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인천민예총 정기총회❚ 후배 전시 (3-22-토, 맑음) 본문
민예총 총회를 다녀왔다. 30년 된 조직치고는 무척 소박한 규모의 총회였다. 대체로 토론보다는 보고와 박수로 안건들을 통과시켰다. 뒤풀이를 위해서 빨리 끝내려는 집행부와 참석자들의 생각이 부합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어떤 때는 요식 절차를 생략하고 차라리 뒤풀이에서 회포를 풀며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눈 게 더욱 생산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그리고 오늘의 ‘빨리빨리’는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하는 불편함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추인해야 하는 불편함, 봐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숫자와 통계들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시각장애인 손 시인을 데리고 뒤풀이 장소인 ‘갈매기’로 가다가 후배 종찬의 전시를 구경하러 왔던 보운 형의 전화를 받았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보운 형을 총회 시작 전에 만났는데, 귀가하지 않고 총회가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나에게 전화한 것이다. 할 수 없이 손 시인을 창길에게 맡기고, 함께 가던 정렬 형과 함께 보운 형을 만났다. 다행히 민예총 근처에 있는 식당이라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보운 형은 종찬과 함께 술 마시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권해오는 보운 형은 약간 취해 있었다. 우리는 탄핵 얘기, 향후 정국 얘기, 다가올 지자체 선거 얘기 등을 나누었는데, 자주 낙관하며 여러 번 웃기도 했고, 가끔 불안해서 대화가 끊기기도 했다. 보운 형과 정렬 형은 정세를 낙관했고 나와 종찬은 극렬 보수 우익의 행태를 불안해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은 정치적 견해에 따라 양분될 것이고 사회적 혼란은 극심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동의했다. 식당에서 한 시간쯤 술을 마시다가 모두 총회 뒤풀이 장소인 갈매기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가도 되는 자리야?” 하면서도 보운 형은 순순히 우리와 함께 갈매기로 향했다.
갈매기는 우리 손님들로 가득했다. 총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으나 뒤풀이에 결합한 회원들도 서너 명 있었다. 오랜만에 북적대는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다. 생각지도 못했던 인물이 사무국장으로 임명되어 놀라기도 했고, 술친구 창길이가 몸이 안 좋아 먼저 가서 서운하기도 했다. 뭔가 이제는 내가 아니더라도 조직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안심이 되면서도 약간 서운한,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러다 일찍부터 술을 마신 보운 형과 함께 먼저 갈매기를 나왔다. 형은 택시를 타고 귀가했고 나는 전철을 타고 왔다. 형은 집 근처 단골집에서 분명 한잔 더하고 귀가했을 것이다. 들어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2통을 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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