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로맨스 영화를 보다 본문
마음이 팍팍해진 것 같아 로맨스 영화를 몰아서 봤다.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In Seattle)’, ‘로맨틱 홀리데이’,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것(13 Going on 30)’, ‘Two weeks choice’, ‘내 사랑(Maudie, My Love)’, ‘About time’, ‘이브의 크리스마스’ 등등. 물론 이 영화들 중에는 기존에 봤던 영화도 있고 오늘 처음 보게 된 영화도 있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영화도 제작하기 때문에 새로운 영화들이 많이 업로드 된다.
뻔한 내용이었지만 현실에서의 사랑이란 뻔한 것을 뻔하지 않게 느끼는 마음이 불현듯 찾아오는 것, 사소한 것에서 비범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범인의 일상이란 거기서 거기지 뭐 특별할 것이 있을까마는 그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자신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하나쯤의 배경을 찾아내는 것, 타인의 가슴 위로는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지만 나에게는 가슴속에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알 수 없는 견고한 씨앗 같은 것, 혹은 그러한 특별한 경험을 마주하는 일, 그것이 사랑이겠지. 운명을 믿지 않는 이가 운명론자가 되기도 하고, 자신의 시간을 기꺼운 마음으로 양보할 수 있는 일, 애인을 위해 사소한 무언가에 뜬금없이 몰두하는 희한한 경험, 그것이 사랑이겠지. 스토리가 헷갈릴 정도로 하루 종일 영화를 몰아봤더니 팍팍했던 가슴이 약간은 말랑말랑해 진 것 같다. 얼마 전에 봤던 한국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도 개연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그런대로 가슴 찡한 로맨스 영화였다.
오늘 봤던 영화 중 특히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것 같은 영화는 캐나다의 국민화가 모디 루이스의 삶을 소재로 한 ‘내 사랑’(번역된 제목이 영 맘에 안 든다)이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샐리 호킨스가, 불편한 몸에도 불구하고 불굴의 예술혼을 간직한 채 살다간 모디의 삶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모디의 실제 삶과는 별개로 샐리 호킨스야말로 ‘우리의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배우, 참 매력적인 직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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