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기침, 콜록콜록! ❚ 계산동 번개모임 (1-24-금, 맑음) 본문
나에게는 오늘이 설 명절 연휴 첫날이다. 다니는 직장의 업무 강도가 그리 빡센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는 날은 언제나 즐겁다. 출근하지 않았어도 일찍 일어나 시장도 다녀오고 밀린 일도 처리하고 심지어 빨래까지 마쳤는데도 오전 시간이 남았다. 점심에는 곰탕 국물(팩)에 장 봐온 순대와 각종 채소, 떡국떡, 김칫국물을 넣고 얼큰한 순댓국을 끓여서 먹었다. 가게에서 파는 순댓국보다 맛있었다. 물론 전적으로 내 입맛 기준에서 그랬다. 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요리에 대체로 만족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요섹남은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요리(라기보다는 반찬)는 간편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심한 기침만 아니라면 훨씬 느긋하고 여유로운 휴일이었을 텐데, 며칠 전에 걸린 기침감기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아 힘들다. 기침을 하지 않을 때는 괜찮지만 한번 기침이 시작되면 옆구리가 결릴 정도로 심한 기침을 한다. 그러다 보니 잠을 자다가도 깰 수밖에 없고, 머리도 띵해지는 것 같아 매우 불쾌한 기분이 되곤 했다. 집에 있는 모든 종류의 약을 먹었지만 떨어지질 않는다. 그나마 희망적인 건 그제보다는 어제가,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 나아진 것 같다. 정말 그런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렇게 믿기로 했다.
저녁에는 제물포고 26회 산우회 친구들과 번개 모임을 가졌다. 장소는 계산동에 있는 식당 ‘또바기’. 이곳은 친구 태균이의 아들이 11개월째 운영하는 백반집이었다. 총무 찬만이가 이곳을 모임 장소로 정한 이유는 너무도 분명했다. 경기가 나빠서 운영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아들의 식당에 매상 좀 올려주자는 것. 그러한 목적에 걸맞게 우리는 나오면서 음식값으로 40만 원을 계산해 주었다. 10명 정도가 모였으니 인당 4만 원 이상을 먹은 셈인데, 사실은 그렇지 않고, 실제 먹은 음식값은 20여만 원 정도지만 나머지는 아들에게 용돈 주는 셈 치고 웃돈을 얹어 계산해 준 것이다. 음식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돌아올 때는 절친(切親) 병설이가 집 앞까지 자기 차로 데려다 주어 편히 왔다. 병설이 가족(아내와 아들, 딸 부부)은 다른 절친 호형이 부부와 함께 낼모레 호주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부러웠다. ‘호주 여행’이 부러운 게 아니라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부러웠다. 나는 생전에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날 일이 과연 있을까? 하긴 나도 생전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떠난 건 많지 않다. 그나마 아내가 있을 때는 동생 가족과 어머니 모시고 일 년에 두어 번은 가족여행을 다녀왔고, 여름휴가 때는 큰누나네 식구까지 함께 여행을 다녀오곤 했지만, 모두 20년이 넘은 일이다.
집에 돌아와 ‘감기야, 맘대로 해 봐!’ 하는 마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한심한 객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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