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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모질고도 안타까운 이 겨울의 시간 (1-4-토, 늦은 밤에 눈) 본문

일상

모질고도 안타까운 이 겨울의 시간 (1-4-토, 늦은 밤에 눈)

달빛사랑 2025. 1. 4. 23:46

 

못난 대통령 때문에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이곳은 물리적으로는 아니지만 정신적으로는 이미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두 세력이 맞붙은 살풍경한 전장(戰場)이다. 누가 젊은이부터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직업과 성별 불문하고 모든 이들을 한겨울 아스팔트 위로 내몰고 있는가? 누가 자꾸만 시인들을 거리로 내몰며 깃발을 들게 만들고 있는가? 모름지기 평범한 국민을 거리의 투사로 만드는 시대는 부도덕한 시대다. 지금 7할의 국민이 거리의 투사가 되어 촛불을 들고 있다.

 

가끔은 독재자를 싸고도는 태극기 노인들과 갖은 악선동과 사실 왜곡을 자행하는 젊은 유튜버들의 사고 구조가 궁금해 나 자신을 돌아보곤 한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진실의 이면이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 보거나, 혹시 나만의 아집과 편견에 빠져 상대의 주장을 들어보지도 않은 채 무조건 힐난부터 한 건 아닌지 돌아보곤 했는데, 물론 내가 완벽한 사람도 아니고, 내 생각이 늘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그럼에도 나의 오해와 편견의 가능성보다는 저들의 확증편향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다시 말해서 윤과 그의 측근들, 그를 지지하는 태극기부대와 일부 종교인들을 이해하기에는 그들이 보이는 행태가 너무도 비상식적이고 비양심적이며 몰염치의 극치다. 그래서 나 자신을 반성하고 상대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다가 종종 더욱 극심한 피로감과 분노에 휩싸이곤 한다. 문제는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모든 국민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고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나나 국민이나 너무도 가엽다.

 

오늘 용산 근처에서는 수십만 명의 시위대가 자신이 믿는 신념에 따라 거리를 가득 메운 채 자신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겨울 찬바람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밤이 깊어 가면서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그 눈발을 오롯이 받으며 거리의 등신불이 되어가고 있다. 신이 존재하고 하늘의 뜻이 진정 있다면 왜 이토록 길게 저 길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엄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살풍경한 슬픈 대치를 외면하고만 있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과연 신은 정의의 편인가? 과연 우리는 이 겨울이 가기 전에 승리할 수 있을까? 참 모질고도 안타까운 시간 속에 우리는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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