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찌푸려도 아름다운 (5-24-토, 흐리고 잠깐 비) 본문
선거를 앞둔 세상의 잡설과 비어들을 멀리하고
흐린 여름 하늘을 자주 바라보았다.
구름이 하늘에 그림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었다.
세상은 시끄러워도 하늘은 찌푸린 얼굴조차 아름다웠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이라서 문을 자주 열어 환기했다. 오늘도 한때 비가 왔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종일 후배들에게 전화가 왔다. 식사 준비 중이거나 식사 중일 때여서 받지 않았다. 흐린 주말, 특별한 일은 없었다.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주말이었다. 대체로 평일 비번 때 루틴을 그대로 유지했다. 밥 먹고, 운동하고, 유튜브 보고, 책 읽거나 영화 보고, 그러다 졸리면 낮잠 자고, 일어나 뉴스 보고, 저녁 먹고, 운동하고, 자주 테라스에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거나 건너편 메밀냉면 집으로 드나드는 손님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들어오곤 했다.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갔다. 내게 하루는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그렇다고 빠른 시간에 상응하는 유의미한 뭔가를 한 것도 아니어서 자주 죄책감을 느꼈다. 그 죄책감조차 하나의 루틴이 된 지 이미 오래다. 핑곗거리는 늘 있다. 최근에는 대통령 선거가 핑곗거리다. 나의 지적 게으름과 방만한 정서는 바로 내란 종식을 위한 선거 때문이라고 책임을 그것에 전가하고 있다. 물론 그것도 내가 뭔가에 집중하지 못하는 하나의 원인인 건 사실이다. 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외적인 원인보다는 나태해진 나의 내면 탓이 더욱 크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환경 탓을 하는 건 비겁한 일이다. 결국 나는 '비겁의 갑옷'을 날로 단단하게 직조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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