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도시산책자 계봉 씨의 하루

지극히 평범한 하루 (01-29-일, 맑음) 본문

일상

지극히 평범한 하루 (01-29-일, 맑음)

달빛사랑 2023. 1. 29. 23:49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몸을 피곤하게 만든 일은 없었습니다. 평범한 하루였지요. 오랜만에 운동을 갔다 왔고, 빨래를 했으며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서 낮잠도 너무 달게 잤습니다. 저녁에는 누나가 사다준 족발을 먹었습니다. 특별한 일이 없어서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나이 60이 넘으니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지 모르겠습니다. 날도 조금 풀려 덜 추웠습니다. 눈이 좀 쉬 피로하고 눈 밑 근육이 자주 경련을 일으켜 걱정되긴 합니다만 그건 '오늘'만의 일이 아니니 오늘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따뜻한 방에서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고,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어요. 내 방은 작은 나만의 왕국입니다.▮그레고리안 성가를 알게 되어 너무 기쁘군요. 왜 살아오면서 이 거룩한 성가를 몰랐던 거지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몰랐던 건 아닙니다. 가톨릭을 소재로 한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 항상 들어왔던 성가들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성가들을 '그레고리안 성가'라고 부른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던 거지요. 크리스천이란 사람이 참 무심했지요? 개신교와 가톨릭의 거리감이 이다지도 멀었던 걸까요? 아무튼 작업하거나 글을 쓸 때 늘 그레고리안 성가를 틀어놓으려 합니다. 마음이 평온해지더군요. 주님 앞에 기도하듯 부르는 성가, 참 아름다운 선율입니다.▮영화 ‘힐 빌리의 노래’ 에서 주인공 J.D 밴스는 누나 린지에게 묻습니다. “왜 계속 엄마 편을 드는 거야? 누나를 제일 막 대했잖아?” 린지가 말합니다. “그런 거 아니야. 엄마와 이모는 우리보다 더 심한 일을 겪으셨대.” (회상 장면이 지나간 후) “내가 편들어 줄 수는 없지만 용서하려고 해. 용서하지 않으면 벗어날 수도 없어.” 글쎄요. 벗어나기 위한 용서를 진정한 용서라고 할 수 있을까요? 상대를 용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편해지고자 용서의 형식을 취하는 건 아닐까요? 잘 모르겠습니다.▮모스크바 기차역에서 친구의 여동생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 한눈에 반해버린 브론스키. 그때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안나를 만난 건 브론스키에게 행운일까요, 저주일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