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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미세먼지 상태와 날씨를 확인한다. 오늘 미세먼지는 보통이었고 날씨는 맑았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사전 투표가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은 어제보다 투표율이 낮게 나왔다. 심지어 지난 대선보다도 2% 정도 낮게 나왔다. 어제의 높은 투표율에 고무되거나 실망하여 그것이 최종 결과에 미칠 긍정적 영향과 혹은 부정적 파장을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견강부회하던 유튜버들은 오늘도 한결같이 저마다 아전인수격인 해석을 내놓았다. 빨리 선거가 끝나든지 해야지 말의 오염과 사람들의 사나워진 심성이 뿜어내는 온갖 저주들이 여간 피곤한 게 아니다. 선거가 후반으로 갈수록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낭설은 횡행하고, 일부 극우세력들에 의해 자행되는 댓글 공작과 상대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사건 모의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전 투표하기 위해 만수1동 주민자치센터 3층에 마련된 투표장에 다녀왔다. 수구 세력들의 온갖 허튼짓과 부정선거 프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많은 국민이 투표장에 있었다. 투표 마감 시간인 6시 이후에 발표된 투표율은 사장 최대인 19.58%였다. 계엄과 내란 이후 국민은 어언 6개월 동안 망가진 일상에서 분노를 다스리면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국민의 절박한 마음이 높은 투표율로 나타난 게 아니겠는가. 국민의힘과 길거리 보수들은 오늘도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높은 투표율에 담긴 국민의 마음을 폄훼하고 조롱하며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발버둥이 갈수록 심해진다는 건, 그들의 위기감도 그만큼 크다는 걸 의미한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운명 앞에서 마지막으로 발..

오후에 장명규 선배 전시를 보기 위해 신포동 인천아트플랫폼을 다녀왔다. 지인들의 전시장이나 공연장은 품앗이하는 마음으로 들르곤 하지만, 다시 말해 다소 의무감에 방문하는 편이지만, 그전부터 장 선배의 전시는 꼭 보고 싶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가 지닌 작가로서의 철학과 현실 인식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선배는 몇 년 전에 대장암 진단을 받고 재작년까지 치열하게 투병했다. 본래 말이 없고 조용한 양반이라 암에 걸린 것도, 투병 중인 것도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다. 다행히 암세포가 잡히고 현재는 건강을 되찾아 다시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 상당수가 최근에 창작된 작품들이었다. 그가 투병이 끝나고 다시 작업실로 돌아와 얼마나 치열하게 작업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

오랜만에 선배 시인인 권이 형이 영종도에서 나왔다. 최근 서너 차례 전화해 식사하자고 했지만, 그때마다 내가 일정이 있어서 만나지 못했다. 그러다가 엊저녁에 통화를 한 후 간신히 약속을 잡은 것이다. 모처럼 뭍에 나온 김에 후배 병걸이도 함께 보려고 했으나 그는 인터뷰가 잡혀 있어 함께하지 못했다. 11시 30분, 교육청 정문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그 시간에 권이 형이 인천터미널쯤 왔다고 해서 내가 예술회관 쪽으로 내려갔다. 12쯤 예술회관 광장 벤치에 앉아 있는 권이 형을 만났다. 얼추 1년 만이었다. 권이 형은 나이 어린 후배들에게도 항상 존대하는 무척 겸손하고 어진 성품을 지닌 문단 선배다. 특히 형이 시집이 나올 때마다 내가 해설을 써주거나 리뷰를 써서 잡지에 게재하기 했다. 평생 철도 노동자로 ..

오늘도 좋은 날씨였다. 기온은 어제보다 조금 올랐고 미세먼지 상태는 ‘보통’이었다. 하지만 시계(視界)는 어제보다 나빴다. 청사 옥상에서 바라본 문화예술회관과 롯데백화점이 뿌연 박무(薄霧) 속에서 흐릿하게 보였다. 점심은 사무실 선배들과 오랜만에 청사 밖에서 먹었다. 메뉴는 김치찌개, 김 목사님이 선택했다. 사실 출근해서는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를 자주 먹지 않는다. 집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라서 가급적 집 밖에서는 다른 걸 먹는 편이다. 하지만 얼마 전 점심때, 김치찌개 먹으러 가자는 김 목사님의 제안에 내가 “김치찌개 말고 돼지국밥 먹으러 가면 안 될까요?”라고 역제안했고, 보운 형도 동의해 돼지국밥을 먹었던 터라서 오늘은 거절할 수 없었다. 오전 10시쯤, 옥상에 올라가 지난주 섬에 들어갔던 후배..

