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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덧없어라, 인생! (7-23-화, 간헐적 비) 본문

일상

덧없어라, 인생! (7-23-화, 간헐적 비)

달빛사랑 2024. 7. 23. 22:31

 

매형이 운명했다. 호흡이 가쁘고 몸이 자꾸 까라진다며 출근한 지 한 시간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와 스스로 119 구급대를 불러 병원 응급실을 찾은 지 15시간 만이다. 누나 말로는 어제 오전 11시쯤, 직장에서 용케 차를 운전해 집에 다시 온 매형은 주차장에서 119를 불렀고, 누나가 주차장으로 내려갔을 때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실신 직전이었다고 한다. 그때 남긴 한마디가 "여보, 나 좀 살려줘!"였다. 그렇게 길병원 응급실로 들어간 매형은 다양한 검사 끝에 패혈증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급속히 나빠져 일반병실로 옮겨지지 못한 채 그대로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그게 어제 오후 5시 30분, 내가 미용실에서 파마를 하고 있을 때였다. 걱정이 됐으나 중환자실은 보호자에 한해 하루 1회의 면회밖에 이루어지지 않아 오늘 일찍 병원을 방문해 누나에게 매형의 상태에 관해 전해 들을 예정이었다. 솔직히 '설마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는 생각이 컸다. 그런데 오늘 새벽 3시쯤 누나가 울먹이며 "동생아, 어쩌면 좋으냐? 조금 전 병원에서 임종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어."하며 전화했다. 작은누나와 동생에게 연락한 후, 서둘러 길병원 본관 6층 중환자실로 올라갔더니 누나와 조카 민규가 면회실에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간호사에게 연락해 면회를 부탁했더니, 규칙상 한 번에 2명밖에 안 된다고 해서 일단 누나 두 명이 들아가서 매형의 상태를 보고 나왔고, 나중에 나 혼자 들어가서 매형을 봤다. 자가호흡이 불가능해서 기관지에는 호스가 삽입되어 있었다. 큰 덩치의 가슴 부분이 불규칙하게 들썩거렸다. 이미 신장 기능이 망가져서 혈액 투석도 하고 있었다. 몸 여기저기에 푸르스름한 반점들이 퍼져 있었다. 그것은 흡사 죽음의 그림자 같이 음산해 보였다. 간호사로부터 환자 상태에 관해 전해 들었지만, 그 설명들은 각종 수치(數値)들로 치환된, 곧 닥칠 죽음에 대한 선고 같았다. 그렇게 매형의 상태롤 보고 나온 누나들과 나는 임박한 죽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 건강했고 운동도 열심히 했으며, 성격도 매우 낙천적이었던 매형이 그런 가사 상태에 빠져있다는 사실이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두어시간 지났을 때, 간호사가 나와서 심정지 상태에 들어갔다가 일러주었다. 당직의사가 나와서 심폐소생술의 시행할 것인가를 물었고, 조카와 누나는 가는 길이나마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다며 그것을 거부했다. 생존 가능성도 없는 데다가 소생술 과정에서 갈비뼈가 부러지거나 신체가 훼손되는 비일비재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 개의 문서에 사인을 한 후, 공식적인 사망 선고가 의사로부터 있을 예정이니 친척이나 가족들에게 연락하라고 주문했다. 조카가 자기 아내와 여동생네, 지방의 큰아빠들에게 전화했다. 한 시간쯤 지나 조카 화경네 가족이 도착했고, 조카 며느리(민규 처)와 제수씨(내 동생의 아내)가 왔다. 그렇게 올 수 있는 가족들이 모이자 의사는 공식적으로 사망을 선고했다. 2024년 7월 23일 오전 5시 30분. 그렇게 매형은 하늘에 들었다. 

 

길병원장례식장에는 빈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동생네 옆인 연수동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VIP룸을 얻었다. 나는 일단 집에 와서 잠깐 눈을 붙인 후, 사무실에 들러 사정을 말한 후 오후에 빈소에 들렀다. 조문객들로 인산인해였다. 조카 민규가 대기업 현대(카드사)의 과장이라서 그런가 조화들도 백 여개가 들어와 다 세울 수가 없어 상당수의 화환에서는 리본만 떼어 식당 벽면에 걸어놓았다. 빈소에서 머물다가 동생이 집까지 데려다준다기에 내일 다시 오마고 하고 9시쯤 장례식장을 나왔다. 문득 엄마를 보내던 날이 생각났다. 종일 삶의 덧없음을 생각했다. 출장가 있는 아들은 내일 고인의 입관 시간에 맞춰 장례식장에 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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