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대청소와 옷장 정리 (2-11-토, 맑음) 본문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 청소와 정리! 머리가 복잡할 때는 일부러 방을 어지럽힌 후 다시 정리하며 생각을 가다듬기도 합니다. 제게 청소와 정리는 '귀찮지만 해야 할 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청소와 정리를 통해 어수선했던 주변이 조금씩 제 모습을 되찾아가는 과정은 진흙 속에서 발견한 보석의 때를 벗겨내는 일 만큼이나 재미있고 보람된 일입니다. 다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말해 뭐 하겠습니까. 오늘은 옷장 정리를 했습니다. 안 입는 옷은 박스에 담아 밖에 내놓았고, 실밥이 풀린 에코백 이음매는 바느질로 단단하게 꿰맸습니다. 벽에는 간이 행거(사진)를 달아 모자와 가방을 걸 수 있도록 해놓았고, 작은방의 조립식 5단 서랍 중 두 칸을 빼서 주방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곳에 각종 주방 물품들을 수납했더니 깔끔하고 보기에도 좋았습니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는 옷장 정리 과정에서 나온 묵은 옷들과 세탁이 필요한 옷들을 모아 세탁기를 돌렸습니다. 세탁기가 도는 동안 점심으로 잔치국수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장사해도 될 만큼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제 면 요리는 자신 있습니다. 오후에는 대체로 영화를 보거나 낮잠을 잤고, 깨면 다시 뭔가를 먹거나 텔레비전을 봤습니다. 잘 정리된 집안 풍경이 보기 좋아, 서너 차례, 점령지를 돌아보는 장수처럼 이 방 저 방 왔다 갔다 하기도 했습니다. ■저녁에는 토스트를 만들어 먹었습니다. 하루 두 끼를 탄수화물로 해결한 셈이군요.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는 이미 오랜데, 그게 정말 쉽지가 않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는 거 같아요. 정말이지 담배만큼이나 끊기 힘든 게 탄수화물입니다. 하지만 그 어려운 금연도 한 달 넘게 이어오고 있는데, 금연에 비한다면 탄수화물은 껌이죠. 암튼 아침부터 발발거리며 이곳저곳 손댔더니 집안이 훤해졌습니다.■후드 티셔츠 하나와 멀티탭 6구짜리를 구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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