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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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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명확하지 않은 모임에는 잘 나가지 않는 편이다. 이를테면 오늘 특보들과 전전 비서실장 에이치와의 만남이 그런 경우다. 일단 교육청 밖의 인물과 현 보좌관들이 자주 만나는 건,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는 오해 사기 십상이다. 사실 우리가 정책을 논의하기 위해 만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은 더욱 아니잖은가. 일단 나는 에이치와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청에서 근무할 때, 오며 가며 얼굴을 익힌 사람이었을 뿐이다. 게다가 그는 내가 들어오고 이내 청을 나갔다. 그때 그와 함께 지내며 들었던 느낌은, 사람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정당에서 파견한 인물이라서 그런지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물론 그런 목적성이 보이지 않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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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는 좋지 않았지만 오늘은 가을 해가 내뿜는 살과 빛과 볕 모두 좋았다. 다만 요즘은 일교차가 심해서 아침마다 어떤 옷차림으로 출근해야 할지 매번 고민한다. 오늘은 긴소매 티셔츠 위에 기모 후드티를 입고 나왔는데, 오전 10시 전까지는 딱 좋았지만 한낮에는 다소 더웠다. 점심 먹을 때 후드티를 벗어놓은 채 먹었다. 일교차가 심하면 감기 걸리기 십상이라서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특히 나처럼 땀이 많은 사람은 더욱 그렇다. 내일 출근할 때는 카디건을 가지고 나와야겠다. 그나저나 기온이 이렇듯 조변석개인 게 마치 요즘 세태 같다. 진득하지 못하고 일관성도 깊이도 없는 작금의 정치 현실과 부박한 온갖 관계들처럼. 그렇게 따지면 '기온 변화'에 그때그때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고 매번 당혹스러워하는 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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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부터 오늘 저녁까지 '반지의 제왕'을 다시 시청했다. 감독 확장판은 개봉 당시보다 상영 시간이 늘어 한 편당 4시간에 육박했다. 1편인 '반지 원정대'부터 3편 '왕의 귀환'까지 보려면 거의 12시간이 소요된다.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봤는데도 지루한 줄 모르고 집중해서 봤다. 20여 년 전에 나온 영화지만 완성도나 재미 모든 면에서 나무랄 데 없는 영화다. 며칠 전 감상한 '힘의 반지' 시리즈도 그렇고 요즘 톨킨의 세계관에 푹 빠져서 살았다.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즐기는 것 자체를 나무랄 필요는 없겠지만, 나처럼 현실의 골칫거리를 잊기 위해 판타지 영화에 탐닉하는 건 건강한 일은 아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변명을 해도 이건 현실도피의 혐의를 벗어나기 어렵다. 다시 침구의 방향을 바꿨다. 그간 동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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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포동 '도든 아트 하우스'에서 열리고 있는 고제민 화백의 전시 '도시, 푸른 빛 너머'를 관람하고 왔다. 인천 출신으로 오랫동안 인천의 풍경을 그려온 고 작가의 작품들은 이전부터 많이 만나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가 나에게 특별했던 이유는 출품작 대부분이 과거에 내가 좋아해서 자주 들렀던 만석부두와 북성포구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물이 들어오면 마치 바닷물 위에 떠 있는 듯한 포구의 횟집들, 창문 밖에서 내 눈높이로 날아가던 갈매기들, 그리고 낮술 마시던 술꾼들의 고함소리 등, 포구에 얽힌 추억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2020년 전후로 북성포구의 횟집들은 모두 철거되고 포구 인근 갯벌은 매립이 시작되어 옛날 내가 찾던 시절의 풍광은 볼 수 없게 되었다. 오늘 고제민 작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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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에서도 막무가내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나라의 '막무가내'도 어제 대 국민 사과를 위해 기자들 앞에 섰다. 물론 예상했듯이 그는 최근 불거진 아내의 일탈과 전횡, 그리고 국정의 난맥을 초래한 무개념, 막무가내식 통치 방식에 관해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 사과는커녕 지극히 있을 법한 '실수'를 야당과 일부 국민들이 침소봉대해서 정치 쟁점으로 삼는다며 (그에게는 일부처럼 보이겠지만, 실상은 80%의 국민들이다) 책임을 그들(야당과 국민)에게 전가하는 파렴치의 끝을 보여주었다. 