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분류 전체보기 (5545)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FwvyG/btsLG4u7bsE/0K2BW0oOpVLWHU8uJxBVAK/img.jpg)
어제 얼추 12시가 다 되어가는 야심한 시간, 일기를 쓰고 있다가 카페 ‘산’의 대표 성식의 전화를 받았다. 혁재와 로미가 카페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얼른 오라는 전화였다. 하루 중 내가 가장 평화로움을 느끼는 고즈넉한 성찰의 시간을 방해하다니, 새해부터 이 얼마나 큰 민폐란 말인지. 전화한 성식이가 야속했다.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고, 날도 갑자기 추워져서 전화를 끊고도 많이 망설였다. 그때 나가면 필시 새벽까지 술 마시고 서너 시나 되어야 돌아올 텐데, 더구나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정말 고민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카페 ‘산’에 들러 혁재와 로미를 만났다. 나를 움직이게 만든 건 일종의 부채감이었다. 작년 연말 상훈의 부친상과 다른 일정 때문에 혁재의 공연에 가지 못했고, 송년회도 함께하..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ILmon/btsLHOZBKnN/4sQgxhVKPp5z62Lgw0TOK0/img.jpg)
엄마가 하늘나라 가신 지 만 4년이다. 4년 전 오늘 새벽, 엄마는 나만 남겨놓고 하늘에 들었다(入). 지금도 그 새벽, 홀로 주무시다 운명하신 엄마와 그런 엄마를 혼자 떠나보내야 했던 나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득해진다. 슬프면서도 장엄하고 가슴이 미어지면서도 고마웠던 그날, 그 새벽의 고독했던 시간은 절대 지워지지 않을 흑백 판화 같은 이미지로 내 마음에 각인되었다. 같은 계절, 같은 시간의 이미지는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는 법인가, 오늘도 그날처럼 갑자기 추워졌고 며칠 전에는 그때처럼 큰 눈이 왔으며 오늘 밤에도 조금 전부터 눈발이 펄펄 날린다. 기묘할 정도의 기시감이다. "나를 기억하렴" 하는 엄마의 메시지일까? 지난 4년 동안 큰 변화는 없었지만, 작고 사소한 변화는 더러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담..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GoFGG/btsLFWxY6ee/6bF9RkjMcLXdS4A50ZHLEK/img.png)
말린 쑥과 우엉을 구매했다. 지난 연말 인천민중연합 옛 동지들의 송년회에서 황모(某) 선배가 준 동차선방(황 선배가 운영하는 찻집)의 쑥이 떨어져서 구매한 것이다. 그전에는 몰랐는데 쑥차를 마시기 시작하면서 쑥의 매력에 푹 빠졌다. 향도 그윽하고 몸에도 맞는 느낌이다. 봄이면 들판에 지천으로 돋아나는 야생초인 쑥이 이렇듯 그윽한 향의 전통, 건강 차로 거듭나는 걸 보면 세상 모든 만물은 다 나름의 쓰임을 품고 존재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다만 받자마자 우려서 마셔봤는데 확실히 맛과 향 모두 황 선배의 쑥이 훨씬 탁월했다. 하긴 황 선배의 쑥은 자신의 찻집에서 직접 손님들에게 팔고 있는 상품이다. 아무래도 ‘선수’들과 단골을 상대로 장사하려면 쑥의 선택과 관리 모든 면에서 각별한 신경을 써야 했을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OzRjI/btsLHNl5CSe/B0pcn6t2xiFLRr5xAPQK51/img.png)
저녁에는 은준과 함께 그가 며칠 전 함께 들러보자고 했던 손칼국숫집에 들러 모둠회(병어, 준치, 밴댕이)를 안주로 소주를 마셨다. 화평동 으슥한 골목에 자리한 이 식당(술집)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많은 마니아를 거느린 식당이다. 실제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이 집을 소개하는 방문 후기들이 엄청 많다. 주인은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이었고 (나는 사장이 나이가 많은 할머니일 줄 알았다) 성격이 시원시원했다. 회는 대자 한 접시에 2만 원인데, 회 맛이야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이 집의 양념장만큼은 정말 일품이었다. 이 집 단골들은 아마도 그 양념장의 새콤달콤한 맛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술값은 현금으로 받고, 만약 카드로 계산하면 일정한 수수료가 더 붙는다. 간판이 칼국숫집이라 칼국수도 먹고 싶었지만, 칼국..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P1IjI/btsK5tCSw35/ayVrJrgaGVCRRtnbOmwkBK/img.jpg)
어머니 4주기 추도예배를 보기로 한 날, 생각보다 새벽부터 많은 눈이 내렸다. 약속 시간인 10시 30이 얼추 되었을 때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눈 때문에 제시간에 도착하기 어렵다는 것과 가능하다면 시간을 오후로 변경하면 어떻겠냐고 묻는 전화였다. 폭설의 기세를 보며 아예 그때까지 출발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서 일단 12시로 약속 시간을 변경하고 강설(降雪)의 추이를 살펴보기로 했다. 눈은 한결같이 맹렬할 듯했으나 11시가 넘으면서 약간 주춤했다. 동생은 수업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고, 작은 조카 우진이 역시 현재 프랑스에 연수 가 있어 참석하지 못했다. 제수씨와 큰 조카 우현이가 커다란 김치통을 들고 12시 조금 넘어 도착했다. 마침 김치가 떨어질 때 되어서 조카가 김치통을 들고 들어오는 순간 정..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zivOW/btsKFHUK3Dk/ua2ukS9AdmTCCtcTqkB6jK/img.jpg)
