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나에게는 이른 봄비 (02-10-금, 아침 일찍 비, 종일 흐림) 본문
▮휴대전화 AI 비서 빅스비는 분명 9시부터 비가 올 거라고 알려줬지만, 6시쯤 일어나 테라스 문을 열었을 때 이미 비는 내리고 있었다. 정작 9시쯤 되어서는 비가 그쳤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낮게 내려앉은 채 환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후에 잠깐 해가 나기도 했지만 이내 어두워졌다. 비는 다시 내리지는 않았다. 날은 춥지 않았다. 비가 얼음이 되지도 않았고 눈발로 바뀌지도 않았다. 오늘 내린 비를 이른 봄비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대체로 계절이 바뀔 때면 비가 한 차례 쏟아지고 그 비를 경계로 계절이 나뉘곤 했다. '봄을 재촉하는 비', '가을을 재촉하는 비'라는 표현이 자연스럽게 쓰이는 이유다. 오늘 내린 비 역시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내렸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익숙한 신호다. 꽃샘추위가 한두 차례 찾아오겠지만 '꽃을 시샘하는 추위'에서 그 꽃은 봄날의 꽃일 것이고 그걸 시샘하는 추위 또한 봄 속에 남아있는 추위(겨울)일 것이다. ▮퇴근하면 종종 휴대전화를 꺼놓는다. 불필요한 전화를 받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요즘엔 '혹시' 하는 마음에 다시 켜서 부재중 전화나 문자를 확인하곤 한다. 기다리는 전화가 있기 때문이라기보다 그저 습관이다. SNS 문자를 확인하거나 포스팅한 내 글에 관한 반응을 살피고 주식 상황도 한 번씩 들여다보는 일이 습관이 된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지옥엘 가서도 그곳 상황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린 후 '좋아요' 숫자를 확인하며 일희일비할지도 모를 일이다.▮금요일 밤은 묘한 느긋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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