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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늦가을의 다양한 표정들 (11-11-월, 맑음) 본문

일상

늦가을의 다양한 표정들 (11-11-월, 맑음)

달빛사랑 2024. 11. 11. 15:15

 

공기는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가을 해가 내뿜는 살과 빛과 볕 모두 좋았다. 다만 요즘은 일교차가 심해서 아침마다 어떤 옷차림으로 출근해야 할지 매번 고민한다. 오늘은 긴소매 티셔츠 위에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왔는데, 오전 10시 전까지는 딱 좋았지만 한낮에는 다소 더웠다. 점심 먹을 때 후드티를 벗어놓은 채 먹었다. 일교차가 심하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라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땀이 많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내일 출근할 때는 카디건을 가지고 나와야겠다.

 

그나저나 기온이 이렇듯 조변석개인 게 마치 요즘 세태 같다. 진득하지 못하고 일관성도 깊이도 없는 작금의 정치 현실과 부박한 온갖 관계들처럼. 그렇게 따지면 '기온 변화'에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매번 당혹스러워하는 나는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그나마 인간다움을 간직한 사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전자라도 상관없다. 오히려 나에게는 이 짐승들이 판치는 세상에 적응하는 것이 너무도 부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시화전에 출품할 시를 선별해서 작가회의 시분과장에게 전달하고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 식사하러 나갔다. 구내식당에 가지 않고 밖에서 식사할 때 보운 형과 내가 선택하는 메뉴는 다섯 가지를 넘지 않는다. 돼지국밥, 순댓국, 양평해장국, 김치찌개, 설렁탕 등인데 서너 달 전 순댓국 파는 식당은 재개발 때문에 없어졌고 설렁탕은 청사 뒤편에 있어서 잘 안 가기 때문에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돼지국밥, 양평해장국, 김치찌개 중 하나다. 김치찌개는 어느 날 문득 보운 형이 "오늘은 김치찌개가 먹고 싶네"라고 말할 때 (배려 차원에서) 가긴 하지만, 내 쪽에서 먼저 가자고 강권하지는 않는다. 김치찌개 자체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집에서도 자주 해 먹는 음식을 굳이 직장에 나와서까지 먹기가 싫었을 뿐이다.

 

얘기가 잠깐 샛길로 빠지는 거지만, 누구나, 특별한 노하우가 없이 끓여도 먹을 만한 음식인 김치찌개, 된장찌개, 콩나물국, 미역국 등이 내가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들이다. 가끔 350ml 팩으로 나온 곰탕도 사다 먹는다. 이 서너 가지 음식들을 번갈아 먹다 보면 어느새 일주일, 한 달이 훌쩍 가곤 한다. 하지만 혈당 관리를 시작하고는 쌀밥과 함께 먹어야 하는 찌개와 국을 삼가다 보니 확실히 이전보다는 덜 먹게 되었다. 좋아하기도 하고, 집에서 해 먹기 가장 만만한 국은 역시 미역국이다. 물에 불려놓았다가 국간장과 다시다로 양념만 하면 먹을 수 있으니 만들기가 간편하기도 하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아 자주 먹는다. 건강에 안 좋은 라면과 냉면, 국수와 아이스크림 등을 입에 달고 살면서 건강 운운하는 게 살짝 우습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보운 형과 점심 먹고 시청 쪽 등나무 숲 산책로를 돌아 사무실로 돌아왔다.

 

 

현재 청사 정문에서 현관까지 이르는 도로 양 옆으로는 얼마전 자살한 특수학교 교사를 애도하는 검은 리본과 휘장들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교육청과 교육감은 교사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다소 무리하다고 생각되는 주장까지도 감당해야만 한다. 교사들에게는 이쪽이 갑이자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가끔 청과 교육감이 해줄 수 있는 것과 (안타까워도) 해줄 수 없는 일을 그들도 알 터인데도 무작정 자신들의 주장만 고집스럽게 늘어놓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설사 그럴 때조차 청과 교육감은 그들의 주장을 경청해야 한다. 청은 그리고 교육감은 군림하는 기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교사들의 다양한 고민을 들어주고 지원해주고 궁극에는 해결해 주어 학생 교육에 차질이 없게 하는 그런 기관이고 자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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