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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 아픈 내 친구를 위해

달빛사랑 2009. 7. 1. 09:09

  

 

 

나의 지식이 독한 회의(懷疑)를 구하지 못하고
내 또한 삶의 애증(愛憎)을 다 짐지지 못하여   
병든 나무처럼 생명이 부대낄 때 
저 머나먼 아라비아의 사막으로 나는 가자. 

 

거기는 한 번 뜬 백일(百日)이 불사신 같이 작열하고 
일체가 모래 속에 사멸한 영겁의 허적(虛寂)에  
오직 알라의 신만이  
밤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열사(熱沙)의 끝  

 

그 열렬한 고독(孤獨) 가운데
옷자락을 나부끼고 호올로 서면
운명처럼 반드시 '나'와 대면(對面)케 될지니
하여 '나'란 나의 생명이란
그 원시의 본연한 자태를 다시 배우지 못하거든
차라리 나는 어느 사구(沙丘)에 회한없는 백골을 쪼이리라.

-유치환, '생명의 서(書)' 

 

내가 아는 친구 하나가 지금 몹시 아픕니다. 
'생명의 서'를 다시 쓰고 있는 모양인데....
도와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괴롭습니다.
아픔의 원인이 외부에 존재한다면,
그건 치유하기가 쉬울 텐데.... 그러나...
시나브로 정서를 잠식하는
한 존재로서의 박탈감과 정체성 문제 같은,
실존적 차원의 문제일 경우,
아... 그건 참 견디기 어렵고, 고통스럽고,
심지어는 자기 모멸에 시달려야 할 만큼
망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걱정입니다. 
해 줄 수 있는 게 없어서 괴롭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이럴 때는 정말
'천국의 문'을 두드리며

(밥 딜런의 가사 내용과 상관없이, 제목처럼) 
그곳에 있을 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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