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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행복한 봄을 만들기 위한 전제 (3-24-월, 맑음) 본문

일상

행복한 봄을 만들기 위한 전제 (3-24-월, 맑음)

달빛사랑 2025. 3. 24. 23:43

 

기다리는 소식은 더뎌 답답하지만,

봄도 꽃을 피우기 전 자주 고요하다.

그 의도된 고요 속에서 뿌리들은

끊임없이 물을 끌어올리고,

잎과 가지들은 수없이 흔들리며 햇살을 품는다.

능청맞은 침묵이 지배하는 봄날 오후,

절망이 나를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이 봄을 부디 희망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더욱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는다.


저녁에는 수홍 형의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백운으로 넘어가 부평구에서 술 마셨다. 오라는 식당(연탄불고기집)으로 갔더니 수홍 형 친구 화규 형과 후배 창호가 먼저 와 있었고, 나중에는 김 목사도 참석했다. 얼마 전에 취직한 화규 형이 한턱내는 자리였다. 처음에는 분위기가 좋았는데, 술이 들어가자 '왼손이 하는 일을 반드시 오른손이 알게 하는' 수홍 형과 후배 창호가 말다툼을 벌였다. 부평의 규모 있는 축제와 관련해서 수홍 형이 창호를 총감독으로 '꽂아준' 듯했는데, 형은 그것에 대해 너무 티 나게 공치사했다.

내가 "형, 그만해요. 형이 그렇게 말하고 다니면, 창호는 능력 때문이 아니라 인맥으로 그 자리에 갔다고 오해받아요" 하며 자제를 부탁했는데도 형은 계속해서 "아, 걱정하지 마, 문 시인. 저 친구(창호)하고 나하고는 그래도 되는 사이야"하며 공치사를 계속했다. 그러자 창호도 "형은 늘 그런 식이지요? 난 아직 결정하지도 않았어요. 내 입장이 돼 생각해 보세요, 제발" 하며 짜증내기 시작했고, 이후 말다툼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김 목사는 나에게 "저 두 사람은 늘 그러니 신경 쓰지 말아요" 하며 나서지 말라는 투로 말했지만, 누가 봐도 이번 일은 수홍 형의 잘못이 명백했기 때문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후 어찌어찌해서 (수홍 형에게 자제를 부탁하는 한편 창호에게는 맘은 알겠으나 지금은 수홍 형이 많이 취한 상태니, 나중에 술 깨서 다시 진지하게 다시 대화해 보라고 했다) 간신히 둘을 화해 시킨 후, 김 목사의 단골집으로 2차를 갔고, 그곳에서 최원영 교수와 후배 선호를 만나 담소를 나누다 근처 횟집으로 3차를 갔다. 횟집에서는, (후배 창호와 화규 형은 술에 취해 먼저 갔고) 수홍 형도 목사님도 다 취해서 나와 최 교수 둘이서만 대화하다가 백운 역에서 전철 타고 11시쯤 귀가했다. 포근한 봄밤이었다.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밤길을 마냥 걷고 싶었던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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