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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목요일은 강의도 없고 일정도 한가한 편이어서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아점(아침 겸 점심)을 먹습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서 냉장고를 열어보니 시들어가는 오이 3개가 있더군요. 냉면 만들어 먹을 때 넣으려고 오래 전에 사다놓았던 것인데, 더 놔두면 물러질 것 같아 무쳐먹기로 했습니다. 주워 ..
주인을 잘못 만나 혹사당하는 나의 육체는 불쌍하다. 나는 나의 육체를 연민한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손과 눈에 익었던 모든 사물들의 초라한 얼굴과 조우하게 될 때... 깨닫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가령, 얼마 전까지 힘차게 모터를 돌려대며 용맹을 과시하던 청..
오늘... 정말 날이 좋다는 이유로.. 내 친구들이 당연하게도(?) 연락을 했습니다. "친구야... 주꾸미가 우릴 불러...^^" '거짓말..... 쌔이드라... 주꾸미가 우릴 부를 리가 있냐.. 너네들이 주꾸미를 불렀겠지...^^ ' 그런데.. 사실.. 누가 누굴 먼저 불렀는가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오늘.. ..
느낌 하나.한 때 우리에게 봄은 때가 되면 찾아오는 단순한 계절이 아니었다. 봄은 부조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비유(比喩)이자 상징(象徵)이었고, 더 나아가 희망이었다. 우리는 겨울 속에서도 봄을 이야기했고, 봄 속에서도 '봄'을 기다렸다. 그 봄날, 눈 시린 햇살아래서 바라보던 ..
육 척 장신(六尺長身)의 어깨 위에 걸린상현(上弦)의 달, 빛은 어둠과 적당한 농도로 섞여 흐른다흐르면서 앞서 걷는 그를 감싼다 그의 큰 키를 비춰 주기에 충분한 달낡은 구두, 두 겹의 무뎌진 바지 주름을자상하게 숨겨 주는 빛. 희미한... 그와 함께 걷는 밤길아스라이 들리는 단속적인 경적 소리원..
일렬로 이어진 점점이 핀 웃음들,저 들꽃들의 행렬을 따라가다 보면나 그대에게 닿을 수 있을는지가을... 코스모스 수줍게 흔들린다그대 향한 그리움은 붉은 빛으로 물결지고달라진 것 하나 없는네가 없는 세상의 빈들에 서서....... Moon.G.B
- 소설가 이외수님의 글과 그림입니다. 어느 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 때..
그 겨울의 사랑 학교 뒷숲 총장관사로 가는 길목에서 너를 보내고 돌아오던 길 단 한번 바람에도 몸을 뒤척이는 수줍은 사랑을 보았다 마치 너를 향해 띄운 숱한 내 사랑의 사신같은 낙엽들 바람은 온 숲을 휘돌며 내 밀어를 엿듣고 부딪치고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철없이 소문을 내버렸는 지 그 무엇..
4월 나는 너희에게 생명을 주었고 노래와 꽃과 사랑마저 주었으나 그대들 어찌하여 내 앞에서 울기만 하는 것인지 강산이여....허나 그대 말하지 마라내 어찌 바람 속에 스며있는참으로 오랜, 그러나 결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모르랴언제나처럼 나는 지켜볼 뿐이나...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의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