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동생의 생일, 형제들과 밥 먹다 (2-21-금, 맑음) 본문
오늘은 동생의 생일이라 형제들이 함께 점심 먹었다. 그냥 넘어가기 아쉽다며 큰누나가 마련한 자리였다. 사실 나는 요즘 모든 게 귀찮아져서 가족들끼리도 부모님 기일 말고는 오늘처럼 모이는 게 부담스럽다. 반면 큰누나는 요즘 들어 부쩍 자잘한 모임들을 만든다. 매형 생전에는 집순이였던 누나가 그런 건 마음이 허전하기 때문이겠지만, 그것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해서 귀찮아도 별다른 불만 없이 모임에 참석하곤 한다. 약속 장소인 버섯 불고기와 샤부샤부 전문 식당은 남동구청 앞이라 걸어서 갔다. 가는 길에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딸기 크림 케이크를 동생에게 선물했다.
동생네 가족은 카이스트 박사과정인 큰 조카만 빼고 세 식구가 다 왔다. 식사가 나오기 전, 지난달에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온 동생 내외는 누나들에게 비누, 나에게는 립밤을 선물로 주었다. 그리 고심하며 선택한 선물은 아니겠지만 고맙다고 했다. 립밤은 요즘 같은 계절에 유용한 물건이니까. 그리고 또 새해를 맞아 우리에게 주려고 동생이 손수 그린 수묵화도 가져왔다. 누나들은 매화 그림을, 나는 국화 그림을 선택했다. 수년 전부터 취미 삼아 서화를 쓰고 그리던 동생의 실력은 전시해도 무방할 만큼 수준급이었다. 그는 내 장서 도장과 낙관도 직접 만들어주기까지 했다. 손재주가 좋은 건 우리 가족 내력이다.
식사를 끝내고 작은누나와 나는 식당 앞에서 일행과 헤어져 먼저 왔다. 헤어지기 전 동생은 “이렇게 밥만 먹고 헤어지는 거예요? 아쉽네요”라며 정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학원을 운영하는 동생 부부나 작은누나 모두 오후에 출근해야 했기 때문에 그 말은 치레일 뿐이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또 동생은 “그럼, 들어가세요. 다음에는 좀 여유 있게 만나자고요.”라고 말했지만, 그 ‘다음’이란 만남의 시간 또한 누군가의 생일이나 명절, 부모님 기일이 돌아왔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내향인인 동생은 요즘 부쩍 말도 많이 하고, 무엇보다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싹싹해졌다. 고지식했던 동생의 이러한 변화가 나는 무척 고맙다. 앞으로 그가 형제를 결속시키는 매개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다. 집 앞에서 아이스크림 한 통과 생닭 두 마리를 샀다. 오늘도 날씨는 쌀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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