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모든 게 귀찮았던 하루 (2-20-목, 맑음) 본문
가끔 복권을 산다. 아니 복권이 나를 사는 건지도 모르겠다. 번번이 복권의 유혹에 속기 때문이다. 한동안 ‘그럴 줄 알았어’ 하고 생각해 구매하지 않았더니 복권은 ‘나를 사는 사람은 꿈을 사는 거야. 일주일간 부푼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잖아?’라며 제법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웠다. 꿈을 돈 주고도 살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그 성의가 가상해 가끔 다시 복권을 사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가 ‘산 꿈’은 별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 그래도 복권의 말대로 잠시나마 마음이 부풀기는 하더라.
정치도 연애도 재미없다. 콘텐츠 장사치가 돼버린 몇몇 시인들의 시집을 들척거리다 그만두었다. 나만큼이나 재미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짐승과 물신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며 나는 그저 판타지나 SF영화에 위로받고 있을 뿐 목표도 분노도 없다. 가끔 아이돌 소년 소녀들의 표정에서 그나마 삶의 절박함을 느꼈다. “저는 아이돌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 목숨을 걸라면 걸 수도 있습니다”. 목숨을 건다니,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 어린 소년 소녀들이 목숨의 무게를 알까? 꿈을 위해 목숨 거는 일은 비장하면서도 숭고하다. 그들의 진정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그 표현은 ‘개새끼’라는 욕만큼이나 진부한 수사(修辭)일 것이다.
뉴스를 보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 마음의 답답증이 좀처럼 가시질 않는다. 세계는 지금 우경화의 광풍에 휩싸여 있다. 미국의 저 얼치기 통은 자국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탈퇴할 예정이란 뉴스를 봤다. 이제 일국적 차원이든 세계적 차원이든 타인을 위한 배려와 희생, 연대와 상생의 가치는 희미해지고 있다. 종말을 향해 질주하는 인간들이 마치 허상에 속아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다. 구원의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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