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트플랫폼 전시회, 진미식당 순댓국 (11-9-토, 맑음) 본문
신포동 '도든 아트 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고제민 화백의 전시 '도시, 푸른 빛 너머'를 관람하고 왔다. 인천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천의 풍경을 그려온 고 작가의 작품들은 이전부터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나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출품작 대부분이 과거에 내가 좋아해서 자주 들렀던 만석부두와 북성포구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물이 들어오면 마치 바닷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포구의 횟집들, 창문 밖에서 내 눈높이로 날아가던 갈매기들, 그리고 낮술 마시던 술꾼들의 고함소리 등, 포구에 얽힌 추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북성포구의 횟집들은 모두 철거되고 포구 인근 갯벌은 매립이 시작되어 옛날 내가 찾던 시절의 풍광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늘 고제민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오랜만에 옛 북성포구에 얽힌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전시장에서 비릿한 포구의 냄새가 풍겨 나오는 것 같았다. 잠시 마음이 아련해졌다.
워낙 유명 인사라 방문객들이 많을 것 같아 일부러 전시 끝무렵에 찾았던 것인데,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관람객이 나 말고 그녀의 미술계 선배인 듯한 남자 한 분을 제외하면 없었기 때문에 전시장이 호젓했다. 덕분에 그녀로부터 작품에 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올 때 선물로 2025년 탁상 달력 하나를 건네주었다. 커피 마시고 가라는 그녀의 제안을 정중하게 사양하고 전시장을 나온 후, 근처 다인아트 쪽으로 걸어가면서 윤 대표에게 전화했으나 받지 않았다. 신포시장 쪽으로 걸어가고 있을 때,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에요. 나중에 연락드릴게요' 하는 문자가 왔다. 회의 중인 모양이었다.
문화재단 앞에서 15번 버스 타고 집에 오다가 오랜만에 '진미식당' 순댓국이 먹고 싶어 동인천역에서 내렸다. 북광장 쪽으로 걸어가 진미식당에 들어갔더니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나처럼 혼자 온 손님들이 4인용 식탁에 한 사람씩 앉아서 식사를 하거나 국밥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순댓국은 여전히 맛있었다. 일부러 찾아와 먹을 만했다. 가격은 9천 원, 개운하게 식사를 마치고 동인천역에서 전철 타고 집에 왔다. 오는 길에 채소 가게에 들러보려 했는데, 너무 더워서 그만두었다. 나갈 때는 괜찮았는데, 12시가 넘으니 땀이 뱄다. 기모 후드티의 성능이 좋은 모양이다. 집 앞 슈퍼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다. 젠장, 또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
집에 와 깜빡 잠들었는데, 그 사이에 은준과 로미에게 전화와 문자가 와 있었다. 로미의 문자는 혁재의 22일 공연 예약과 관련한 것이어서 간단하게 답장했고, 은준에게는 6시쯤 전화했다. 안부를 묻는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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