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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오전에 일어나 운동하고 매형 빈소에 가려고 준비할 때,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15주년 추모식에서 방영될 영상 촬영용 추모사 원고와 죽산 조봉암 선생 65주기 추모식에서 낭독할 추모사 원고를 의뢰하는 전화였다. 할 수 없이 일단 청에 나가 2편의 원고 초안을 작성한 후, 점심시간에 택시를 잡아 타고 적십자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매형의 입관이 오후 1시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의식 전이었다. 1시 15분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지하 1층에 있는 입관실로 가족들과 함께 이동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입관 의식은 다른 곳과 달랐다. 이미 염습을 끝낸 후 얼굴을 제외한 모든 곳에 수의가 입혀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과 달리 염습과 입관 의..

매형이 운명했다. 호흡이 가쁘고 몸이 자꾸 까라진다며 출근한 지 한 시간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와 스스로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찾은 지 15시간 만이다. 누나 말로는 어제 오전 11시쯤, 직장에서 용케 차를 운전해 집에 다시 온 매형은 주차장에서 119를 불렀고, 누나가 주차장으로 내려갔을 때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실신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때 남긴 한마디가 "여보, 나 좀 살려줘!"였다. 그렇게 길병원 응급실로 들어간 매형은 다양한 검사 끝에 패혈증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일반병실로 옮겨지지 못한 채 그대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그게 어제 오후 5시 30분, 내가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있을 때였다. 걱정이 됐으나 중환자실은 보호자에 한해 하루 1회의 면회밖에 이루어지지 않아..

한 사람의 노래가 만 사람을 울린다는 어느 시인의 시구를 기억합니다.엄혹한 시절, 힘이 되고 위로가 돼주었던 당신의 노래들이 그러했고, 그러할 것입니다.고통과 슬픔, 감시와 검열 없는 그곳에서 편히 쉬시길.....이발하러 미장원에 들렀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그냥 집에 가기 뭐해서 맞은편 채소 가게에 들러 오이와 풋고추, 버섯과 두부 2모를 샀다. 그리고 다시 미장원에 들렀더니 그 사이에 문을 열었는지 손님이 세 명이나 기다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냥 집으로 왔다. 집을 나서자마자 폭우가 내려 옷과 신발이 다 젖었다. 하늘에 구멍이 난 것처럼 맹렬하게 퍼붓더군. 옷을 벗어 세탁기에 넣고 샤워하고 나왔더니, 작은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큰 매형이 폐렴으로 응급실에 누워있다는 것이었다. 허, 참! 그 ..

오전에는 빗방울 떨어지더니 오후가 되면서 날이 갰다. 비 내린 오전은 기온이 내려가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시원한 바람이 방 안까지 불어왔다. 기분 좋은 바람이었다. 몸무게가 늘었지만, 오늘은 한풀이하듯 먹고 싶은 거 다 사다 먹었다. 마트에 들러 너구리 다섯 봉지를 샀고, 분식집에 들러 치즈김밥과 참치김밥 2줄을 샀다. 김밥이 4천 원인 걸 오늘 알았다. 김밥 두 줄을 먹을 바엔 설렁탕이나 순댓국 한 그릇을 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하니 그건 가격이나 가성비의 문제가 아니라 기호나 취향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식이라 생각하면 4천 원을 내고도 김밥을 먹는 거다. 같은 가격이거나 공짜라면, 라면보다 고기가 훨씬 가성비가 높은 음식이겠지만, 실제로 우리 아들은 어렸을 때, 고기 먹을래,..

어제 막걸리 2병과 소주 한 병을 마셨으니, 평소보다 많이 마시지는 않은 편인데, 아침에 속이 메슥거려 결국 토했다. 위액이 나온 느낌이었다. 한 가지 술만 마시면 괜찮은데, 섞어 마시면 꼭 이렇게 고생한다. 특히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면 매번 불편하다. 결국 오전 내내 아무것도 못 먹다가 점심때가 다 돼서야 콩국수를 먹자 비로소 속이 편해지고 숙취도 사라졌다. 아깝게 오전을 다 날려버렸다. 그 와중에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고 영화도 보았으며 나가서 복권도 샀다. 저녁에는 반찬 만들기 귀찮아서 쿠팡이츠(배달앱)로 국밥과 순대를 시켜 먹었다. 참 편리하더라. 배달 라이더가 집까지 오는 과정이 휴대전화 앱을 통해 지도 위에서 실시간으로 시각화되었다. 그래서 예상 도착시간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주초에 근대문학관 함 팀장으로부터 기획전시와 관련한 연락을 받았다. 못 간다고 했어도 크게 미안할 건 없는 자리였으나 최근 신포동에서 친구들의 전시가 비슷한 시기에 앞다투어 개막되었다. 의리든 의무감이든 친구들의 전시에는 안 들를 수 없어서 오늘 한 번의 외출로 그 모든 ‘의무감’을 해소할 생각으로 신포동에 나갔다. 가장 먼저 찾은 장소는 2시에 오픈 행사가 진행된 근대문학관 기획전시장이었다. 차가 밀려서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이미 와 있는 내빈 중에는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아는 직원과 지인들이 여기저기서 손을 흔들거나 눈인사를 보냈다. 근대문학관 기획전시를 보고 난 후 들른 곳은 바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기획전시 ‘내게 다정한 사람’이었다. 친구 박충의 화백이 이 전시의..

