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내 친구의 구두 본문
오척 단신 내 친구 김○용의 발은 너무도 작아
진열장에 코를 내민 그 어떤 구두도 맞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늘 불편해 보이는 친구의 걸음걸이
편한 걸음을 위해선 솜을 넣어 신거나
맞춤구두집에서 맞춰야 한다.
구두의 여백만큼 불편하게 걷는 세상....
언제나 친구와 세상 사이에는
운명같은 여백이 존재해 왔지. 그렇다...
세상은 단 한번도
친구의 단신(短身)을 흔쾌히 받아들인 적이 없다. 그리고
여백을 채워야 할 몫은 늘 친구의 차지였지만,
세상에 대한 내 친구의 짝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헐거운 구두의 불편함은 구두칼 없이 쉽게 신는
편리함으로 상쇄하는 세상에 대한 친구의 사랑법······.
세상은 친구의 귀찮은 짝사랑에
뒤꿈치 굳은살을 선물로 주었을 뿐······.
아, 그나마 몇 켤레 되지 않는 내 친구의 구두...
어쩌면 기울어진 세상을 바르게 걷기 위한
친구의 처세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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