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바쁘게 보낸 1월이었어요! (01-31-화, 맑음) 본문

일상

바쁘게 보낸 1월이었어요! (01-31-화, 맑음)

달빛사랑 2023. 1. 31. 23:47

 

1월이 다 갔어요. 어젯밤 잠자리에 들어 온갖 잡생각을 하다가 문득 40년 전 대학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났습니다. 문제는 그게 엊그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거예요. 생각해 봐요. 40년입니다. 그 긴 세월이 엊그제 같다는 느낌이 들다니 믿어지십니까? 이런 느낌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사람들이 흔하게 갖게 되는 감정일 텐데, 이를테면 이런 거지요. 지금껏 살아온 60여 년의 삶도 잠깐인 것 같은데 앞으로 남은 날들은 얼마나 빨리 지나가버리겠는가 하는, 뭐 그런 느낌 말입니다. 설마 내가 앞으로 살아온 날만큼 더 살 수 있겠어요? 120살까지 어떻게 살 수 있겠어요. 제 바람으로는 100살까지는 건강하게 살고 싶지만, 그것조차도 맘대로 되는 게 아닐 겁니다. 제 느낌에 남은 수명을 맥시멈으로 잡아도 향후 30년을 넘기는 힘들 것 같은데, 60년도 잠깐이라면 30년은 얼마나 더 빠르게 지나가겠어요. 이런 생각하면 퍼뜩 긴장감이 밀려오고 뭔가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생깁니다. 물론 또 바쁜 일상에 치여 생활하다 보면 다시 또 아무 생각 없이, 긴장감은커녕 한껏 풀어진 모습으로 살게 되긴 하지만 말입니다. 돌아보면 뭐 하나 그럴듯하게 이뤄놓은 게 없어 허무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런 비감한 마음에 자주 빠지게 되는 건 늙었다는 증거인 듯해 자제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해야겠어요. 다만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계획 없이 자유분방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남은 날들이나마 짜임새 있는 계획을 세우고 뭔가 의미 있는 하루하루를 보낼 것인가 하는 건 고민이 되긴 합니다. 아무리 좋은 계획도 강박으로 다가오면 안 되잖아요. 하지만 의식적으로, 다소 강박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건 하나 있지요. 바로 건강입니다. 오래 사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건강하게 사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병상에 누워 백 살을 살면 뭐 합니까. 명증한 의식으로 가족에게 민폐 없이 건강하게 살아야 제대로 사는 거지요. 그러니 건강은 나 자신은 물론 주변을 위해서도 반드시 챙겨야 할 의무입니다. 

 

 

영화 '아티스트(2011)'는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한 영화였습니다. 시대와 사람들의 변화하는 기호 앞에서 고민하고 주춤거리는 예술가의 비애를 이렇게도 기발하고 생생하게 보여주다니,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은 작품이었습니다. 뻔한 러브 스토리조차 무성영화 시대의 영화기법으로 만나게 되니 진부하기보다는 기발함이 느껴졌습니다. 무성영화 시대의 대스타는 유성영화 시대가 도래하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좌절합니다. 제작자들은 이미 무성영화로부터 눈을 돌렸기 때문에 주인공은 스스로 무성영화를 제작하기도 하지요. 당연히 대실패, 결국 좌절감에 술로 연명하는 삶을 삽니다. 결국 아내에게도 버림받고 허름한 독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지요. 또한 돈이 없어 자신의 물건을 경매에 내놓게 됩니다. 어느 날, 술에 취해 극도의 좌절감에 사로잡힌 남주는 모든 필름을 불태우고 자신도 불 속에서 죽어갈 위기에 처합니다. 다행히 반려견(이 아이 조연상 줘야 됩니다)의 기지로 생명은 건지게 되지만, 이미 삶의 의욕은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입니다. 한편 무명시절 남자 주인공으로부터 따뜻한 격려를 받고 그에 감격했던 여주인공은 어느덧 유성영화 시대의 새로운 히로인이 되어 승승장구합니다. 그녀는 유명해졌지만 남주인공에 대한 연정을 계속 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경매에 부쳐진 남주의 물건들을 은밀하게 다 낙찰받아 따로 간직하게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화재 소식을 들은 여주는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잠들어 있는 그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지요. 여주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건강을 회복하던 남주는 어느 날 우연히 그녀의 집안을 거닐다 어떤 방안을 보게 됩니다. 그곳에는 자신의 물건들이 하얀 천에 덮인 채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바보 같은 남주는 열패감에 사로잡혀 그녀의 집을 뛰쳐나가 자신의 불탄 집으로 돌아가 자살하려 합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여주는 빠르게 차를 몰아 그의 집으로 가서 자살 직전의 그에게 마음을 고백하고, 이후 눈물 흘리며 포옹! 사랑을 확인하게 되지요. 그리고 둘이 함께 영화를 찍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는 끝이 납니다. 이 영화에는 스펙터클한 시각적 효과도 없고, 심지어 러브스토리조차 진부하기 그지없지만, 대신 1920-30년대 할리우드 영화들의 경이로운 한 때를 연상시키는 순간들이 핍진하게 영화 속에 재현됩니다. 이건 21세기 영화가 태동기 영화와 영화인들에게 보낸 발랄하면서도 애틋한 러브레터이자 최대의 오마주란 생각입니다. 100분 동안 무척 즐거운 여행을 경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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