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도시 산책자의 평범한 하루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이를 먹는다... 본문
주인을 잘못 만나 혹사당하는
나의 육체는 불쌍하다.
나는 나의 육체를 연민한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손과 눈에 익었던 모든 사물들의 초라한 얼굴과
조우하게 될 때... 깨닫게 된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을....
가령, 얼마 전까지 힘차게 모터를 돌려대며 용맹을 과시하던
청소기가 어느 날 갑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
후라이팬의 코팅이 벗겨져 음식이 눌어붙는다.
주전자 뚜껑의 손잡이가 '툭' 떨어져 나가고,
형광등의 스타트 전구가 빛을 잃는다.
화장실 타일과 책장의 책들은 누렇게 시나브로 변색되고..
잔 흠집으로 얼룩진 휴대폰은 가끔 먹통이 된다.
나와 더불어 나이를 먹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물도 불쌍하다.
나는 사물의 소진을 연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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