견고한 우기(雨期). 빗물은 예정된 세금 고지서처럼 집요하고 쉴 틈 없다. 빗물 속으로 분절(分節)된 오전의 시간이 제멋대로 떠간다. 흐르는 빗물을 보며 잠시, 오늘만은 골치 아픈 현실일랑 팽개쳐두고 마음이 가는 대로 흘러가 보리라 다짐해 보지만, 현실의 장력(張力)을 견디지 못한 마음은 결국 다시 쉰내 나는 일상으로 회귀하고 말 것임을 나는 안다. 하여, 그것이 무엇이든 ‘흐르는 것들’에게 붙들린 몸과 마음이라면, 당연히 흐르는 그것들과 함께 흐를 때, 비로소 아름다운 것이라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그러는 한편, 당신에게 던진 수많은 말의 가벼움에 관해서도 생각하는 중이다. 나는 다만 그리 빠르지도 더디지도 않게 당신에게 스며들기를 바랐던 것이지만, 내 마음이 실린 말과 표정들은(을) 자주 당신을(은) ..

어젯밤에도 기침이 멎지를 않아, 아침 먹자마자 늘 다니는 내과에 들러 증상을 얘기하고 진료와 처방을 받았다. 다른 증상은 없고 기침만 심하게 한다고 했더니 폐렴 증상이 있나 확인하자며 엑스레이도 찍었다. 폐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오른쪽 기관지가 많이 나빠진 상태라고 했다. 오래전에 천식이 있어서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했다고 하니까 “숨을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나요?” 했다. 그렇지는 않다고 했더니 평소에 주의 깊게 잘 살피고 만약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내원하라고 권고했다. 주사실로 이동해 주사 맞은 후 3일 치 처방전을 받아 병원을 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처방받은 약 1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아침에 닭죽을 먹고 병원에 들렀던 터라서 점심 전에 먹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약을 먹어서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이 부자연스러웠다. 제대로 떠지지도 않았고, 눈곱이 낀 것도 같았다. 이런 느낌은 정말 오랜만이다. 마치 눈병에 걸린 것 같은 그런...... 나쁜 조짐이었다. 거울을 보니 눈이 부어 있었다. 흰자에 핏발이 서지 않은 걸로 보아 눈병은 아닌 듯했다. 아마도 에어컨 바람을 쐬고 기침을 콜록거리면서 잔 탓이 아닌가 싶었다. 늦게 일어난 탓에 (엄밀히 말하면 너무 일찍 일어났다가 다시 잠들었다 깼다) 운동은 못하고 샤워만 하고 출근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보운 형과 김 목사님이 왜 눈이 부었느냐고 걱정스레 물었다. 몸살 때문인 것 같다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침이 심하면 눈이 부을 수 있는가를 인터넷에 물었더니 흔한 증상이라는 답글들이 검색됐다. 그 답글들을 보는 순간, 다행이란 생..

이쯤에서는, 정말이지, 감기가, 똑, 떨어질 줄 알았다. 비교적 운동도 열심히 하고, 먹기도 두루 잘 먹고 있으니까, 도무지, 건강에 관해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은준과 3차까지 술 마신 탓일까, 아침 컨디션이 영 말이 아니었다. 기침은 여전했고 몸은 찌뿌둥했다. 실내 자전거를 한 시간쯤 타고났더니 비로소 몸이 풀렸다. 뉴스를 보니 요즘 나 말고도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었다. 냉방병과 함께 찾아드는 여름 감기(몸살)는 심하면 한 달 이상 가기도 한다는데, 특히 나처럼 면역력이 떨어진 장년층들은 한 번 든 감기가 좀처럼 쉬 빠져나가지 않는다고 한다. 새롭게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에, 이런 우울한 뉴스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잠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