텔레비전을 통해 '막무가내'의 기자회견을 시청하던 국민들은 기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지난 대선에서 그를 선택했던 일부 국민들은 보수언론인 조중동조차 '굥'의 실덕과 무지를 지적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을 보며 '막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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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이틀 만에 또 술을 마셨다. 퇴근 무렵 상훈이가 전화해서는 말을 빙빙 돌리기에 나는 "하고 싶은 말이 술 사달라는 거야, 아니면 술을 사겠다는 거야? 만약 후자라면 다음에 만나고 싶고, 전자라면 오늘 만나줄게" 했더니, "역시 멋지셔. 당연히 전자죠" 하며 웃었다. 후배들이 술 사달라고 어렵게(아닌가?) 전화할 때마다 거절하지 못한다. 마시고 싶진 않았지만 할 수 없이 구월동 용궁정에서 6시에 만났다. 며칠 전, 싱싱한 꼴뚜기가 들어왔다고 사장인 종화 형이 문자를 보냈던 터다. 그래서 오랜만에 용궁정에 들른 거다. 용궁정은 원래 민어 전문점이었는데, 요즘에는 다양한 안주를 파는 회 포장마차로 변했다. 안주는 여전히 맛있고 밑반찬들도 깔끔했다. 하지만 매상이 예전 같지 않아 얼마 전부터 점심에 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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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소중한 사진집이 도착했습니다. 이향지(시인) 선배님께서 직접 걷고 밟고 오르며 보신 금강산의 모습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사진집입니다. 시인의 땀과 열정이 밴 사진집 속에서 금강산은 사계절 내내 한결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명산을 지척에 두고도 쉽게 갈 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실제 보는 풍광만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분단의 현실에서 사진집으로나마 ‘그리운 금강산’을 보고 읽고 느낄 수 있게 해 주신 시인의 노고와 열정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요 며칠 금강산의 기슭과 골짜기, 아름다운 폭포와 신묘한 봉우리들에 머물렀을 시인의 발길과 섬세한 시선을 추체험하며 신비스러운 가을 여행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선배님의 건강과 건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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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일이다. 퇴근 무렵 혁재와 통화했다. 만석동에 있다가 로미, 성국과 함께 신포동으로 술 마시러 간다며 오라고 했다. 알고 보니 혁재의 생일이었다. 버스가 동인천역 삼거리에서 좌회전할 때 혁재는 다시 전화해 “형, 윤식당으로 오세요” 했다. 한창 손님이 몰릴 시간인데 요행히 자리를 잡은 모양이었다. 윤 식당에 도착하니 성국, 혁재가 밖에 나와 있었고 시인 후배 산이가 반려견 ‘나무’와 함께 식당 앞에서 그들과 얘기하고 있었다. 윤 식당은 어제도 만원이었다. 그곳에서 모둠회와 새우튀김, 홍어 애(간) 등 서너 개의 개별 안주를 주문해서 먹었다. 사실 윤 식당은 그리 가성비가 높은 집은 아니다. 안주 하나의 가격은 비싼 편은 아니나 양이 적어서 소주 두어 병을 마시려면 어차피 안주도 두 개 이상은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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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돌아다니질 않으니 꼭 챙겨야 할 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행사들도 깜빡 잊곤 한다. 지난주 수요일에 인현동 참사 25주년 추모식이 있었는데, 예년과는 달리 오후에 행사가 열린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추모제 행사는(전시와 공연) 미경이가 기획하고 교육청과 시민연대가 함께 주관했는데, 추모제가 진행된 이래 처음으로 인천 시장이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고 한다. 또 후배 소영이와 탈이는 행사에 맞춰 학생교육문화회관(가온 갤러리)에서 추모전시회를 열었고, 추모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소영과 탈이의 전시회장에서) 무용가 혜경이는 공연도 했다는데, 정작 나는 이번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실 페이스북을 통해 전시와 공연 소식을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국민의힘 시의회 의원이 뜬금없이 요청한 교육청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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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지난달(10월) 25일, 40여 년 만에 만난 후배 광규와 신포동에서 술 마신 후 오늘까지 9일간 술 마시지 않았다. 작년 여름 의도적인 금주와 다이어트를 할 때를 제외하곤 술 없이 일주일 이상을 보낸 적이 많지 않다. (기억으로는 없다) 많으면 3번(물론 내 자의가 아니라 약속이 연거푸 잡히는 경우), 적어도 1번은 반드시 마셨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일이 잦다. 혁재가 갈매기에 자주 오지 않고, 나도 예전처럼 혼자 술 마시는 일이 줄었기 때문일 것이다. 쉬는 날에도 거의 집에 칩거하며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다만 은준이가 자주 동네에 찾아와 간단하게 한잔하는 일이 있긴 했지만. 그의 방문도 예전보다는 뜸하다. 물론 잦았던 술자리가 줄어들면 건강에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남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