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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숨 가빴던 하루 (7-24-수, 맑음) 본문

일상

숨 가빴던 하루 (7-24-수, 맑음)

달빛사랑 2024. 7. 24. 23:37


오전에 일어나 운동하고 매형 빈소에 가려고 준비할 때,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다. 김대중 대통령 서거 15주년 추모식에서 방영될 영상 촬영용 추모사 원고와 죽산 조봉암 선생 65주기 추모식에서 낭독할 추모사 원고를 의뢰하는 전화였다. 할 수 없이 일단 청에 나가 2편의 원고 초안을 작성한 후, 점심시간에 택시를 잡아 타고 적십자 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매형의 입관이 오후 1시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아직 의식 전이었다. 1시 15분쯤 장례지도사의 안내에 따라 지하 1층에 있는 입관실로 가족들과 함께 이동했다. 이 병원 장례식장의 입관 의식은 다른 곳과 달랐다. 이미 염습을 끝낸 후 얼굴을 제외한 모든 곳에 수의가 입혀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곳과 달리 염습과 입관 의식이 치러지는 곳과 가족들이 지켜보는 곳의 경계가 없었다. 다른 곳은 유리창으로 구분되어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곳은 수의가 입혀진  채 꽁꽁 묶인 고인의 시신 주위를 빙 둘러싸고 지켜보는 구조였다. 장례지도사는 가족들에게 마지막 고인과의 작별을 고하는 문장과 의식을 차례대로 주지 시키며 빈틈없이 입관을 진행했다. 입관실에 들어가 밀차 위에 누워 있는 매형의 시신을 보는 순간 매형의 형과 누나들이 일제히 대성통곡했다. 누나와 조카들, 그리고 동생과 수현이가 소리 없이 울먹였다. 나는 엄마 때도 그랬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물론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먹먹하게 밀려 올라왔지만, 끝내 울진 않았다. 매형의 형과 누나들은 "동생아, 왜 그렇게 빨리 떠나간 거니?"라거나 "동생아, 잘 가라"라고 소리치며 통곡했다. 특히 누나들의 울음소리가 무척이나 처연했다. 

 

입관 의식을 마치고, (입관) 시간에 맞춰 도착한 아들과 점심을 먹었다. 피부가 무척 좋아졌고, 볼살은 조금 오른 것 같았다. 본인 말로는 열심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번 엄마(아들에게는 할머니) 기일에 보았을 때보다 5kg이나 빠졌다고 했지만, 볼살 때문인가 내가 보기에는 더 통통해 보였지만, 말하진 않았다. 식사 후 추모사를 완성해야 해서 다시 청사로 돌아와야 했는데, 고맙게도 아들이 차로 청사 안까지 데려다주었다. 서둘러 2편의 추모사를 완성한 후 전철 타고 장례식장으로 돌아갔다. 오늘도 빈자리가 없을 만큼 조문객이 많았다. 현대카드  사장 정 모씨도 간부들과 함께 조문을 와서 한참 동안 식당에 머물다 돌아갔다. 부하 직원의 상에 사장이 직접 조문을 온 것도 고마운데, 형식적으로 방문한 게 아니라 한 시간 넘게 머물다 가는 모습을 보며, 아들 수현이는 대기업 부장의 파워를 실감하겠다며 내심 감동하는 눈치였다. 저녁을 먹고 9시쯤 일어나서 오려고 했는데, 이종 사촌 누나 내외와  사촌 동생이 빈소를 방문해, 가려고 일어났던 작은누나만 택시 잡아 보내드린 후 나는 다시 들어와 그들과 소주 한잔 하며 조금 더 머물렀다. 10시 사촌들이 돌아간 후, 아들이 불러준 콜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집에 도착해서 샤워하고 나왔을 때, 빈소에 머물던 누나가 기진맥진하고, 자꾸만 까라져서 바로 앞에 있는 적십자병원 응급실에 모시고 갔다는 동생의 연락을 받았다. 내일 7시에 발인예배를 본다. 일찍 일어나려면 지금 자야 할 텐데, 잠이 오려나 모르겠다. 오늘 정말 숨 가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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