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조카와 봉숭앗물 본문
며칠 전 초등학생 조카가 문방구에서 구입했다며
봉숭아꽃물(가루)을 가지고 우리집을 방문했다.
그때 나는 손가락 하나하나 봉숭아꽃물을 얹어 놓고
랲으로 꼭꼭 싸매 준 뒤 기다리라고
절대 손대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그래야만 손톱마다 살포시 예쁜 꽃들이 필 거라고
답답해하는 조카의 작은 등을 토닥이며
몇 번이나 다짐을 해두었는데
손톱이 작고 좁아서 그런지 오늘 다시 찾아 온
조카의 봉숭아 꽃물을 보니, 무척이나 희미해 내심 속상했다.
하지만 화경이는 좋다고 야단이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활짝 펼쳐 보이던 열 손가락.... 이제 조카는
손톱의 꽃물이 사라질 때까지,
아니 어쩌면 이후로도 오랫동안 나를 기억할 것이다.
얼마나 유쾌한가? 이제 나는 붉은 꽃과 함께 추억될 삼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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