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문화’라는 이름으로! (02-07-화, 맑음) 본문
▮교육감과 나, 그리고 세 명의 문화단체 대표들이 함께 식사했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갈비를 뜯고 대화를 하고 미래 인천 교육과 문화예술에 관한 대화도 나누고 가끔 누군가의 흉도 봤다. 물론 흉을 보게 된 건 '그쪽'에서 먼저 싸움을 걸어왔고 그것에 응전하는 형식이었지만 아무튼 교육과 문화, 심지어 예술보다 누군가를 비판(이라기보다는 비난인 경우가 많았지만)할 때 우리는 가장 진지해졌다. 비판은 불가피하게 가속되는 경향이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어쩔 수 없다. '그들'도 다른 자리에서 이런 방식으로 '우리'를 비판했을 테니까. 그러고 보면 지식인 사회조차 참 유치하기 그지없다. 최근 내가 겪고 있는 상황들은 건전한 논쟁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나 역시 자주 저열한 상황을 연출하는 데에 일조했다. 내가 '이쪽 진영'에 발 딛고 있는 이상 나는 사회적 인간으로서, 나의 진영과 이곳의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나의 선명성(소속감이라 윤색된)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배제된다. 배제는 사회적 죽음이다. 자본의 시대에 착실한 신민으로 살아가려면, 하여 이 그악스러운 세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파이를 안정적으로 얻으려면 절대 진영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곁가지를 양산하며 무한증식하던 우리들의 대화는 자리를 파할 때가 되면 희한하게 애초의 주제로 돌아오고 무척 점잖은 분위기를 회복하면서 끝이 나곤 했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거궁의 음식은 먹을 만했다. 그 음식들이 기분을 풀어주었다. 요즘 나는 참 잘 먹고 다닌다. 어제 면접 심사하러 재단에 갔을 때, 시간이 남아 다인아트 윤 대표와 함께 점심을 먹었는데, 그때 윤 대표가 데려간 밥집도 엄청 푸짐하고 맛있는 집이었다. 진짜 엄마 생각나게 하는 곳이었다.▮식사를 마치고 8시 30분쯤 교육감은 새벽 일정(새얼문화재단 아침대화에서 강연) 때문에 먼저 가고 나머지 일행들은 후배의 사무실에 들러 차를 마셨다. 후배의 사무실은 필요 이상으로 넓고 쾌적했다. 공간의 크기가 권위를 상징하는 시대다 보니 얼치기 관료들의 집무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후배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오히려 사무실 규모를 줄였다는데, 줄인 게 지금의 모습이라면 도대체 그 이전에는 얼마나 넓었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혼자 근무하는 방이 그렇게 넓을 필요가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충분히, 기분 좋게 감탄해 주었다.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감탄도 큰 보시(普施)라는 생각을 했다.▮아트센터를 나와서 창수 형과 연락이 닿아 근처 식당에 모여 소주를 마셨다. 내가 부평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수홍 형, 종우 형, 창호 등 부평 문화건달들이 일제히 연락해 왔다. 다시 그들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판이 커졌다. 커진 판에서 어지러운 대화를 하다가 11시쯤 나와서 택시 타고 귀가했다. 오늘 정렬 형에게 두통도 금연 금단증상 중 하나라는 말을 들었다. 머리가 여전히 무겁지만 그 말을 들었더니 덜 아픈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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