못난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이곳은 물리적으로는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두 세력이 맞붙은 살풍경한 전장(戰場)이다. 누가 젊은이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직업과 성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을 한겨울 아스팔트 위로 내몰고 있는가? 누가 자꾸만 시인들을 거리로 내몰며 깃발을 들게 만들고 있는가? 모름지기 평범한 국민을 거리의 투사로 만드는 시대는 부도덕한 시대다. 지금 7할의 국민이 거리의 투사가 되어 촛불을 들고 있다. 가끔은 독재자를 싸고도는 태극기 노인들과 갖은 악선동과 사실 왜곡을 자행하는 젊은 유튜버들의 사고 구조가 궁금해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진실의 이면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거나, 혹시 나만의 아집과 편견에 빠져 상..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yTYTB/btsKDAvt7K7/33RnOoxlUx5W3k27TJCJe1/img.jpg)
어제는 윤석열 탄핵과 체포 구금을 위한 인천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구월동 로데오거리에서 열린 집회에는 3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는데, 다행히 집회가 열리는 동안에는 날씨가 춥지 않았다. 하지만 집회가 끝날 때쯤 바람이 불고 날이 급격하게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만난 익숙한 얼굴들과 인사를 나누고 후배 미경과 갈매기로 이동해 소주 한잔하고 있을 때 이우재 선배도 후배 상우와 몇 명의 일행들과 갈매기에 나타났다. 합석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우재 형이 자연스럽게 우리 테이블 옆에 자리를 잡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지인들도 하나둘씩 갈매기로 몰려들었고 나와 미경은 한 시간쯤 앉아 있다가 먼저 나왔다. 합석한 일행들의 전사(前史)를 이미 알고 있고 그들이 옆..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MWKey/btsLBWLvAjY/jqabrJysaQWJ72QkJNSqxK/img.jpg)
연말에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깜빡 잊고 혈압약 떨어진 걸 몰랐다. 혈압약과 루테인을 먹는 게 아침 루틴이었는데 오늘은 할 수 없이 그냥 나왔다. 출근해서 시무식 열리는 동안 병원 다녀왔다. 병원에서 잰 혈압은 정상으로 나왔는데, 약을 먹지 않았는데도 정상이라면 굳이 약을 먹을 필요가 있는지 늘 궁금하다. 이걸 담당의사에게 말하면 "그간 약을 먹었기 때문에 정상 수치가 나오는 겁니다"라고 대답할 게 뻔하다. 나야 의학적으로는 문외한이니 그게 맞는 말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몇몇 음모론 중에 혈압과 당뇨에 관한 내용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있긴 하다. 즉 의사와 제약회사들이 짬짬이 해서 환자들을 평생 각종 의학적 수치들과 약에 의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혈압과 당뇨약은 한 번 먹으면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nIXb2/btsK5NOHf6E/TXyBfyXW0kZnQAY3HgMNbk/img.jpg)
이 통제 불능의 현실 끝에선 또 어떤 일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정상배(政商輩)들의 잡설은 오늘도 한결같이 요란하고, 세상에는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가득하지만,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희망’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그래요, 모든 안녕과 평화와 소박한 여유의 시간을 위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희망! 2025년은 틀어지고 어긋났던 모든 것이 본래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평범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부하지만, 이맘때 안 하면 서운해지는 말, 그래서 결국 하게 되는 말, 나를 알고 내가 아는 모든 분께 마음을 담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올해는 해가 바뀌어도 설렘보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그래도 나는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고, 독재가 민주를 이길 수 없으며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kvk3F/btsK44J9S8j/WWbU3HpPFyKKx08dSkwWy1/img.jpg)
2024년을 보내는 마음속에 아쉬움이 왜 없겠는가. 적어도 온통 고통과 슬픔으로만 점철된 시간이 아니었다면 지나온 시간 속에는 아쉬움이 남기 마련이다. 하루를 보내고 돌아보는 마음조차 자주 아쉬움이 있었으니, 한 해를 돌아보는 마음에 어찌 아쉬움이 없겠는가. 다만 나는 아쉬움보다는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2024년을 보내고 싶었다. 이루어질 듯하다가 결국 이루지 못한 사랑도 있었고, 내 주변의 위선과 가식에 실망한 적도 많았으며, 경제적으로도 이렇게 저렇게 손해를 많이 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2024년을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내 삶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보며 많은 부분을 변화시킨 한 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에 일어난 바보 통(統)의 허튼짓으로 인해 국민은 물론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