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진부한 주말 (7-20-토, 새벽에 비, 낮엔 맑음) 본문
어제 막걸리 2병과 소주 한 병을 마셨으니, 평소보다 많이 마시지는 않은 편인데, 아침에 속이 메슥거려 결국 토했다. 위액이 나온 느낌이었다. 한 가지 술만 마시면 괜찮은데, 섞어 마시면 꼭 이렇게 고생한다. 특히 소주와 막걸리를 섞어 마시면 매번 불편하다. 결국 오전 내내 아무것도 못 먹다가 점심때가 다 돼서야 콩국수를 먹자 비로소 속이 편해지고 숙취도 사라졌다. 아깝게 오전을 다 날려버렸다. 그 와중에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 왔고 영화도 보았으며 나가서 복권도 샀다. 저녁에는 반찬 만들기 귀찮아서 쿠팡이츠(배달앱)로 국밥과 순대를 시켜 먹었다. 참 편리하더라. 배달 라이더가 집까지 오는 과정이 휴대전화 앱을 통해 지도 위에서 실시간으로 시각화되었다. 그래서 예상 도착시간까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배달앱을 딱 2번 이용해 봤는데, 이런 배달 시스템 자체는 편하고 신기했지만, 배달된 음식에 대한 만족도는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그리 높지 않았다. 업체에서 올린 사진은 그럴듯해 보였지만, 막상 배달된 음식의 실상은 사진과 크게 달랐다. 하지만 속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광고와 실재가 부합하는 장사는 그리 많지 않다. 장사에는 어느 정도의 과장과 너스레가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아주 의도적인 거짓말이나 질 나쁜 사기 행위가 아니라면 광고와 실재 사이의 ‘편차’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편이다. 그냥 동네 식당 수준의 음식이라면 군말 없이 맛있게 먹는다. 쿠팡와우 회원이라서 배달료를 무료로 해주기 때문에 특별히 음식값에 더 붙는 돈도 없다. 다음에는 순댓국과 냉면, 삼계탕과 족발을 시켜볼 생각이다.
아침에 비바람이 불었는지 테라스 화분 2개가 쓰러져 있었다. 덩치 큰 두 아이만 쓰러진 게 희한했다. 커서 오히려 바람이 밀친 걸까? 작은 화분들은 봉두난발이 된 아이가 서너 개 있을 뿐 대체로 무사했다. 낮에는 흐린 날씨이긴 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화장실에 앉아서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왜 갑자기 화장실에서 그 생각이 났는지 알 수 없지만, 그건 아마도 위기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 위기감은 시를 더 이상 못 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일 뿐만 아니라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관한 위기감이기도 하다. 시간이 나에게만 인색하게 구는 건지 모르겠지만, 현기증 난다. 사랑과 신념, 두려움과 새로운 다짐을 팔뚝에 문신으로 새겨둘까?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승부를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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