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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장맛비는 종일 내리고 (7-17-수, 비) 본문

일상

장맛비는 종일 내리고 (7-17-수, 비)

달빛사랑 2024. 7. 17. 16:29

 

어젯밤에도 기침이 멎지를 않아, 아침 먹자마자 늘 다니는 내과에 들러 증상을 얘기하고 진료와 처방을 받았다. 다른 증상은 없고 기침만 심하게 한다고 했더니 폐렴 증상이 있나 확인하자며 엑스레이도 찍었다. 폐에는 이상이 없었다. 다만 오른쪽 기관지가 많이 나빠진 상태라고 했다. 오래전에 천식이 있어서 기관지 확장제를 사용했다고 하니까 “숨을 쉴 때 ‘쌕쌕’ 소리가 나나요?” 했다. 그렇지는 않다고 했더니 평소에 주의 깊게 잘 살피고 만약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내원하라고 권고했다. 주사실로 이동해 주사 맞은 후 3일 치 처방전을 받아 병원을 나왔다.

 

집에 오자마자 처방받은 약 1 봉지를 입에 털어 넣었다. 아침에 닭죽을 먹고 병원에 들렀던 터라서 점심 전에 먹어도 무방할 것 같았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이후에는 기침이 덜 나오는 것도 같았다. 물론 완전히 멎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목이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제 사무실 식구들은 눈까지 퉁퉁 부어 온 나에게 “병원 가서 주사 맞는 게 빨라요" 하며 한결같이 병원 갈 것을 종용했었다. 내 생각도 다르진 않았다. 다만 요행을 바라며 미적거렸을 뿐이다. 젊었을 때는 잘 먹고 푹 쉬면 감기나 몸살 정도는 쉽게 떨어졌지만, 이제는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처방 약을 먹어야 누그러진다. 그만큼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진 것이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이가 드니 병원 가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 없어졌다.

 

종일 비 내렸다. 테라스에 나가보니 화초들은 물먹어 무거워진 잎과 줄기를 아무렇게나 늘어뜨리고 쉴 새 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견뎌내고 있었다. 접란들은 이미 여러 개의 꽃대를 내밀고 있었고 몇몇 꽃대에는 꽃이 달려 있었다. 화분을 놓아둔 탁자와 테라스 바닥에도 빗물에 젖은 작은 꽃들이 여러 개 떨어져 있었다. 보아주는 사람 없어도 부지런히 자신들만의 삶을 꾸려가는 대견한 생명들, 고맙고 감동적이었다. 저녁에 잠깐 그쳤던 비는 밤이 되자 다시 폭우로 쏟아지고 있다. 오늘 하루 자주 창문을 열고 빗소리를 들었다. 비 내리는 저 소리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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