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크리스마스이브 (12-24-일, 새벽에 눈) 본문
새벽에 내린 눈이 제법 쌓였다. 한낮에는 날이 다소 풀려 눈은 녹았지만, 저녁이 되면서 기온이 떨어지자 계단과 도로가 빙판이 되었다. 우리 집 계단도 예외는 아니어서 오르고 내려갈 때 각별히 조심해야 했다. 그래서 엄마 생전에는 눈만 오면 그대로 감옥이 되곤 했다. 엄마는 교회도 못 가시고 눈이 다 녹을 때까지 집에 칩거해야만 했다. 얼마나 심심하고 외로우셨을까. 지금도 외로웠을 엄마 생각만 하면 마음이 툭 내려앉곤 한다.
저녁에는 상훈이가 집 근처에 왔다. 나의 노스페이스 오리털 잠바를 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었다. 그리고 상훈이가 알려준 새로운 술집에서 드디어 굴보쌈을 먹을 수 있었다. 가성비가 좋은 술집이었다. 초저녁인데 빈자리가 없었다. 그 앞을 자주 지나다녔는데 왜 나는 몰랐을까. 다른 동네 사람이 안내하는 우리 동네 술집이라니.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늘 그렇듯 '인쌩맥주'에서 입가심하고 헤어졌다. 날이 추워 그런지 생각보다 조용한 크리스마스이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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