었고, 특히 오래전에는 동창인 명애가 그곳에서 횟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친구들과도 자주 갔던 동네다. 11시 15분에 만수역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서구청에 도착했더니 11시 50분이었다. 30분 조금 더 걸린 셈이다. 역에서 나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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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단 한 통의 전화도 없었다. 부고 문자 두 개와 작가회의 시분과에서 보낸 공지를 제외하면 문자도 드문 하루였다. 전화받는 걸 무척 불편해하는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다만 오늘도 기침은 떨어지지 않았다. 판피린 2병과 기관지염증 치료 물약 2포를 먹었다. 상태는 분명 호전되고 있었다. 가슴께 통증이 현저하게 완화되었다. 기침을 해도 옆구리가 결리지 않았다. 더구나 대기질도 좋아서 마스크를 하지 않고 돌아다녀도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집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만 있었다. 올빼미 생활을 청산하고 직장에 나가기 시작한 초기에는 6~7시쯤 일어나 시작하는 하루가 무척 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생활이 5년째 접어들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데도 하루가 짧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의미 없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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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오늘이 설 명절 연휴 첫날이다. 다니는 직장의 업무 강도가 그리 힘든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는 날은 언제나 즐겁다. 출근하지 않았어도 일찍 일어나 시장도 다녀오고 밀린 일도 처리하고 심지어 빨래까지 마쳤는데도 오전 시간이 남았다. 점심에는 곰탕 국물(팩)에 장 봐온 순대와 각종 채소, 떡국떡, 김칫국물을 넣고 얼큰한 순댓국을 끓여서 먹었다. 가게에서 파는 순댓국보다 맛있었다. 물론 전적으로 내 입맛 기준에서 그랬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요리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요섹남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기보다는 반찬)는 간편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한 기침만 아니라면 훨씬 느긋하고 여유로운 휴일이었을 텐데, 며칠 전에 걸린 기침감기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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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앞두고 생각이 많다.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연락이 끊긴 친구들의 소식도 궁금하다. 젊어서는 어떻게 무소식이 희소식일 수 있는지를 의심했으나 이제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어쩌면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한 자신의 쓸쓸한 처지를 무덤덤하게 말함으로써 자식과 지인들에게 잊힌 듯한 서운함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를테면 내 아들이 어버이날이나 명절에 전화 한 통 없을 때, 아비로서 무척 서운하지만, 그래도 어디가 아프거나 사고가 났다는 전화보다는 차라리 무소식인 게 낫다고 자위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아무 연락이 없다는 건 일신상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걸 의미하니 말이다. 사실 나는 아들의 전화 말고는 다른 사람 전화를 별로 기다리지 않는다. 특히 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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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나를 찾지 않던 불면이 최근 초대받지 않은 방문을 거듭하고 있다. 불면은 나의 오래된 불청객이다. 몸은 분명 피곤한데 어째서 잠은 안 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오늘도 새벽에 깼다. 다시 잠을 자려고 무진 애를 썼지만 가수면 상태로 아침을 맞았다. 희한한 건 그렇게 자고도 하루를 견딜 수 있다는 거다. 물론 점심 이후에 졸음이 잠시 몰려들긴 하지만 그건 오늘처럼 잠을 못 잤을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수면제를 먹어볼까 고민했지만 한 달 전쯤 수면제 두 알을 먹고 환각 상태를 경험한 이후에는 먹는 걸 삼가고 있다. 그날도 새벽에 깨어 오전이 지날 때까지 내내 잠을 못 자다 결국 오후에 수면제 두 알을 먹었는데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 보지 못한 몸 상태를 경험했던 것이다. 뭐랄까, 몽롱하고 메슥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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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수선한 정국만큼 대기질(大氣質)도 엉망이네요. 그래서인지 후배 부친의 발인일에 찾아든 기침은 좀처럼 떠날 생각을 않는군요. 요 며칠 날씨는 이른 봄처럼 포근한데, 이 포근한 겨울 곳곳을 온통 흉흉하게 만들고 있는 적폐들의 허튼짓이 밉살스럽습니다. 여러 모로 탁(濁)한 겨울입니다.❙ 오후에 잠깐 윤이 헌재에 출두한 영상을 유튜브로 보다 이내 꺼 버렸습니다. 판사들 앞에서 그가 '평생을 민주주의와 법을 사랑하고 존중해 왔다'라는 취지의 궤변을 늘어놓는 순간 나의 오후는 황폐해졌습니다. 다시 또 그의 선동과 궤변에 환호하며 날뛸 사이비 보수의 민낯과 맹동(盲動)을 지켜봐야 하는 일은 괴롭습니다.❙ 나의 하나님은 급박하고 극악한 현실 앞에서도 자주 장고(長考)하곤 하셨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그분의 침묵이 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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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질이 너무 나쁘니 (미세먼지 최악) 절대 외출하지 말라는 미세먼지 어플의 '경고'가 있어 정말 종일 집에 콕 틀어박혀 있었다. 오전에는 보운 형이 전화해 연말정산 서류 정리하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 내일 출근해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후에는 혁재와 술 마시기로 했다는 (정확히는 혁재가 술 마시자고 연락했다며) 은준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나오라고 했으나 거절했다. 숙취도 없었고,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도 않았으나 연 사흘 술 마시는 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근 2주일을 매일 술에 빠져 지냈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엄마 없는 빈집에 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은준도 그런 걸까? 사별의 슬픔을 갈무리하는 방식은 사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