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5/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유혹은 얼마나 집요한가? (2-9-일, 맑음) 본문

일상

유혹은 얼마나 집요한가? (2-9-일, 맑음)

달빛사랑 2025. 2. 9. 23:21

 

날이 어제처럼 추웠지만 또 어제보다는 약간 풀린 것 같기도 한 그런 날이었다. 끼니마다 먹는 오이와 깻잎, 고추가 떨어져 오전에 채소 가게 다녀왔다. 간 김에 오이, 고추, 깻잎 외에도 콩나물, 숙주, 청경채, 상추, 알배기 배추 2개, 파래, 두부 3모, 계획에 없던 애호박을 샀는데, 집에 돌아와 짐을 풀다 보니 정작 사려고 했던 무는 깜빡 잊고 못 샀다. 남자 사장이 “한 개 1,500원인데 두 개에 2,000원에 드릴게요.” 하는 품목이 많다 보니 정신없었다. 20,000원 남짓 장을 봤는데도 쇼핑카트가 꽉 찼다. 다만 오이는 작은 거 6개에 3,000원이나 했다. 너무 비쌌다. 사장은 다른 집에서는 5개 포장인데 한 개를 더 넣었다며 생색냈지만, 오늘도 오이 매대 앞에서 살지 말지 한참 망설였다.


집에 돌아와 파래를 무치고 채소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그때 은준에게서 “기성 형과 동인천에서 만나서 한잔하기로 했는데 형도 오세요.” 하는 전화가 왔다. 술 생각은 났지만 (만남이) 내키지는 않았다. 일단 장소가 정해지면 문자 달라고 한 후 전화를 끊었지만, 분명 약속 장소가 동인천이나 신포동일 게 뻔했기 때문이다. 제물포나 구월동 정도면 양보(?)할 수 있었으나 동인천은 너무 멀다고 생각되었다. 

 

 

설거지 끝내고 30분 운동한 후 잠깐 자다가 문자 도착 알림음에 잠이 깼다. 휴대전화를 확인해 보니 장소가 예상대로 동인천 ‘인정나라’였다. 잠결에 ‘다음에 볼게’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은준으로부터 ‘네 알겠습니다’ 하고 이내 답장이 왔다. 잠기운을 완전히 털어버린 후에는 ‘지금이라도 연락해 볼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끝까지 잘 참아냈다. 저녁에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려다 그만둔 것과 술자리를 포기한 건 오늘 내가 한 일 중에 최고로 잘한 일이다.

 

술자리만큼이나 아이스크림도 나와는 적잖은 애증으로 얽혀 있다. 내게는 아이스크림(단 음식)이 담배보다 끊기가 더 어려운 유혹이다. 아이스크림을 나흘 이상 안 먹으면 뇌에서 자꾸 나를 충동질한다. 크림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과 그것을 넘길 때의 즐거움이 집요하게 나를 자극하고, 최후로 ‘그래 오늘까지만’ 하고 타협하게 만든다. 담배는 엄마의 1주기 기일에 단번에 ‘딱’ 끊었다. 이후 금단 증상도 겪지 않았다. 지금도 (나의 금연이) 불가사의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도 금연을 엄마가 내게 주신 큰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반면, 아이스크림의 유혹에는 매번 굴복한다. 몇 번이나 다시는 안 먹겠다고 다짐했다가 집요한 유혹에 굴복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오늘, 아이스크림과 술자리 유혹을 모두 떨쳐냈으니 나 스스로 얼마나 뿌듯했겠는가?


문학회 선배 성겸 형의 아들이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이 서울이라 가진 못하고 축의금만 보냈다. 친구의 자녀들도 모두 결혼을 하는데, 우리 애는 언제 결혼을 할지 걱정이다. 내심 결혼하지 말고 그냥 혼자 살기를 바라는 마음도 없지 않다. 혹시 나 때문에 결혼을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아닌지 걱정도 된다. 허나 걱정한들 해결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좋든 싫든 시간만이 모종의 결론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때의 내 자세를 생각할 뿐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