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언제 노을을 보았지? (1-20-월, 흐림) 본문
대기질이 너무 나쁘니 (미세먼지 최악) 절대 외출하지 말라는 미세먼지 어플의 '경고'가 있어 정말 종일 집에 콕 틀어박혀 있었다. 오전에는 보운 형이 전화해 연말정산 서류 정리하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날이니 내일 출근해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오후에는 혁재와 술 마시기로 했다는 (정확히는 혁재가 술 마시자고 연락했다며) 은준의 전화를 받았다. 나도 나오라고 했으나 거절했다. 숙취도 없었고, 컨디션이 그리 나쁘지도 않았으나 연 사흘 술 마시는 건 너무 무모한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엄마의 장례를 치른 후, 근 2주일을 매일 술에 빠져 지냈다. 맨정신으로는 도저히 엄마 없는 빈집에 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은준도 그런 걸까? 사별의 슬픔을 갈무리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있어, 술 마시는 것도 이해할 수는 있으나, 은준은 원래부터 술을 많이 마시기로 소문난 친구라서 건강을 해칠까 봐 염려되는 것이다.
노을을 본 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이전 내가 흡연할 때는, 출근해서는 아침 해를 보며 피우고, 퇴근 시간 다 되어서는 청사 옥상에 올라가 저녁해와 노을을 보면서 마지막 담배를 피우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었다. 하지만 담배를 끊고 나니 옥상에 올라갈 일도 없어서 아침이건 저녁이건 노을을 볼 일도 적어졌다. 해가 길어진 초여름에는 단골집 갈매기의 별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저녁노을을 자주 만났는데, 요즘은 갈매기를 잘 안 가다 보니 그곳에서 노을 볼 일도 드물어졌다. 특히 대기 중에 먼지가 많은 요즘에는 박무, 연무가 아침저녁으로 가득한 탓에 비가 오지 않아도 노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술 한잔 걸친 후 마음이 몽골몽골 해져 바라본 저녁노을은 나를 자주 상념의 바다와 마주하게 해 주었는데, 요즘에는 싸구려 감상일망정 그런 감상에 젖는 날이 드물어졌다. 내일은 오랜만에 옥상에 올라가 노을을 볼까? 하지만 예보에 의하면 내일도 공기질은 최악이고, 연무, 박무가 심하다던데, 노을 한 번 보자고 옥상에 올라갔다가 괜스레 호흡기만 나빠져 내려올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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