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2025/02/12 (2)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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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정월 대보름이었지만 아침부터 눈발이 날렸다. 휴대전화에도 '대설주의보' 안전문자가 떴다. '도대체 얼마나 오려고' 하는 마음으로 창문을 여니 실제로 눈송이들이 펄펄 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에는 드문드문 눈이 쌓여 있었지만 하늘의 색깔이나 눈송이의 크기를 고려할 때 대설이 될 것 같진 않아 보였다. 안전과 관련한 문자는 백 번 너스레를 떨어도 지나친 게 아니라는 걸 알지만, (열 번의 예보 중 아홉 번이 틀려도 남은 한 번의 예보가 치명적인 재해를 막을 수 있게 해 주었다면 예보의 존재 의의는 확실한 것이다) 그저 빙판길 운전이나 낙상 조심하라는 문자면 됐을 텐데, 대설주의보를 내린 건 억지스러워 보였다. 아, 물론 인천 말고 다른 지역에서는 예보처럼 진짜 대설이 내렸는지 알 수 없다. 아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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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현 시인의 시집 『바람은 너를 세워 놓고 휘파람』(파란, 2024)을 읽고 난 후의 (지극히 주관적인) 제 느낌은 ‘조금 비켜서서 세상에 말 걸기’와 ‘나는 당신과 내가 무척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랑하고 연민합니다’였습니다. '조금 비켜서서' 세상과 사람을 사랑하고 연민하는 이유는 수줍기 때문일 수도 있고, 겁이 많기 때문일 수도 있고, 순수하기 때문일 수도 있으며, 그 모든 것 때문일 수도 있을 겁니다. 사춘기 시절 짝사랑 상대를 대하는 소녀(소년)처럼 누구보다 절실하고 진지한 마음이지만 대놓고 고백하지는 못하고 일기장에 그 사랑을 소중하게 기록하는 애틋한 마음 같은, 그런 시들. 나는 황정현 시인의 시들을 '그렇게' 읽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비롯한 현실의 안타까운 죽음과 비현실적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