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비가 예정되었던 수요일 (4-9-수, 흐림) 본문
전날 일찍 잠든 탓에 새벽 2시쯤 잠이 깼다. 꽤 오랜 잔 줄 알았는데, 새벽 두 시라서 당황스러웠다.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을 감상했다. 다소 부드러워지긴 했으나 블랙코미디 속에 담긴 자본주의의 부조리와 현대 사회의 비인간화에 대한 봉준호 감독 특유의 풍자적 비판은 여전했다. 결말은 이전 작품과는 달리 명백하게 행복한 결말!
다만 SF 영화치고는 사건 전개가 다소 늘어지고, 영화에서 다루는 주제도 너무 많아 조금 산만한 느낌이었다. 이를테면, 자본주의 사회의 물질만능과 생명 경시 풍조, 빈부 격차와 계층 간의 갈등, 환경 파괴와 자기 복제 시대의 정체성 문제 등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직면하는 모든 문제를 영화 속에 녹였다. 따라서 관객들의 호불호가 나뉠 듯하다. 영화 속에서 온갖 모순 구조 속에서도 순응하며 사는 주인공은 백인 남성이지만, 시스템의 모순에 반발하여 문제를 바로잡는 주인공은 흑인 여성이다. 아마 이런 설정에도 봉준호 감독의 의식과 지향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최근 디즈니가 ‘인어공주’와 ‘백설공주’ 여주인공을 백인이 아닌 인물로 캐스팅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봉준호는 이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페미니즘 지향과 권력에 관한 부정적 의식을 영화 속에서 당당하게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기생충’을 비롯하여 ‘설국열차’와 ‘옥자’ 등 이전 작품들의 문제의식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전작의 익숙한 요소들을 뽑아내서 한 편의 영화를 완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행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런 봉 감독의 뚝심을 나는 좋아하고 존경한다.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 시즌3 제1화에서 애국 글쓰기 대회에 나온 소녀는 말했다. "자유국가 조리법은, 자유 1컵에 정의 3스푼을 넣어 잘 섞은 후, 참정권을 넣고 거부권을 양념으로 넣으면 완성됩니다."라고. 암만해도 멍청이 윤보다 9살 소녀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순대가 먹고 싶어 시장에 다녀왔다.
비가 예보되어 있었지만, 오후 6시가 다 되도록 비는 내리지 않았다.
하늘은 오후가 되면서 서서히 낮게 내려앉았다.
하늘의 표정만 보면 언제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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