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내 몸과 겨울은 얼마나 정직한가 (12-26-화, 맑음) 본문
연말이라서 그럴 거야. 감(監)이 참석해야 하는 졸업식과 행사가 여간 많아야지. 바야흐로 축사의 계절이 왔다는 거지. 나의 일도 당연히 많아지는 거고. 우리 때는 겨울방학 끝나고 2월에 졸업식을 한 거 같은데, 요즘에는 12월에 졸업하나? 오늘만 해도 제물포고등학교 부설 방송통신고, 연수고, 인천특수고등학교, 송도꿈유치원 등 여러 곳의 축사를 작성해 비서실에 보냈거든. 어쩌면 대다수의 학교는 여전히 2월에 졸업식을 하는데 몇몇 학교들만 특별한 사정이 있어 연말에 하는 건지도 모르지. 그런데 교육청 직원이 이런 걸 몰라도 되나? 나도 참 무심을 넘어 한심해.❚어디 그뿐인가. 연말연시를 맞아 영상으로 나갈 직원용 송년사와 신년사, 각종 단체의 송년회 축사 등 처리해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었지. 하루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어. 감(監)은 감(監)대로 내년 사업과 관련한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민원을 처리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오늘도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유아 교육 관련 이해 관계자들이 현안을 논의하러 대거 감(監)실을 찾아왔어. 감(監)은 결국 점심도 못 먹고 늦게까지 해당 사안을 논의해야 했지. 점심 먹으러 나갈 틈이 없어 중국음식을 시켰는데, 음식이 도착하고 나서도 회의가 안 끝나 결국 보좌관들과 비서들만 기다리다가 먼저 식사를 했지.❚감(監)님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난 점심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어. 혈당 스파이크를 생각하지 않은 채 탄수화물을 마구 들이켰던 거지. 박 비서가 적극 추천한 볶음밥 탕수육 세트와 서비스로 온 군만두, 짬뽕 국물, 주 비서관이 준 치즈를 얹은 삶은 달걀 등을 눈치 없이 맛있게 먹었던 거야. 게다가 알다시피 내가 무척이나 깔끔하잖아. 당연히 음식 남기는 걸 너무 싫어해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지 뭐야. 아랫배가 봉긋하게 올라올 정도로. 콜라도 한잔 마실까 하다가 그것만은 그만두었지.❚요즘 밥맛이 너무 좋은 거야. 그래서 62kg까지 빠졌던 살이 다시 붙고 있는 중인데, (이때는 기아에 허덕이는 난민처럼 보인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 현재까지는 보기 좋은 66kg, 하지만 더 찌면 곤란하기 때문에 요즘 다시 관리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야말로 치팅데이처럼 먹어 버린 거지. 내 몸은 정말 12월에 갇힌 겨울처럼 정직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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