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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주변 일에 너무 무감했네 (11-4-월, 맑음) 본문

일상

주변 일에 너무 무감했네 (11-4-월, 맑음)

달빛사랑 2024. 11. 4. 23:51

 

최근 돌아다니질 않으니 꼭 챙겨야 할 일, 반드시 참석해야 할 행사들도 깜빡 잊곤 한다. 지난주 수요일에 인현동 참사 25주년 추모식이 있었는데, 예년과는 달리 오후에 행사가 열린 탓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번 추모제 행사는(전시와 공연) 미경이가 기획하고 교육청과 시민연대가 함께 주관했는데, 추모제가 진행된 이래 처음으로 인천 시장이 참석해 추모사를 했다고 한다. 또 후배 소영이와 탈이는 행사에 맞춰 학생교육문화회관(가온 갤러리)에서 추모전시회를 열었고, 추모제가 열리는 시간에 맞춰 (소영과 탈이의 전시회장에서) 무용가 혜경이는 공연도 했다는데, 정작 나는 이번 추모제에 참석하지 못했다. 사실 페이스북을 통해 전시와 공연 소식을 사전에 알고는 있었지만, 국민의힘 시의회 의원이 뜬금없이 요청한 교육청 5, 6급 직원들의 회의 참석 자료를 정리하느라 (추모제 행사 하루 전까지) 정신없었다. 요청 마감 시간을 맞추느라 너무 진을 빼 정작 추모제는 깜빡한 것이다.

행사 당일인 지난주 수요일은 누나들과 함께 점심 먹고 큰누나 댁에 가서 생전 매형이 입던 옷들을 받아 온 날이다. 하여, 어쩌면 알았어도 못 갔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출근해서 김 목사를 통해 내 친한 후배들의 소식을 듣는 순간 뭔가 개운치 않은 느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속으로 ‘아, 맞다. 추모제!’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네, 알고 있어요. 후배들에게 들었어요. 다른 일정 때문에 참석하진 못했네요” 하며, 마치 알고는 있었으나 개인 사정으로 참석하지 않은 것처럼 대꾸했다. 그 순간 내가 참 비겁하게 느껴졌다. 보통 사람들은 누구나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지니고 있겠으나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걸 왜 지는 일이라고 생각한 걸까. 꼭 사춘기 학생 같은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동문회도 안 나가고, 산우회 모임에도 안 나가다 보니, 그쪽에서도 내게 연락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편하고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건 뭐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시나브로 잊혀간다는 건 쓸쓸한 일이다. 늘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좋은 관계는 주도권을 따지는 관계가 아니다. 나는 다만 상대와 거리를 둘 수 있는 권리(?)가 있을 뿐이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상대의 마음을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 건 큰 착각이었다. 나도 상대로부터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그들이 원하는 걸 내가 줄 수 없는데, 아니 주려는 의지도 없어 보이는데 그들이 무엇 때문에 나를 사랑하겠는가. 그러니 나 또한 언제든지 누군가에게 잊힐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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