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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인천가족공원에서 신포동까지 (1-19-일, 맑음) 본문

일상

인천가족공원에서 신포동까지 (1-19-일, 맑음)

달빛사랑 2025. 1. 19. 22:13

 

6시쯤 일어나 간단하게 아침 운동하고 계란과 곰탕 국물로 배를 채운 후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7시쯤 도착했을 때 종우 형과 동철, 근직은 로비 소파에서 TV를 시청하고 있었고, 빈소에서는 모친이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과 신도들이 발인예배를 보고 있었다. 접객실에서는 혁재와 재면이 컵라면을 먹고 있었고, 탁자 위에는 반쯤 남은 막걸리 병도 놓여 있었다. 

 

예배가 끝나자 장례지도사는 우리를 고인의 관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안치실에 막 내려온 오동나무 관은 무척 차가웠다. 영구차와 리무진이 도착하고 우리는 기사의 안내에 따라 관을 들어 레일 위에 올렸다. 유족들은 리무진을 타고 이동했고 종우 형과 동철도 자기 차로 이동해 45인승 영구차에는 나와 혁재, 재면과 근직 단 4명만 타고 이동했다. 운전기사는 "다 오신 거예요?" 하며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생각해도 무척 황당한 상황이었다.

 

 

은준 부친의 관은 9시 5분에 6번 화로에 들어갔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가족들(은준, 어머니, 동생 내외 등 4명)과 운구 멤버들(나, 종우 형, 혁재, 근직, 동철, 재면 등 6명)은 승화원 2층 식당으로 이동해 설렁탕을 먹거나 소주를 마셨다. 낮술로서는 제법 많은 양(각각 1병 반에서 2병)을 마셨지만 취한 사람은 없었다. 은준 부친이 소천한 다음날 고모의 부고를 받은 재면은 (고모 빈소에 가기 위해) 먼저 일어났다. 10시 45분에 화장이 끝난 부친의 유해는, 10시 47분 수골실로 이동해 유골함에 담겼다. 장례 일정 내내 모든 일처리는 동생 내외가 맡았고 은준은 객처럼 말없이 구경만 하는 모습이었다. 가슴이 아팠다. 유골함을 든 가족과 나의 일행들은 주차장 뒤편 언덕에 있는 호국봉안담으로 이동했다. 걸음이 불편한 어머니를 혁재가 부축했다.

 

'호국봉안담'은 국가유공자들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해 2년 전에 조성한 일종의 납골담인데, (당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담이다) 보통의 납골당보다 다소 좁아 보였다. 은준은 부친의 유골함을 담 안에 넣다가 황급히 손을 뺐다. 유골함의 열기가 너무 뜨거웠던 것이다. 유골함이 바닥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보는 사람들 모두 '아' 하는 탄성을 질렀다. 다행히 깨지거나 떨어지지는 않았고 직원에 의해 안전하게 밀봉되었다. 4각 유골함이 예뻐서 "유골함이 무척 예쁘네"라고 했더니 은준의 여동생이 옆에 있다가 "제가 골랐어요" 하며 살짝 웃었다. 

 

호국봉안담 안치를 마친 후, 자기 차를 가져온 동철과 종우 형은 따로 귀가하고 가족들과 은준, 나, 혁재, 근직이는 영구차를 타고 다시 장례식장으로 돌아왔다. 가족들과 헤어진 우리(나, 혁재, 근직이)는 일단 신포시장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저녁에 일해야 하는 근직이는 귀가했다.  나와 혁재는 신포시장 '정식당'에 들러 낮술을 마셨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 때, 가족들과 함께 신포동 어머니의 집으로 갔던 은준이 정식당으로 합류했다.

 

정식당을 나와 '윤식당'으로 2차를 가려고 했으나 문을 열지 않아서 근대문학관 옆 정통 중화요릿집 '도래순'에 가서 술국과 탕수육을 안주로 이과두주를 마셨다. 그곳을 나와선 술에 걸신들린 사람들처럼 다시 대전집에 들러 스지탕을 안주로 3차를 했다. 승화원(화장장) 2층 식당에서 소주 마신 것까지 하면 4차를 한 셈이다. 담배 피우러 밖에 나갔던 은준은 길 가던 유봉희 박사를 만나 데리고 왔고, 나는 취기가 올라오기 시작해 후배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술집을 나왔다. 다른 때 같았으면 대취하고도 남았을 만큼 많은 술을 마셨으나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판단이 안 서지만, 아무튼 오늘은 취기가 더디 왔다. (최근 다시 소주를 마시면서 막걸리 마실 때보다 주량이 늘어났다. 아니 이전의 주량을 회복한 것 같다. 좋은 일은 아니다)

 

내 아버지 장례를 치른 것도 아닌데 괜스레 비감해진 마음으로 신포시장을 벗어나 답동성당 입구에서 15번 버스 타고 돌아왔다. 물론 아이스크림도 한 통 사왔으나 먹진 않았다. 냉장고를 보니 식혜와 우유가 있어 식혜를 마시고 조금 전에는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마셨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한 30분 잠을 잤기 때문인지 아침 일찍부터 조금 전까지 낮술 마시고 돌아다녔는데도 정신이 말짱하다. 그게 오히려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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