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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임방울(林芳蔚, 1904년~1961년)은 광주 광산구 송정읍에서 태어난 서편제의 명창이다. 본명은 임승근(林承根), 임방울은 예명이다. 14세 때 광주에서 박재현에게 〈춘향가〉·〈흥보가〉를 배웠고, 후에 구례에서 유성준(劉成俊)에게 〈수궁가〉·〈적벽가〉를 6년간 배웠다. 25세에 상경하여 김창준·송..
그에게도 훈장은 있다전과 5범의 경력과 팔뚝의 칼자욱그 세계에서 그는 전문가였으므로그의이력(履歷)은 치욕이 아니라 영광이었다깊게 패인 주름살 속으로 흐르는잃어버린 시간의 강 가끔 그는 심하게 기침을 한다최근엔 손이 떨려 자주 실수를 하지만이길 수 있는 확률의 유혹을결코 떨쳐버리지 ..
아이고...오마나, 맘마미아, Gee! 오 마이 갓, 짜증..지대로다. 감기야, 너 갑자기, 뜬금없이, 화들짝, 어이없게 나에게 찾아온 이유가 뭐니? 오뉴월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는데... 너 나를 띄엄띄엄 봤어. 한마디로 개만도 못하게 봤다는 거 아냐.. 콧물아, 그래 너 참 맑고 투명하구나. 잘~났다. 기침아, 그..
오늘은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점심 먹고, 아버님 묘소에 다녀왔다. 얼마 전 들렀을 때 화병의 꽃들이 바람과 먼지로 인해 탈색되고, 때가 타 보기 흉하게 변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공원입구에 도착해서 조화 두 다발을 샀다.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던 빨간색꽃과 흰색꽃 각각 한 다발씩..... 늘상 ..
기도문이야 언제나 똑같은 내용이지요. 그러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려고 할 때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말 이외에 다른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사랑은 마음 속에서 모든 순간들과 모든 존재들을 하나로 합쳐주는 것입니다. -장 그르니에, <섬>, '고양이 물루' 중에서 ..
오래전 읽은 책을 다시 펼치다, 문득.... 일찍이 논리실증주의자인 비트겐슈타인은 자신의 저서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철학은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 즉 잘못된 수학문제와 같다. 답 없는 문제를 끌어안고 우리는 무엇을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어제, 술자리에서 고참 세대는 말했다. 철필(문건 작성을 위해, 등사용 기름종이에 사용하던 필기도구)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요즈음 친구들은 너무 가벼워" 이빨 빠진 호랑이들의 쓸쓸한 건배.... 컴퓨터 워드프로세서 세대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무엇이 우리와, 우리의 학문, 우리의 문학을 아직까..
며칠 전 초등학생 조카가 문방구에서 구입했다며 봉숭아꽃물(가루)을 가지고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때 나는 손가락 하나하나 봉숭아꽃물을 얹어 놓고 랲으로 꼭꼭 싸매 준 뒤 기다리라고 절대 손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야만 손톱마다 살포시 예쁜 꽃들이 필 거라고 답답해하는 조카의 작은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