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실내온도 21도로 내리기 (2-8-토, 맑음) 본문
일찍 깼으나 침대 위에서 뒤척거리다 다시 잠들어 9시쯤 일어났다. 오늘도 영하 11도까지 내려간 강추위가 이어졌다. 하지만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쉴 틈 없이 돌아가는 보일러의 빨간 ‘운전 중’ 불빛을 통해 간접적으로 추위를 느낄 뿐 직접 피부로 느낀 것은 아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는 거 같지만, 반바지 차림으로 실내를 돌아다닐 때마다 늘 죄를 짓는 기분이다. 입으로만 에너지 절약을 외칠 뿐 실제 생활에서는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예전에 엄마 생전에는 연로한 엄마를 위해 실내 온도를 높였다지만, 엄마가 돌아가신 현재까지도 실내 온도를 낮추지 않은 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물론 엄마 계실 때는 23도였고 지금은 1도 낮춘 22도지만, 그래도 21까지는 낮출 수 있을 거 같은데 관성 때문에 낮추지 못하고 있다. 1도 차이가 연료비를 엄청나게 줄여 준다. 그걸 알지만 그 1도 차이로 얻게 되는 따듯하고 쾌적한 느낌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몇 년 전, 혹한이 찾아왔을 때 보일러가 얼어서 며칠 고생한 경험이 있다 보니, 추운 날에는 무조건 보일러를 가동해야만 동결을 막을 수 있다는 근거 없는 강박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것도 온도를 선뜻 내리지 못하는 하나의 이유다.
사실 보일러 온도를 자동조절 기능으로 세팅해 놓으면 설정한 온도 전후로 운전과 정지를 자동으로 반복하기 때문에 딱히 보일러가 동결될 이유가 없는데도 온도를 내리지 않는 건 오로지 습관이고 내가 그 온도에 이미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실내 온도를 낮추면 바닥이 따듯하지 않아 잠잘 때는 물론이고 평소에도 냉기를 없애기 위해 거실에 전기담요를 켜야 하는데, 그 전기료나 가스비나 그게 그거라는 생각이 보일러 온도를 낮추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다.
사족처럼 변명 하나 더 하자면, 우리 집에 자주 들러 음식을 놓고 가거나 하룻밤 묵어가는 누나들이 원체 추위를 탄다는 점도 온도를 낮추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특히 큰누나는 심지어 22도의 실내 온도에도 만족하지 못해 “동생, 내가 가스비 줄 테니까 온도 좀 더 올려 봐”라고 말할 정도다. 아무튼 실내에서 옷을 하나 더 껴입더라도 온도를 1도는 더 낮출 생각이다. 말 나온 김에 오늘부터!
어차피 휴일인데도 토요일은 뭔가 마음이 편안해진다.
정치 상황은 애초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은데,
얼치기 정치인들은 저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맘을 졸이고 있을 테지.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영화나 보면서 이 지독한 겨울을 견디고 있다.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사람들과 오찬 (2-10-월, 맑음) (0) | 2025.02.10 |
---|---|
유혹은 얼마나 집요한가? (2-9-일, 맑음) (0) | 2025.02.09 |
겨울은 억울하다 (2-7-금, 눈 내리다 갬) (0) | 2025.02.07 |
균열, 은밀하면서 노골적인 (2-6-목, 저녁에 눈) (0) | 2025.02.06 |
추운 겨울밤, 선배들과 1, 2, 3차! (2-5-수, 맑음) (0) | 2025.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