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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아내가 두드리는 컴퓨터 키보드 경쾌한 음계를 따라 걷다가, 그녀의 소설 속 천 글자 이내로 삶이 마감되는 소년의 죽음을 애도하다가, 애도하며 쓸쓸히 다시 걷다가 마침내 다다르는 아내의 꿈 속, 그곳엔 압축과 분리와 수정과 저장 모든 통과의례를 마친 자음과 모음들이 거친 숨을 고..
설날 아침에 - 김종길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
이 사진은 무주구천동, 백련사 올라가는 계곡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에도 나와있듯 80년 여름.. 80년 5월, 아랫녘 '빛고을(광주)'에선 피바람이 몰아쳤다. 그러나, 아니 당연하게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 언론들은 광주시민들의 피어린 항쟁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침묵하거나 폭도들의 난동이라 악선동을 해댔다. 나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던 과외선생님은 서울대를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그(형)분은 80년이 시작되자, 자주 수업을 연기하거나 턱없이 늦곤 했다. 그리고 당시 전국적으로 진행되던 데모의 양상과 학생들이 관철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나에게 상세히 설명해 주곤 했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의식화 작업의 첫 단추는 본의아니게 아마도 그 형님이 꿰주셨던 것 같다. 헝크러진 머리를 하고 방..
退潮期- 어둠에 대하여 - 어둠은 일찍 무채색으로 찾아왔다사람들은 너무도 쉽게 취하고모든 논쟁들은 성과없이 마무리 되곤했다발목부터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치욕.....퇴조기 그 한복판에서 바라보는 어둠의 장막은 견고해 보였다 - 저 어둠의 장막을 벗겨내고 끝내 다다를 곳에서 우..
서울 용산의 재개발지역 4층 건물에서 농성 중이던 철거민을 경찰이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 6명이 숨지는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사망한 사건은 그동안 없지 않았으나 이처럼 한꺼번에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사건이 충격적..
"화염병 시위·교통 체증 탓 불가피한 선택" 해명 불구 초기 협상 전례와 어긋나 金청장 '신속' 과시 분석도 '강제 철거로 엄동설한에 거리로 쫓겨난 세입자들이 빌딩 옥상에서 시너를 쌓아 놓고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하는 상황'. 누가 봐도 대형 참사가 우려되는데도 경찰이 대화를 생략한 채 ..
방학 때라 집에서 빈둥거리는 시간이 많아진 아들녀석이 어느날, 하는 말 "아빠, 찌개 같은 거 끓일 줄 알아?" 찌개면 찌개지, '찌개 같은 건' 뭔지.. 어쨌든 순간 자손심, 승부근성 뭐 이런 단어가 머리 속에서 뱅뱅 돌던군요.ㅋㅋㅋ "그러엄, 아빠가 못하는 게 어딨어? 잠깐 기다려." 큰소리를 쳐놓고, 냉..
1930년 함경북도 경성에서 출생, 어릴 때부터 수재소리를 들음. 함경북도 소재 경성고등학교를 다니시다가 서울로 내려와 보성고등학교에 편입, 졸업 후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입학, 재학 중 터진 한국 전쟁에 참전. 외국어 능력이 뛰어나셨던 아버님께서는 미군 헌병대 통역 장교로 차출. 작전 중 함께 ..
결국 사선을 넘나들며... 힘겨운 사투를 벌이던 아버님(장인)께서 조금 전에 소천하셨습니다. 한림대 병원에서 자유로워진 영혼은 그리 멀지 않은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영안실 202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시며 생전의 지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신 후.... 대전 국립 현충원에서 긴 휴식을 취하실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