아침부터 저녁까지, 종일 햇살이 어찌나 좋은지 꼭 긴 겨울 끝에 만난 봄햇살 같았다. 산에도 가고 싶고, 공원에도 가고 싶고, 아니면 동네라도 한 바퀴 돌다 오고 싶었다. 하지만 외출 대신 집 안 청소하고 겨우내 덮었던 이불을 비롯한 침구들을 세탁했다. 세탁 마친 빨래들은 늘 실내 건조대에 널어 왔는데, 오늘은 부피 큰 이부자리여서 테라스의 빨랫줄에 내다 널었다. 볕이 얼마나 좋은지 탈수된 이불과 담요는 두어 시간 만에 뽀송뽀송하게 말랐다. 볕이 암만 좋아도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빨래를 밖에 널지 못한다. 오늘은 미세먼지 없어서 빨래하기는 물론이고 산책과 등산하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오후 두 시쯤 바싹 마른 이불과 침대보, 담요를 걷고, 실내 건조 중이던 빨래들 중 바지와 수건들도 밖에 내다 걸었다. ..

선거를 앞둔 세상의 잡설과 비어들을 멀리하고 흐린 여름 하늘을 자주 바라보았다. 구름이 하늘에 그림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었다.세상은 시끄러워도 하늘은 찌푸린 얼굴조차 아름다웠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서 문을 자주 열어 환기했다. 오늘도 한때 비가 왔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종일 후배들에게 전화가 왔다. 식사 준비 중이거나 식사 중일 때여서 받지 않았다. 흐린 주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주말이었다. 대체로 평일 비번 때 루틴을 그대로 유지했다. 밥 먹고, 운동하고, 유튜브 보고, 책 읽거나 영화 보고, 그러다 졸리면 낮잠 자고, 일어나 뉴스 보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자주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건너편 메밀냉면 집으로 드나드는 손님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들어오곤..

한낮에는 날이 맑았는데, 오후가 되면서 점점 흐려지더니 저녁 무렵에는 비가 내렸다. 여름을 향해 달리는 비답다고 느꼈다. 그게(‘여름을 향해 달린다는 것’) 어떤 느낌(혹은 의미)인지는 설명할 수 없지만, 테라스에서 비를 보는 순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최근 나는 특정한 현상에 관한 나의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겠다. ‘사소한 모든 것까지 설명이 필요한 세상에서 평생 살아왔는데도 그렇다는 건 내 삶에 모종의 변화가 찾아온 탓일 것이다’라고 생각할 뿐이다. 오전에 채소 사러 갈 때는 날이 좋았다. 살짝 더웠지만, 바람이 불어 땀을 식혀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 바람은 초여름 밤비(night rain)의 전초병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저녁에 비의 본대(本隊)를 몰고 이곳에 다시 왔을 때 나는 알았다. ..

점심 먹고 돌아오니 낯선 분 두 분이 사무실 앞에 서 있었다. 그분들은 얼마 전 내가 교정과 윤문하고 다인아트에서 출간한 수필집의 주인공 한모 신부 내외였다. 드디어 책이 출간된 모양이었다. 그분들은 내가 이름을 밝히자 표정이 환해지며 "아, 문 선생님이세요? 글을 너무 깔끔하게 잘 다듬어주셨어요. 고맙습니다"라며 웃었다. 그러고는 가방에서 막 출간한 책을 꺼내 직접 서명한 후 내게 건넸다. 교육감에게도 직접 전해주고 싶어 했으나 오늘은 결재와 상담 일정이 저녁까지 꽉 차 있어 도저히 시간 낼 수 없는 형편이었다. 내일부터 1박 2일, 시도교육감 회의 참석하러 출장 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맘으로 비서실에 전화했더니 여비서들은 "죄송해요, 특보님, 오늘은 일정이 너무 타이티 해서 중간에 손님 만..

민주당 대선후보인 이재명 씨가 구월동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다들 구경하러 갔나, 점심시간 청사 근처 식당들은 다른 때보다 무척 한산했다. 유튜브 여러 채널에서 그의 유세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었는데, 화면상으로는 제법 많은 시민이 운집한 것으로 보였다. 아직 이재명 씨는 유세 현장인 구월동 로데오거리에 나타나기 전이었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현장의 한 시민은 ‘이재명 씨가 인천 계양구 국회의원이므로 그의 원적지(원래 고향)와 상관없이 인천의 인물이 대선후보가 된 것이니,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결국 그것은 인천의 자랑이 될 것’이라며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 글쎄……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게 어찌하여 내가 사랑하는 인천의 자랑인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선거판에서는 지지하는 후보를 위해 무슨 말인들 못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