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자유공원 본문
저녁, 수업을 마치고 귀가할 때, 그는 후배 상훈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볼 일을 보느라 점심을 걸렀더니 출출하다고, 술은 됐고, 맛있는 백반이나 먹고 헤어지자는 것. “그래.” 대답을 해주고, 그는 전화를 받느라 잠시 뺐던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는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귀에 전달되는 저음, 멋지다. 그는 김민기의 노래가 초여름 휴일 저녁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을 문득 한다. 만나기로 한 '창대시장' 앞에서 후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앞쪽에서 자동차의 전조등이 번쩍했다. 그리고 그들은 학익동에 있는 보리밥집 ‘고목정’으로 방향을 잡았다. 유명한 맛 집답게 식당은 손님들로 만원이었다. 자리를 잡고, 청국장과 콩비지를 곁들인 보리밥을 시켰다. 별미였다. 가격도 착한 6천 원.
식사를 마친 그들은 머리도 식힐 겸, 후배 조근직이 일하고 있는 자유공원 쪽으로 차를 몰았다. 인천박물관 1층에 위치한 한국 문화원 연합회 인천지회 사무실 <제물포 구락부>. 일요일이지만, 근직은 딸을 데리고 나와서 밀린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언제 왔는지 그곳에는 장은준이 이미 와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고, 상훈과 그는 모교가 내려다보이는 자유공원엘 가보기로 했다. 바다가 근처라서 그런가, 반팔 티셔츠를 입은 상훈은 춥다며 연신 투덜거렸다. 자유공원은 많은 변화가 있어 보였다. 일단 광장을 날던 비둘기들이 사라졌고, 산책로 곳곳에는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맥아더 동상과 새(鳥) 우리는 변함없이 의구하고, 산책 나온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다. 매점 ‘평화의 집’이 있던 곳에는 그럴듯한 모습의 야외 공연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비둘기가 떠난 광장은 정갈한 느낌이 들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공존하고 있던 자유공원. 10대 시절의 추억이 오롯이 머물고 있는 곳, 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고 내려오는 길, 그들은 생각했다. 자신들 앞으로 이미 너무도 많은 시간이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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