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임방울의 <쑥대머리> 본문
쑥대머리
판소리「춘향전」에서 옥에 갇힌 춘향이가 이도령을 그리며 부르는「쑥대머리」는
옥중 춘향의 머리가 마치 쑥이 한길이나 자란 모습과 같이 산발한 모습이라는 걸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 때, 빼앗긴 조국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노래한 가요가 '봉선화'라면
판소리 영역에서의 창은 바로 이 「쑥대머리」라고 할 수 있다.
"쑥대머리 귀신 형용 적막옥방 찬 자리에 생각나는 것이 님 뿐"이라는,
'옥중가' 속의 춘향의 넋두리는 당시, 나라를 빼앗긴 우리 민족의 형용이요, 심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쑥 대 머 리(쑥대처럼 흐트러진 머리칼)
구신형용(鬼神形容 : 귀신같은 얼굴)
적막옥방(寂寞獄房 : 고요한 골방같다)으 찬 자리에
생각난 것이 임 뿐이라.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낭군(漢陽郎君 : 서울남편) 보고지고.
오리정(五里亭 : 남원의 팔각정 명)
정별 후(情別後 : 정을 이별한 뒤)로
일장서(一張書 : 단 한줄의 글문)를 내가 못 봤으니
부모봉양(父母奉養 : 아비어미 시중) 글공부에
겨를이 없어서 이러난가.
연이신혼(宴爾新婚 : 결혼한 직후)
금슬우지(琴瑟友之 : 곱고고운 단꿈의 시절)
나를 잊고 이러는가.
계궁항아(桂宮恒娥 : 아무리 찾아보아도 보이지 않음)
추월(秋月 : 가을밤의 둥근달)
같이 번뜻 솟아서 비치고져.
막왕막래(莫往莫來 : 오고가지 못함) 맥혔으니
앵모서(앵무새)를 내가 어이 보며,
전전반측(輾轉反側 : 님 생각에 엎치락뒤치락 하느라고)
잠 못 이루니 호접몽(胡蝶夢)을
어이 꿀 수 있나.
손가락으 피를 내여
사정(事情)으로 편지헐까. 간장의 석은(*썩은) 눈물로
임의 화상(畵像 : 이도령의 얼굴)을 그려볼까.
녹수부용(綠水芙蓉 : 푸른잎)으 연(蓮 : 연뿌리) 캐는
채련녀(採蓮女 : 뽕잎을 채취하는 여자)와
제롱망채엽(提籠忘採葉 : 뽕따는 망태)으
뽕따는 연인네도 낭군 생각은 일반이라.
옥문 밖을 못나가니 뽕을 따고 연 캐겄나.
내가 만일에 임을 못 보고
옥중 원귀(寃鬼 : 옥중귀신)가 되거드면,
무덤 근처 있난 돌은 망부석(望夫石 : 돌석상)이 될 것이요,
무덤 앞에 섰난 낭구(나무는)
상사목(相思木 : 망자를 덥는 나무)이 될 것이오
생전사후(生前死後 : 죽은 후)으 이 원통을
알어 줄 이가 뉘 있드란 말이냐.
아무도 모르게 울음을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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